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제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경기력향상위원회와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2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를 교체하기로 했다. 해당 선수는 KIA 투수 이의리로,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 중이나 대회 기간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의리를 대체할 선수로 롯데 외야수 윤동희를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KBSA 경기력향상위원회와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1일부터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나, 부상 등의 이유로 대회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선수들을 교체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교체 대상자가 된 선수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구창모(NC 다이노스)였다.
이정후는 지난 7월 신전지대 손상 부상을 당해 봉합 수술을 받았고, 구창모는 6월 왼팔 척골 피로골절 진단을 받았다. 이정후는 시즌 아웃이 됐지만, 구창모의 경우 지난 19일 마운드로 돌아왔다. 당시 KT 위즈 2군을 상대로 최고 145km를 뿌리는 등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복귀를 알렸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베스트 퍼포먼스를 뽐낼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김성윤(삼성 라이온즈)와 김영규(NC)를 대체 선수로 발탁했다.
당시 KBO는 "두 선수의 교체 외에, 다른 대표 선수 중 부상의 영향으로 경기력이 저하됐다고 판단 되는 경우에는 몸 상태를 면밀히 살펴 추가로 교체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손가락 물집 증세로 전열에서 이탈했다가 돌아온 이의리가 지난 2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1⅓이닝 동안 5실점(4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기자 이튿날 교체를 결정했다.
'투수'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KBSA 경기력향상위원회와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같은 포지션의 선수가 아닌, 외야수 윤동희를 대체 선수로 발탁했다. 대표팀에는 이미 11명의 투수가 합류해 있고, 외야수가 3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특히 우타자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 윤동희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윤동희는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2군에서 타율 0.310 OPS 0.839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1군에서는 4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2군에서 개막을 맞았지만, 10경기에서 타율 0.437 OPS 1.136으로 폭주한 끝에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윤동희는 콜업 직후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5월부터 조금씩 출전기회를 받기 시작더니, 5월 18안타 5타점 4득점 타율 0.333으로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그리고 6월에는 31안타 2홈런 13타점 11득점 타율 0.307로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면서 마침내 '주전' 자리를 꿰찼다.
롯데의 선택을 받을 당시 내야수로 입단했던 윤동희는 외야로 포지션을 전향한지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은 탓에 수비에서는 종종 아쉬움을 보일 때가 있었지만, '방망이' 만큼은 '찐'이었다. 이종운 감독 대행은 "워낙 열심히 해서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다"며 "2군 시절 타격에서 집중력이 좋았고, 야구 욕심이 많았다. 그만큼 애살이 있는 선수다.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좋은 활약을 펼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윤동희는 22일 SSG랜더스필드에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서 대표팀 합류 소식을 들은 까닭에 국가대표가 된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훈련 중 대표팀 소식을 접한 까닭에 부모님과 연락도 못했다. 게다가 롯데는 윤동희의 승선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탓에 22일 경기에 앞서 외야수 고승민을 1군에서 말소하기도 했다.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그는 "너무 영광이다. 기뻤는데, 되게 당황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자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내 자리는 아니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미리 귀띔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귀띔이 있었다면, 아마 지금 할 멘트를 준비해 왔을 것"이라고 웃었다.
윤동희는 당초 이정후의 공백을 대체할 선수로 거론이 돼 왔다. 하지만 이정후의 공백은 김성윤이 메우게 되면서,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이 불발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의리가 빠지게 되면서 극적으로 태극마크를 다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윤동희는 "이정후 선수의 대체 후보로 거론이 됐을 때는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를 생각했다. 그런데 (불발이 된 후) 이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내 자리도 아니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았다. 그런데 발표가 난 뒤 (나)균안이 형이 정말 좋아해주더라"며 "막상 되니 설레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이러한 고민도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금 긴장이 된다. 중압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윤동희는 올해 상무 입대에 도전했으나,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물론 아시안게임의 경우 '금메달'이 아니라면 병역 혜택이 주어지지 않지만, 분명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찾아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윤동희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부담이 될 것 같아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윤동희의 어깨는 무겁다. 현재 대표팀에는 내·외야를 막론하고 '우타자'가 많지 않은 까닭이다. 어쩌면 이번 대표팀 출전이 향후 태극마크를 다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윤동희는 "각오를 생각할 틈도 없었다. 나는 정말 내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기회가 왔으니, 내 자리라고 생각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동희는 대표팀 승선을 앞두고 SSG를 상대로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롯데의 5-2 승리의 선봉장에 섰다. 윤동희는 "오늘 다행히 좋은 결과와 무엇보다 팀이 승리해서, 대표팀에도 기분좋게 합류할 수 있을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이제 '실력'으로 증명할 일만 남았다.
인천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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