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항저우(중국) 최병진 기자] 2023년 10월 1일 15일차
운명의 한중전. 오전부터 진행된 여자 배구 취재를 마치고 중국과의 8강전이 펼쳐지는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대략 경기 시작 3시간 반쯤 전에 도착을 했다. 평소보다 분주하게 경기장으로 이동한 이유는 기자석 확보 때문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취재진들도 평소보다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이 돼 일찍이 경기장으로 향했다.
덕분에 여유롭게 자리를 맡을 수 있었다. 한숨을 돌린 뒤 이런저런 기사를 쓰면서 본격적으로 8강전을 준비했다.
경기 시작이 다가오면서 예측대로 기자석은 많은 인파로 붐볐다. 경기장에 늦게 도착한 기자들이 빈자리를 찾으며 돌아다녔고 어느새 주변은 중국 기자들로 둘러 쌓여 있었다.
킥오프 시간이 다가오면서 양 팀 선수들이 입장을 하고 국가가 나오는 순간부터 진풍경이 벌어졌다.
기자석이 ‘일터’이기에 국가대항전이라도 한국 기자들은 경시 시작 전 행사를 차분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중국 기자들은 달랐다. 중국의 국가가 울리자 어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따라 불렀고 노래가 끝난 후에는 박수까지 치며 응원을 보냈다. ‘내가 지금 관중석에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자석 쇼타임은 지금부터였다. 기자 AD카드(신분증)를 차고 있는 중국 기자들은 중국이 한국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공격 기회를 잡으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쳤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0-2로 끌려가면서 졸전이 계속될 때는 분노하며 책상을 내리 치는 사람도 있었고 바로 뒤에 있던 한 중국인은 중국 선수들과 신경전을 펼친 송민규, 박규현을 향해 소리도 쳤다.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한국인”밖에 없었지만 뉘앙스로 어떤 종류의 말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더욱이 전반전이 끝난 후에 기자석을 떠나는 ‘칼퇴근’을 시전 하기도 했다.
이는 실제 중국 기자들도 있지만 AD카드만 목에 걸고 입장해 경기를 그저 관람한 중국인이 많은 결과였다. 노트북이 없는 사람, 심지어 응원 도구를 가지고 들어온 사람까지 모두 ‘허수’였다.
중국이 한국을 꺾는 가슴 벅찬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기자로 신분을 위장한 사람들의 놀자판’이 딱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뭐, 저들 입장에서 재미라고 한다면 재미 요소이기도 하고 우리 입장에서는 상식을 벗어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 같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기자석 분위기인 건 확실했다.
어찌 됐든 한국에게 4강 티켓을 내어주고 기이한 풍경까지 제공한 중국에게 심심한 위로를.
항저우(중국) =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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