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4연승'을 질주할 정도로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NC 다이노스가 '20승 에이스' 에릭 페디를 앞세워 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5연승을 내달렸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플레이오프 최다 연승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워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NC는 3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 KT 위즈와 원정 맞대결에서 9-5로 승리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준PO)까지 4연승을 질주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NC, 정규시즌 최하위권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2위로 시즌을 마감한 뒤 오랜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비축한 KT의 맞대결. 기선제압에 성공한 것은 연승 행진을 타고 있던 NC였다.
▲ 선발 라인업
NC : 손아섭(지명타자)-박민우(2루수)-박건우(우익수)-제이슨 마틴(중견수)-권희동(좌익수)-서호철(좌익수)-오영수(1루수)-김형준(포수)-김주원(유격수), 선발 투수 에릭 페디
KT : 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앤서니 알포드(좌익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조용호(우익수)-문상철(지명타자)-배정대(중견수)-박경수(2루수),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
이날 이강철 감독은 경기에 앞서 타순에 대한 질문에 "2번 타순과 알포드의 위치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장성우가 컨택 능력이 좋기 때문에 '3번으로 기용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수성과 알포드가 NC를 상대로 성적이 좋았던 것을 고려해 3번에 배치했다"며 리드오프에 대해서는 "김상수가 1번 타자로 출루율과 득점력이 좋다. 지금 상황에서는 (김)상수가 가장 낫다"고 선발 라인업을 구성한 배경을 밝혔다.
강인권 감독은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 때와 대동소이한 라인업을 꺼내들었는데, 준플레이오프에서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던 오영수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선택을 가져갔다. 사령탑은 "타순은 현재 선수들의 컨디션을 가장 먼저 본다. 그리고 상대 전적과 코치님들의 의견을 듣고 구성하는데, 1루 쪽에서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오영수가 KT 투수들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 공격력이 활발해져야 할 것이라 느껴 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 승률 100% 에이스와 20승 에이스의 맞대결. 선발 싸움에서 웃은 NC
이날 경기는 플레이오프 1차전을 넘어 현재 KBO리그 최고의 투수들의 맞대결이 벌어졌기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NC는 외국인 선수로서는 역대 '최초' 20승-200탈삼진의 고지를 밟은 '트리플크라운' 에이스 에릭 페디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당했던 타박상을 털어내고 마운드로 돌아왔고, KT는 시즌 중반 KBO리그에 복귀해 12승 무패로 승률 100%를 기록했던 윌리엄 쿠에바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페디는 올해 30경기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 KT를 상대로는 유독 승리 운이 따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3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2.65로 좋은 모습. 쿠에바스는 올해 18경기에 등판해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을 마크, 올해 NC를 상대로는 1경기에 나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통산 맞대결은 11경기에서 4승 3패 평균자책점 3.38로 나쁘지 않았다.
리그 최고의 투수들의 맞대결에서 미소를 지은 것은 NC였다. 2주의 공백 속에서 마운드에 오른 페디는 건재했다. 페디는 1회 시작부터 유격수 땅볼 2개와 삼진 한 개를 곁들이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 박병호-장성우로 이어지는 KT의 중심 타선을 상대로 연속 삼진을 솎아낸 뒤 조용호를 2루수 땅볼 처리하며 위력적인 투구를 뽐냈다.
첫 실점은 3회였다. 페디는 두타자 문상철과 맞대결 3B-1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5구째 153km 몸쪽을 찌르는 투심을 공략당했고,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으로 연결됐다. 이어 페디는 후속타자 배정대에게 내야 안타를 내주면서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추가 실점은 없었다. 페디는 박경수를 삼진 처리한 뒤 김상수의 유격수 땅볼에는 선행 주자를 지웠고, 이어나온 황재균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20승 에이스의 순항은 이어졌다. 페디는 4회말 알포드-박병호-장성우로 이어지는 KT의 강타선을 상대했는데, 132km 스위퍼-152km 투심-131km 스위퍼를 각각 위닝샷으로 던져 'KKK' 이닝을 만들었다. 그리고 5회 문상철에게 볼넷, 박경수에게 안타를 내주면서 이날 첫 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150km 투심과 134km 스위퍼로 두 개의 삼진과 중견수 뜬공으로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며 무실점을 투구를 이어갔다.
