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TV로 보던 김광현 선배님의 볼을…"
롯데 자이언츠 정대선은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 간 시즌 14차전 원정 맞대결에 2루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정대선은 지난 2023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43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유망주로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69경기에 출전해 68안타 2홈런 32타점 39득점 8도루 타율 0.287 OPS 0.735의 우수한 성적을 남겼고, 감기 몸살 증세로 기운이 있어 1군에서 빠진 안치홍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22일 경기에 앞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정대선은 지난 6월 한차례 1군의 부름을 받은 바 있지만, 당시에는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2군 사령탑 시절부터 정대선을 눈여겨봤던 이종운 감독 대행이 콜업과 동시에 선발 기회를 주기로 한 것. 이종운 대행은 "워낙 컨택 능력이 좋다. 안치홍이 없는데, 경기를 잘 해야하기 때문에 정대선은 바로 스타팅으로 기용했다"고 밝혔다.
정대선은 경기 초반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SSG '에이스'이자 KBO리그 '리빙레전드'인 김광현을 상대로 우익수 뜬공, 3루수 직선타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과정은 돋보였다. 정대선은 김광현을 상대로 두 번의 타구 모두 배트 중심에 맞는 강한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만들어냈다는 점이었다.
타격 소질이 심상치 않아 보였던 정대선은 세 번째 타석에서 잊을 수 없는 하루 시작됐다. 정대선은 7회 1사 주자 없는 세 번째 타석에서 다시 한번 김광현과 맞붙게 됐고, 0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5구째 125km 체인지업을 밀어쳐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뽑아냈다. 데뷔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첫 안타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정대선이 안타로 포문을 열자 롯데는 대타로 '루키' 서동욱을 기용했고, 서동욱 또한 첫 안타를 2루타로 신고했다. 그리고 김민석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 윤동희가 유격수 땅볼을 기록했고, 이때 3루 주자였던 정대선은 홈을 파고들면서 첫 득점까지 만들어냈다. 이는 결승득점으로도 이어졌다.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대선은 4-2로 앞선 8회초 1사 1, 2루 찬스에서 SSG의 바뀐 투수 고효준과 승부를 갖게 됐고, 이번에도 0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123km 포크볼을 받아쳐 좌익수 방면에 안타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이때 2루 주자였던 안권수를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첫 타점의 기쁨까지 누리며 데뷔 첫 선발 경기를 마무리했다.
올해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기 시작한 정대선에게 이날은 꿈만 같았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그는 "정말 꿈에 그리던 일들, TV로 보던 김광현 선배님의 볼을 좋은 타구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에서 오늘 하루에 의미를 담고 싶다. 앞으로 이러한 하루를 많이 만들어나갈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할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6월 한차례 콜업됐지만, 허리가 좋지 않았던 탓에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던 것이 정대선에게는 자극제가 됐다. 그는 "당시 허리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를 뛰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덕분에 2군에서 조금 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오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광현을 상대로 친 체인지업은 노리고 친 것은 아니었다. 정대선은 "(안타를 친 후) 아무런 생각도 안 들었다. 공이 맞는 것도 정확하게 못 봤다. 공이 떨어지는 것만 봤다"며 "(타구가 계속 직선타로 잡혀) 오늘은 안 되는 날인가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선배님들이 '오늘 하나 나올 것 같다'고 하셨고, 그 말이 힘이 됐다"고 웃었다.
정대선은 '안치홍의 후계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있다. 그는 "3루수와 유격수를 계속 봐왔는데, 2루수로 처음 갔을 때는 자존심도 상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빛나고 싶었고, 1군 2루의 백업 자리를 맡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며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안)치홍 선배님과 나의 스타일이 비슷해서 많이 닮고 싶다"고 강조했다.
첫 안타, 타점, 득점까지 만들어낸 기쁨을 맛본 정대선의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1군에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 정대선은 "다음 목표는 없다. 첫 안타와 타점의 꿈을 이뤘다. 이제는 팀 승리를 많이 가져가고 싶다"며 "기록도 기록이지만, 항상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인천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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