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너무 잘 해도 고민이네.
한화 이글스 손혁 단장과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은 올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2년차 문동주의 이닝을 120~130이닝 정도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문동주가 작년과 달리 부상 없이 처음으로 선발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시즌 종료시점을 잡아야 했다. 무려 9월 초였다.
사실 최원호 감독은 의학적 소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부임하기 전에 결정된 사안을 받아들였다. 심지어 한화는 문동주가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되자 정규시즌을 120이닝 안팎에서 마치기로 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약 10이닝 정도 던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초유의 9월 초 ‘셀프 시즌아웃’이 나온 배경이다. 실제 문동주는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예선과 결승서 각각 5이닝씩 던졌다. 정규시즌 23경기 118⅔이닝까지. 합계 25경기 128.1이닝. 절묘하게 계산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아니었다. 문동주는 11월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릴 제2회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도 태극마크를 단다. 여기서도 1경기 정도 선발 등판이 예상된다. 그럴 경우 결국 시즌 합계 이닝은 130이닝 이닝을 넘길 전망이다.
문제는 이미 140이닝을 넘었다는 점이다. 문동주는 올해 시범경기 2경기서 7이닝, 퓨처스리그 2경기서 5이닝을 던졌다. 한화에서만 130⅔이닝을 소화했고, 항저우에서 던진 10이닝을 더하면 140⅔이닝이다.
이런 상황서 APBC를 소화하면 150이닝 가깝게 간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사실상 시즌 전 한화의 130이닝 제한이 큰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사실 이닝보다도 11월 중순까지 일정을 소화하는 것 자체가 처음으로 풀타임을 보낸 투수에겐 버거울 수도 있다. 9월부터 줄기차게 공을 던진 건 아니었지만,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옮겨 다니는 광폭행보다.
어쨌든 올 시즌은 기대이상의 성과를 낸 시즌이다. 신인왕 경쟁서도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 복무도 해결했다. 류현진(36, FA) 이후 한화를 대표하는 토종 특급선발로 롱런할 채비를 갖췄다.
아프지만 않으면 되는데,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만큼 2024시즌 준비를 꼼꼼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실력을 내년에도 유지하면 국가대표 단골이라고 봐야 한다. 내년엔 진짜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실질적인 한화 에이스로 거듭날 시기. 내년에도 올해처럼 그 어떤 투수보다 오래 던져야 할 수도 있다. 시즌 후 프리미어12가 기다린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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