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담장 넘어갈 정도의 큰 타구였는데…”
23일 광주 KIA-KT전을 중계하던 SPOTV 민훈기 해설위원은 이렇게 얘기했다. 실제 타구가 매우 높은 포물선을 그렸으나 KIA챔피언스필드 좌중간 담장 위와 노란 바 사이의 철조망을 때렸다. KT 윌리엄 쿠에바스를 향한 ‘노히트 브레이커’에 만족해야 했다.
KIA로선 또 한번의 뼈 아픈 패배였다. 7연패를 힘겹게 끊고 나니 만난 상대가 쿠에바스였다. KIA 타선은 쿠에바스를 상대로 9회 1사까지 4사사구를 기록했으나 한 명도 안타를 치지 못했다. 그렇게 홈에서 노히트 굴욕 위기에 휩싸였으나 김도영이 3루타로 팀의 체면을 살렸다.
결국 KIA는 다시 6위로 내려갔다. 그러나 또 한번 김도영의 ‘거포 본능’을 확인한 건 수확이다. 확실히 고졸 2년차답지 않다. ‘넘사벽’ 운동능력에 테크닉까지 갖췄다. 올 시즌 방망이를 어깨에서 밑으로 내려 히팅포인트까지 가는 시간을 앞당긴 변화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김도영 또래에 스피드와 파워, 기술을 모두 갖춘 타자는 KBO리그에 사실상 김도영이 유일하다.
실제 김도영은 6일 잠실 두산전서 곽빈의 몸쪽 높은 145km 패스트볼을 받아쳐 비거리 125.4m짜리 초대형 좌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당시 발사각이 무려 38.1도였으며, 타구속도는 173.8km였다. 타구는 잠실구장 외야 상단 스탠드를 직격했다.
잠실구장은 중앙 125m에 좌우 100m를 자랑하는, 국내에서 가장 큰 구장이다. 어지간한 타자는 잠실구장 외야 관중석 상단으로 타구를 날리기 어렵다. 잠실에서 장외홈런을 친 타자도 김동주, 김동엽(삼성), 타이론 우즈, 제이미 로맥 등 4명뿐이다.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일찌감치 김도영이 3할-30홈런-30도루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렸다. 올해 40-60에 40-70까지 눈 앞에 둔 메이저리그 최고의 괴물 운동능력을 보유한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KBO리그 판 타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공교롭게도 그런 김도영에게 아직 광주 마수걸이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2022년 시범경기서 때린 1홈런이 전부이니, 정식으로 홈런 신고식을 못 한 건 사실이다. 광주는 중앙 121m, 좌우 99m로 잠실보다 작다. 더구나 정규시즌 통산 166경기를 치른 김도영은 절반이 넘는 88경기를 광주에서 치렀다. 홈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김도영이 광주에서 터트린 장타는 2루타 17개, 3루타 4개다. 올 시즌에는 광주에서 타율도 0.244로 시즌 0.293에 한참 못 미친다. 23일 경기처럼 잘 맞았는데 담장을 때리는 타구가 적지 않게 나왔다. 광주에서 타격이 잘 안 풀린다고 봐야 할까. 참고로 김도영은 올해 인천 5경기서 타율 0.517 3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원정에서 타율 0.344 5홈런 20타점.
KIA 홈 팬들이 김도영의 광주 마수걸이 홈런을 기다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다. 홈런이야 기다리면 언제든 나오게 돼 있다. 당연히 광주에서 홈런을 치고 싶지 않아서 안 친 게 절대 아니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홈런은 어디에서든 나오게 돼 있다.
오히려 김도영은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 팀을 위한 타격을 하는 게 중요하다. 김종국 감독이 항상 강조하는 대목이다. KIA 팬들은 김도영의 재능을 흐뭇하게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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