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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든 강제규 감독의 신작 '1947 보스톤'은 스포츠 영화로서 깊은 흔적을 남길 것이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다.
'비운의 마라토너' 손기정과 선배 마라토너 남승룡, 마라톤 유망주 서윤복, 재정보증인 백남용의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도전기다. 배우 하정우, 배성우, 임시완, 김상호가 각각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 백남현 역을 맡아 무게감을 싣는다.
광복 이후 서울, 손기정(하정우)은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감독을 맡아 11년 전 빼앗긴 영광을 되찾으려 한다. 그러던 중 악과 깡 가득한 대학생 마라톤 유망주 서윤복(임시완)과 마주한다. 상금으로 아픈 어머니의 병원비를 충당하고자 마라톤 대회를 휩쓸고 다니는 서윤복은 고심하다 태극마크를 단 첫 번째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동메달리스트 남승룡(배성우)은 마라손보급회를 운영한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국제 대회 참가 이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코치이자 선수로 참가한다. 여기에 미국 보스턴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한국 교민 백남현(김상호)이 국가대표팀의 재정보증인으로 힘을 보탠다. 서윤복, 남승룡은 숱한 고난을 겪고서야 마침내 42.195km 출발선에 선다.
깔끔하게 정제된 스포츠 영화다. 대한민국 마라토너들의 희로애락을 적정 온도로 펼쳐내며 스포츠 영화의 문법을 따른다. 등장인물들의 서사에 균일한 시간을 투자해 당위성을 끌어올린 뒤 갈등을 거쳐 화합에 이르는 과정에 단 하나의 걸림돌이 없다. 박진감, 완급 조절, 극적 승부 삼박자의 결합도 매끄럽게 연출됐다.
강제규 감독은 "배우들이 실제 마라톤 선수처럼 보일 때 관객들은 영화를 믿고 신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제작진은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에게 자문을 받아 경기 장면의 사실감을 끌어올렸다. 당대 마라톤 선수의 주법을 익히고자 1997년 춘천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26분 12초로 한국 여자 마라톤 신기록을 세웠던 권은주가 지도를 맡았다.
후반부 마라톤 대회 시퀀스는 영화의 백미다. 한 곳을 바라보며 질주하는 세계 각국 선수 156명과 현지 해설가들의 중계가 어우러져 당시 현장이 실감으로 다가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먼 고국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응원하는 동포들의 얼굴을 교차해 마음을 동요하게 만든다.
스포츠 영화로서 강렬한 체험을 선사할 '1947 보스톤'은 오는 27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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