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021 한국시리즈 당시 박경수./마이데일리
KT 위즈 박경수./창원=심혜진 기자
[마이데일리 = 창원 심혜진 기자] 2연패 뒤 1승을 거두며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KT 위즈 주장 박경수는 웃지 않았다. 자신의 호수비가 더해졌음에도 말이다.
KT는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KT는 2연패 뒤 1승을 거두면서 기사회생했다.
이날 승리로 KT는 NC의 가을야구 10연승 신기록도 저지했다.
선발 고영표는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공교롭게도 아들의 첫 생일날 마운드에 올라야 했는데, 아버지의 힘을 보여줬다. 물오른 NC의 방망이를 완벽하게 제압해냈다.
타선에서는 홈런이 펑펑 터졌다. 1차전에서 나란히 손맛을 본 배정대와 문상철이 각각 투런포,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승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후반에는 수비가 돋보였다. KT는 7회부터 선발 고영표를 내리고 불펜을 가동했다.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1, 2차전에서 수비 실책이 연달아 나오면서 아쉬움을 샀는데, 3차전에선 달랐다.
바통을 이어 받은 손동현이 올라와 마틴을 상대했다. 마틴이 강한 타구를 날렸는데, 2루수 박경수가 다이빙캐치로 막아낸 뒤 1루로 뿌렸다. 2021년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에서 멋진 캐치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여러 차례 슈퍼 캐치를 선보였다. 3차전에서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해 4차전을 뛰지 못했지만 그의 호수비는 야구팬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렇게 목발을 짚고 한국시리즈 MVP를 받은 바 있다. 이날도 베테랑다운 관록의 수비가 나왔다.
KT 위즈 박경수./마이데일리
2021 한국시리즈 MVP 수상했던 박경수./마이데일리
경기 후 만난 박경수는 크게 웃지 않았다. 그는 "고참으로서 너무 미안하다. 팀이 패하면서 고참들이 한 게 없어서 책임감이 크다"고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은 호수비로 팀 승리에 기여해 다행이었다. 박경수는 "다이빙캐치로만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그 동작이 아니면 잡을 수 없는 타구다. 수비를 하다 보면 어려운 타구는 아니지만 다이빙을 해서 잡아야 하는게 있다. 오늘 딱 그렇게 잡은 것이다. 좀 멋있어 보였는지 동료들이 다들 칭찬을 많이 해줬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제일 큰 형이 좋은 모습으로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 잡고 나서 순간적으로 짜릿했던 것 같다. (잡고 글러브를 친 것에 대해서는) 나도 깜짝 놀랐다. 좀 창피했다"고 말했다.
1위 결정전,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슈퍼캐치가 생각날 법도 하지만 박경수는 크게 웃지 않았다. 누구보다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타격 보다는 수비에 더 집중하고 있다.
박경수는 "내가 나가는 것은 수비 쪽에 더 비중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 실수가 없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패 중이라 주장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했다. 미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황재균이 등장했다. 박경수는 "주장으로서 미팅을 해야 되는지 말아야 하는지 엄청 고민을 했다. 그런데 (황)재균이가 한 마디 하겠다고 하더라.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2패했는데 뭐가 두렵냐. 더 열심히 해보자'라고 했다. 고참으로서 정말 고마웠다"고 전했다.
박경수는 "오늘 이겼으니 경기력이 더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팀 장점 중 하나가 초반에 안 좋다가 마지막에 치고 올라온 것이다. '여기서 더 이상 떨어질 게 뭐 있냐. 편하게 하자'고 마음 먹으면 치고 올라왔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됐으면 좋겟다. 어려울 때 선수들이 더 잘 뭉치는 팀이라 기대를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박경수./KT 위즈
창원=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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