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명색이 FA 포수인데, 포스트시즌 들어 출전기회가 없다.
NC 다이노스 강인권 감독은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에 이어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까지 4경기 36이닝 내내 김형준(24)을 주전포수로 기용했다. 4년 46억원에 FA 시장에서 영입한 박세혁(33)은 벤치신세다.
준플레이오프부터 가세한 박대온(28)은 KT 위즈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말 그대로 예비 포수이고, 박세혁과는 상황이 다르다. 올 시즌 박세혁은 88경기서 타율 0.211 6홈런 32타점 35득점 OPS 0.654. 성적도 좋은 편은 아니고, 시즌 중반 이후 손목 부상 여파가 심하긴 했다.
그렇다고 해도 박세혁이 중요한 포스트시즌서 1경기도 못 나가고 김형준이 4경기 내내 선발 출전하는 건 의외다. 강인권 감독은 와일드카드결정전 당시 선발투수 태너 털리가 김형준과 호흡을 많이 맞춰봤다고 설명했다.
결정적으로 김형준이 그날 홈런만 두 방을 터트리며 맹활약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도 홈런 한 방을 때렸다. 이번 포스트시즌 4경기(13타수 3안타)서 기록한 안타가 모두 홈런이었다. 포스트시즌서는 SSG 타자들의 장, 단점을 철저히 파악해 맞춤형 볼배합을 한 게 통했다. 강인권 감독도 이 부분을 호평했다. 경기흐름에 따라가는 것도 중요한데, 어쨌든 김형준이 공부를 많이 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플레이오프에는 박세혁에게 기회가 찾아올까. 1차전 선발투수는 에릭 페디다. 페디는 이번 포스트시즌 첫 등판. 정규시즌서 박세혁과 호흡을 많이 맞췄다. 때문에 이날은 강인권 감독이 전격적으로 박세혁을 주전포수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NC가 이번 포스트시즌서 첫 패배를 당할 경우,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박세혁이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 박세혁은 포수치고 발도 빠르고 큰 경기 경험도 있는 포수다. 그럼에도 김형준이 플레이오프서도 안방을 독점할 경우 NC가 엄청나게 경기를 잘 풀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나아가 2024시즌 주전경쟁에도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이미 김형준은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대표팀의 메달 색이 바뀔 수 있는 긴박한 상황서 대표팀의 금메달을 견인했는데, 포스트시즌은 떨리지 않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현 시점에선 김형준의 자신감이 하늘을 짜르니, 밀어주는 게 맞다.
어쨌든 2024시즌 주전포수 경쟁이 흥미롭게 됐다. 김형준이 이렇게 중요한 무대에서 이 정도로 해주는데 박세혁이 내년에 자연스럽게 주전을 차지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졌다. 박세혁도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김형준의 포스트시즌 맹활약이 NC의 안방 내부 경쟁력을 키우는 촉매제다.
포수 출신으로서 포수들의 심리를 잘 아는 강인권 감독의 용병술도 새삼 돋보인다.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취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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