페디는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황재균과 박병호에게 결정구로 스위퍼를 던져 두 개의 삼진을 솎아냈고, 알포드를 중견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에이스'라는 호칭에 걸맞은 투구를 선보인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 '너무 오래 쉬었나?' 믿었던 에이스의 부진, 집중력 저하까지
KT는 지난 10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를 가진 뒤 무려 19일의 휴식을 가졌다. 1위 LG 트윈스와 휴식 기간이 같을 정도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너무나도 길었던 휴식기가 오히려 독이 된 것일까. KT는 1차전부터 무너졌다. '에이스' 쿠에바스가 무너진 것도 뼈아팠지만, 패배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실책을 비롯해 집중력 저하로 인한 아쉬운 수비들까지 쏟아졌다.
믿었던 에이스는 일단 4회를 넘어서지 못했다. 쿠에바스는 1회 시작부터 손아섭과 박민우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실점 위기를 맞았고, 제이슨 마틴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선취점을 내줬다. 쿠에바스는 이어지는 1, 3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내면서 안정을 되찾는 것처럼 보였으나, 2회 선두타자 오영수에게 던진 6구째 149km 포심을 공략당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허용해 2실점째를 기록했다.
쿠에바스의 실점은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KT의 치명적인 실책이 시작됐다. 쿠에바스는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3루수 방면에 뜬공을 유도하는데 성공했고, 첫 번째 아웃카운트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때 황재균이 박민우의 타구를 잡았다가 놓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곧 실점으로 직결됐다. 쿠에바스는 후속타자 박건우에게 초구 143km 직구를 공략당했는데, 이 타구 또한 공교롭게 황재균 쪽으로 향했다.
매우 강한 타구였던 박건우의 타구는 3루수 황재균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음에도 잡을 수 없는 코스로 빠져나갔고, 1타점 2루타로 연결됐다. 3실점째를 기록한 쿠에바스는 후속타자 마틴을 2루수 땅볼 처리하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권희동에게 적시타를 맞으면서 실점은 4점이 됐다.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지만, 다시 마운드에 오른 쿠에바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쿠에바스는 4회 시작과 동시에 김형준에게 볼넷을 내줬고, 후속타자 김주원의 투수 땅볼 타구를 병살타로 연결시키는 과정에서는 악송구를 저질렀다. 게다가 폭투까지 범하면서 무사 2, 3루 위기를 자초한 쿠에바스는 결국 손아섭에게 적시타를 맞은 뒤에야 마운드를 내려갔다. KT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엄상백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통하지 않았다. 엄상백은 첫 타자 박민우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건우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면서 실점은 계속됐다.
대량 실점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 실책성 플레이가 발생했다. KT는 엄상백을 강판, 손동현을 투입했는데, 이어지는 2사 1, 2루에서 권희동의 타구가 중견수 배정대의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나왔고, 누상에 있던 모든 주자가 홈을 파고들면서 간격은 7점차까지 벌어졌다. 잡아내기 어려웠지만, 못 잡을 타구는 아니었던 만큼 KT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컸고, 4회부터 승기는 NC 쪽으로 확연하게 기울었다.
