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023년 9월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대표팀 박세웅이 몸을 풀고 있다./마이데일리
2023년 9월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 경기가 열렸다. 대표팀 박영현이 역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기대 이하의 경기력, 예상치 못한 결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도 수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국제대회에서의 '에이스'와 '마무리'를 제대로 발견했다.
한국은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일본과 숙명의 라이벌 맞대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조별리그를 2위로 통과한 한국은 자칫 결승무대를 밟지 못할 상황을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을 꺾은데 이어 대만이 중국과 맞대결에서 4-1로 승리하면서 한국의 결승 진출 가능성은 수직 상승했다. 일단 경우의 수는 사라졌다. 6일 중국을 꺾으면 금메달 결정전에서 대만과 리벤지 매치, 무릎을 꿇으면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을 가진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여러가지로 매우 중요한 국제대회였다. 최근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을 잃은 까닭. 한국은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겪은데 이어 올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3회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뼈아픈 결과를 남겼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선수단./마이데일리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선수단./마이데일리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 우승이라는 쾌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쓸어담아왔던 것과는 분명 상반된 행보였다. 결과도 좋지 않았지만, 과정도 최악이었다. 최근 도쿄올림픽과 WBC에서는 경기 내·외적으로 사건사고가 많았다. 도쿄올림픽에서는 강백호가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색이 짙어가는 상황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WBC에서는 2루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하다 아웃을 당하는 상황을 겪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WBC가 끝난 직후 당시 대표팀에 소속돼 있던 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술을 마신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와 선수들의 일탈이 알려지면서 야구 팬들과 국민들의 분노는 절정에 달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결과는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금메달이 필수적.
사실 지금까지의 과정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이번 대표팀은 만 25세 이하, 입단 4년차 이하로 선수단을 꾸렸는데, 지난 1일 열린 홍콩과 맞대결에서부터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투수진은 탄탄했지만, '한 수 아래' 홍콩 마운드를 공략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리고 이튿날은 충격적인 결과까지 날아들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더블A에 소속된 대만 유망주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0-4로 패했다. 한국은 태국을 17-0으로 완파하면서 슈퍼라운드에 진출했지만, 5일 일본전도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던 것은 분명했다. '실업' 선수들 위주로 꾸려진 일본 마운드를 공략하는데 크게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수확이 없는 경기는 아니었다.
2023년 9월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대표팀 박세웅이 몸을 풀고 있다./마이데일리
2023년 9월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대표팀 박세웅이 몸을 풀고 있다./마이데일리
향후 수년간 국제대회에서 '에이스'와 '클로저'를 맡아줄 수 있는 자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바로 박세웅과 박영현이다. 박세웅은 이날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고, 박영현은 마무리로 등판해 최고 156km의 엄청난 볼을 뿌리며 '2이닝 세이브'를 수확했다.
상무 입대까지 미뤄가며 항저우 대표팀 발탁을 노렸던 박세웅은 올 시즌 출발이 썩 좋지 못했다. 4월 4경기 등판에서 1패 평균자책점 5.12로 매우 부진했고, 항저우 대표팀 발탁에는 먹구름이 끼는 듯했다. 하지만 5월 5경기에서 3승을 수확, 평균자책점 1.88로 부활했고, 꾸준히 좋은 모습을 이어간 끝에 '와일드카드'를 통해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박세웅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까지 총 세 차례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국제대회에서 성적은 눈부셨다. 도쿄올림픽에서는 불펜으로 활용되며 4경기(3⅔이닝)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고, WBC에서는 일본을 상대로 '콜드게임'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수모를 막아낸데 이어 체코전에서 4⅔이닝 동안 8탈삼진을 기록하며,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당시 '풀카운트'의 한 기자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돋보였던 선수를 꼽아달라'는 말에 투수 쪽에서는 주저 없이 박세웅을 꼽았다. 그는 "컨트롤은 물론 구위도 좋았다. 특히 체코전에서는 슬라이더가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 도쿄올림픽에서의 활약은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던 기억이다. 하지만 이번 WBC에서는 분명 달랐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번 아시안게임 전까지 국제대회 성적은 7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1.42로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더 이름값이 있는 선수들에게 가려져 '에이스'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박세웅은 2024년 프리미어12와 WBC에서 믿고 1선발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증명했다.
2023년 9월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 경기가 열렸다. 대표팀 박영현이 역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훈련. 박영현. /마이데일리
수확은 박세웅 뿐만이 아니었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위즈의 1차 지명을 받은 박영현의 존재감도 두드러졌다. 박영현은 올해 67경기에서 3승 3패 32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2.82로 활약하며 첫 태극마크를 달았고, 조별리그에서 2경기 1세이브로 활약하더니 이날 일본을 상대로는 156km의 직구를 앞세워 2이닝 세이브를 손에 넣었다.
'조선의 4번 타자'라는 수식어를 보유한 이대호 해설위원은 "박영현의 팬이 됐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조금 더 경험을 쌓고, 꾸준함을 보여줘야 되지만, 뒷문을 맡겨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이들의 활약이 더욱 빛나기 위한 방법은 '금메달'이다. 일단 대만이 중국을 잡아주면서 '판'은 깔렸다. 6일 중국을 꺾고, 대만과 리벤지 매치에서 승리해 최고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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