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절 보러 오시는 관객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제 일이라 생각해요. 주어진 거에 최선을 다하는 거죠."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에서 절대적 존재가 되려는 욕망에 휩싸인 악귀 범천으로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긴 배우 허준호의 다짐이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만난 허준호는 여전히 "연기를 알아가고 있다"며 웃었다. 1986년 영화 '청 블루 스케치'로 시작해 37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떨린다"고 터놨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홍원찬 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조감독 출신인 김성식 감독이 처음 선보이는 장편 영화다.
천박사에게 더없이 위협적인 범천은 '액션 장인' 허준호가 빈틈없이 소화했다. 범천은 인간의 몸을 옮겨 다니며 영력을 사냥한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빙의돼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어 위압감이 실로 엄청나다.
허준호는 범천과 200% 일치하는 외향에 더해 강력한 야심에 사로잡힌 내면을 최대치로 표현했다. 천박사와의 결투 신에서 보여준 묵직한 액션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지난 6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로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났던 허준호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에 이어 오는 12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로 극장가를 찾는다.
허준호는 "최근 한 작품은 다 선택을 해주셔서 했다. 재밌는 게 제일 우선이다"라며 "처음에 책으로 보잖냐. 재밌는 소설을 하나 보는 거다. 마지막까지 알차면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범천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를 알렸다.
영화는 최첨단 컴퓨터그래픽(CG)이 동원된 비주얼 아래 판타지, 퇴마, 오컬트 등 다채로운 장르를 아우른다. 허준호는 "액션이 많고 트렌디하다. 이런 작품에 날 캐스팅해주다니. 선택해주셔서 감사했다. 의아했다"라며 겸손해했다.
"현장에서 배우들과 일부러 말을 잘 안 했다"는 허준호는 "지금 다가가서 말을 하고 있다. 박경혜와 영화 '모가디슈'도 해서 친하다. '선배님!' 하고 오는데 떨어뜨려놨다. 강동원과도 말을 안 섞었다"며 "편해지라고. 선배랑 있으면 불편하잖냐. 나도 같다"고 설명했다.
강동원과 대척점에 서서 호흡한 허준호는 "강동원은 그대로라 좋았다. 배려가 참 많더라"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허준호는 범천을 표현하면서 "너무 인간적이지 않게 보이려 했다"며 "어려웠다. 빙의해야 하잖냐. 김 감독께 범천의 목적이 뭐냐고 하니 '설경'이라더라. 간단하게 갔다"고 돌이켰다.
"대본을 계속 본다. 옛날보다 외우는 속도가 느려져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허준호는 "연습이 우선이고 기본이다. 연습 안 하면 안 된다. 계속 연습하고 외워놓고 연습하고 동선 정해지면 연습하고"라며 변함없는 진심을 꺼냈다.
허준호는 "욕심 많다. 한 커트 더 찍어달라며 김 감독을 귀찮게 했다. 강동원 찍어줬는데 나 안 찍어주면 삐친다. 욕심이 안 없어지더라. 전달이 잘 되게끔 기분 나쁘지 않게 이야기한다"라고 말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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