# 1차전 기선제압의 중요성. 치열했던 신경전
이날 KT위즈파크에는 어수선한 상황 두 가지가 발생했다. 1차전의 기선제압이 가진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양 팀은 경기 내내 매우 예민한 모양새였다. 첫 번째 상황은 1회였다. 손아섭-박건우의 연속 안타와 마틴의 희생플라이 등으로 만들어진 2사 3루에서 권희동이 볼넷을 얻어냈다. 권희동이 보호 장비를 풀고 1루로 나가던 중 3루 주자 박민우가 갑작스럽게 홈을 파고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심은 '볼데드' 상황이었던 만큼 박민우의 귀루를 선언했고, 박민우는 두 팔을 벌리며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양 팀의 신경전이 절정에 달했던 것은 5회였다. NC가 8-1로 크게 앞선 5회말 페디가 선두타자 조용호를 삼진 처리한 뒤 문상철과 무려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고, 위닝샷으로 134km 스위퍼를 구사했다. 중계 방송 화면상으로는 분명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공, KBO리그 공식 어플에도 몸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을 걸치는 공이었다. 이 공에 주심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하지 않고, 볼넷이 되자 페디는 이민호 주심을 향해 격한 반응을 드러냈다.
페디의 항의에 이민호 주심이 마운드 쪽으로 향하자 강인권 감독이 더그아웃을 뛰쳐나왔고, 이민호 주심을 말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문제는 이후였다. 상황이 정리된 후 NC는 김수경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페디를 다독이는 장면이 나왔는데, 여기서 이강철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코칭 스태프가 두 번이나 파울 라인을 넘어설 경우에는 반드시 투수 교체가 이뤄져야 하는데, 강인권 감독에 이어 김수경 코치까지 총 두 명의 코칭스태프가 파울 라인을 넘었다는 것이었다.
격분한 이강철 감독은 이민호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인권 감독이 파울 라인을 넘어섰던 것은 맞지만, 일부러 파울 라인을 넘은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까닭. 이미 승기가 NC 쪽으로 넘어간 상황이었지만, 이강철 감독이 강하게 항의를 펼친 이유는 일방적인 패배 속에서도 2차전을 고려해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만큼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 KT 마운드 폭격한 NC의 무시무시한 타선, 78.1%의 확률 잡았다!
NC는 와일드카드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총 4경기에서 32점을 뽑아냈다. 경기당 득점은 무려 8점. 불을 뿜는 타격은 이날도 이어졌다. NC는 1회부터 KBO리그에서 최고의 '교타자'로 불리는 손아섭과 박민우의 연속 안타 등으로 만들어진 찬스를 바탕으로 가볍게 선취점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2회에는 KT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뽐내고 있던 오영수가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흐름을 탄 NC의 득점 공세는 계속됐다. NC는 3회 KT 황재균의 실책으로 마련된 찬스에서 박건우가 1타점 2루타를 쳐냈고, 권희동도 달아나는 적시타를 터뜨렸다. 그리고 승기는 4회에 굳혀졌다. NC는 이번에도 KT의 실책을 바탕으로 마련된 득점권 찬스에서 손아섭의 적시타, 박건우의 희생플라이로 두 점을 달아나더니, 권희동이 승기를 잡는 2타점 3루타를 쳐냈다.
NC는 4회 득점 이후 좀처럼 추가점을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경기 막판 다시 타선이 불타올랐다. NC는 권희동과 도태훈의 연속 안타로 만들어진 득점권 찬스에서 첫 번째 타석에서 아치를 그렸던 오영수가 승기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쳐냈다. NC는 장단 13안타로 9점을 쓸어담는 효율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이번 가을무대 5경기에서 득점은 총 41득점.
NC는 에이스 페디가 마운드를 내려간 후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NC는 큰 점수차에도 불구하고 김영규(1이닝)와 류진욱(1이닝)까지 필승조가 차례로 올라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문제는 9회말이었다. NC는 큰 격차에 김시훈(⅔이닝)을 투입했는데, 2사 만루의 위기를 만들어놓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용찬(⅓이닝)이 배정대에게 그랜드슬램을 허용하면서 격차는 9-5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매듭지었고,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 78.1%를 손에 쥐었다. 무려 5연승. 기세가 매섭다.
수원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