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최고참 언니가 인디언밥을 시작하자 눈치 보던 후배들도 함께 참여
[마이데일리 = 대전 유진형 기자] ‘디펜딩 챔피언’ 한국도로공사가 개막 4연패 끝에 드디어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정관장과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1 25-22 25-20)으로 승리하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승을 거뒀다. 부키리치가 서브 득점 3개 포함 31점을 올리며 맹활약했고, 아시아쿼터 타나차가 11점, 신인 김세빈이 블로킹 4개 포함 6점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승리의 순간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포효하며 기뻐했다. 이제 1승인데 코트를 방방 뛰며 이렇게 기뻐한 모습을 보니 그녀들이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한국도로공사의 시즌 초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주포 박정아(페퍼저축은행)와 베테랑 정대영(GS칼텍스)이 떠나며 주전들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트레이드로 전력 보강을 하긴 했지만, 주축 선수들이 이탈로 전력 변화가 컸고 설상가상 주전 세터 이윤정이 시즌 초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했다.
아무리 김종민 감독이라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김종민 감독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여자부 역대 사령탑 최고 대우로 3년 재계약했다. 그런데 개막 후 4연패였다. 특별히 내색하지 않았지만, 김종민 감독이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건 선수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은 김종민 감독을 챙겨주고 싶었다. 승리 직후 임명옥은 김종민 감독에게 달려가 손을 잡고 코트로 끌고 왔다. 어리둥절하며 코트로 끌려 나온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에게 행복한 집단 폭행을 당했다. 최고참 임명옥이 인디언밥을 시작하자 눈치 보던 후배들도 용기를 냈다.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에게 맞으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김종민 감독은 2016년 한국도로공사 감독에 부임했다. 계약 기간을 모두 채워 2026년까지 팀을 이끌면 여자부 역대 최초로 10년 동안 한 팀을 이끌게 된다. 오랜 시간 함께한 김종민 감독과 선수들은 가족이다. 실제로 임명옥은 지난해 V리그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최고 리베로상을 받은 뒤 "배구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자존감이 바닥일 때 김종민 감독님께서 '네가 최고다'라고 칭찬해 주셨다.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라며 김종민 감독을 언급했다.
항상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던 임명옥은 시즌 첫 승의 순간 가장 먼저 김종민 감독을 챙기는 모습이었다.
[개막 4연패 끝에 첫 승리한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승리 직후 김종민 감독을 축하했다 / KOVO(한국배구연맹)]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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