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친정팀 포수와 볼 배합에 관해 이야기하는 타자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포수와 긴 시간 사인을 주고받던 LG 최원태가 마운드에서 발을 풀었다.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다시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최원태는 계속해서 고개를 저으며 허도환 포수의 사인을 거부했다. 그러자 타석에 있던 한화 채은성이 발을 풀며 허도환에게 "(최)원태가 던지고 싶은 공 던지게 해요"라며 웃었다.
허도환도 채은성의 이야기를 듣고 미소 지었고 실제로 최원태가 원하는 볼로 사인을 맞췄다. 2스트라이크 0볼에서 최원태가 원하는 공은 하이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채은성이 커트 해냈고, 이후 허도환이 요구했던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포수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처리했다.
경기 중 타자가 타석에서 상대팀 포수와 볼 배합에 해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는 건 그만큼 허없이 지내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렇다. 채은성은 지난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14년 동안 LG에서만 뛴 선수다. 그는 2009년 신고선수로 LG에 입단해 지난 시즌에는 LG의 4번 타자로 활약하며 팀 타선을 이끈 중심타자였다. 지금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상대 팀으로 만나고 있지만 희애락을 함께한 LG 선수들과는 여전히 남다른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채은성은 두 번째 타석에서 복수를 다짐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LG는 함께한 시간이 긴 만큼 채은성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145km의 하이패스트볼을 보여준 뒤 123km의 느린 커브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채은성은 올 시즌 타율 0.266 124안타 20홈런 75타점 64득점 장타율 0.428 OPS 0.779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LG만 만나면 침묵한다. LG를 상대로 타율 0.180 11안타 2홈런 4타점 8득점 장타율 0.295 OPS 0.549로 가장 낮은 상대 기록을 보유 중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그랬다. 3번 타자 1루수 선발 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철저히 공략당했다.
반면 최원태는 중요한 복귀전에서 자신의 천적이었던 채은성을 완벽히 막았다. LG 시절 채은성은 키움 최원태를 상대로 통산 타율 0.417(24타수 10안타) 출루율 0.440 OPS 0.982로 매우 강했다. 하지만 LG 이적 후 허도환 포수와 호흡을 맞춘 이날은 달랐다. 첫 번째 두 번째 타석에서는 헛스윙 삼진, 세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플라이로 가볍게 잡아냈다.
한편 이날 경기는 2군에서 정비한 뒤 돌아온 최원태의 완벽한 승리였다. 최원태는 92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구속 148km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공으로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LG는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었던 최원태가 살아남으로써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숙원사업을 달성하기 위한 한 걸음 나아갔다.
[한화 채은성이 LG 허도환 포수에게 최원태와의 볼 배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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