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아프지 않고 즐거운 야구를 하고 싶어서"
최준용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정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투수로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고 데뷔해 2패 8홀드 평균자책점 4.85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남겼다. 최준용은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바탕으로 2021시즌 4승 1패 20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5로 활약, 롯데의 든든한 '허리'로 자리매김했다. 최준용-구승민-김원중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10개 구단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힐 만큼 탄탄한 계투진.
최준용은 2022년 시즌 초반 '장발클로저' 김원중이 부상으로 인해 자리를 비운 동안 롯데의 '뒷문'을 책임지며, 68경기에 등판해 3승 4패 6홀드 14세이브를 수확하며 탄탄대로의 길을 걸어나갔다. 평균자책점이 4.06으로 크게 치솟았지만, 이는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47경기에 나서 2승 3패 14홀드 평균자책점 2.45의 성적을 거뒀다. 그 결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도 발탁되는 기쁨을 맛봤다.
최준용은 지난 6일부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 중인 APBC 대표팀에 합류, 대회를 앞두고 훈련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첫 성인 대표팀 발탁보다 더 주목을 받은 것이 있었다. 바로 '타자' 최준용으로의 변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최준용은 APBC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롯데 마무리캠프에서 방망이를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투수로 통산 4시즌 동안 9승 11패 48홀드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 중이었던 만큼 이목이 집중되는 소식이었다.
지난 6일 취재진과 만난 최준용은 APBC 대표팀 입성 소감을 묻자 "실력이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나)균안이 형이 '국제대회를 다녀오면 실력적으로나 마인드적으로 많이 늘 거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 청소년 대표팀 이후로는 처음인데, 그때의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다.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APBC에 대한 기대도 클 텐데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타자'로서의 변신에 대한 소식이 전해진만큼 이에 대한 질문도 피할 수 없었다. 당시 최준용은 "만약에 한다고 하면 답을 하도록하겠다"며 "마음을 먹긴 했는데, APBC에서는 투수를 해야 한다. 투수에 전념 하도록 하겠다. 타자를 한다면 투수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것이다. 하지만 팀에서 결정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APBC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러한 가운데 7일 대표팀 훈련이 진행되던 중 나승엽의 방망이를 잡은 최준용이 등장했다. 최준용은 이진영 코치가 올려준 공을 치는 '토스 배팅'을 진행한 뒤 이내 배팅케이지로 들어섰다. 그리고 배팅볼 투수가 던진 공에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며 타격 연습을 이어갔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배팅 장갑을 끼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최준용의 모습은 취재진을 비롯한 대표팀 동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투수로 대표팀에 발탁된 최준용이 타격연습을 진행했던 배경에는 류중일 감독의 주문이 있었다. 류중일 감독 또한 최준용이 최근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까닭. 사령탑은 "불펜 투구를 하는데, '너 오늘 한 번 쳐봐라. 내가 보고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단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하며 "일단 치는 그림은 괜찮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타격 훈련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최준용은 "국가대표 타자들이 모두 보고 있어서 너무 긴장을 했다. 아직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어릴 때부터 수비를 하는 것과 타격을 하는 것을 워낙 좋아했다. 투수를 하면서도 공이 내게 오면 재밌었다. 물론 힘들긴 하지만, 즐거운 것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야수를 하게 된다면 정말 노력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현재 최준용은 오타니 쇼헤이와 같은 '이도류'가 아닌 '타자 전향'을 고려 중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구단의 허락이 필요한 상황. 일단 롯데는 스프링캠프 때까지 최준용이 투수와 타자로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투수로도 훌륭한 성적을 거두면서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달게 됐는데, 왜 최준용은 타자로 전향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부상 때문이었다.
최준용은 데뷔 초부터 어깨와 등을 비롯한 여러 부위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았는데, 이게 타자로서의 전향의 시발점이 됐다. 최준용은 "자주 아프고 재활을 하다 보니 조금은 지친 상태다. 원래는 아프면 '더 열심히 재활하고, 1군에 올라가서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20살 때부터 1년에 한두 번씩 재활을 하다가 올해 5월까지만 총 세 번의 재활을 했다. 그래서 5월부터 구단에 뜻을 전했다. 아무래도 부상이 가장 큰 것 같다. 투수를 너무 하고 싶은데, 좋아하는 야구를 너무 아프면서 하다 보니, 아프지 않고 즐거운 야구를 하고 싶어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이들에게 고민을 털어놨던 최준용. 그는 "정말 많이 이야기를 해왔다. (전)준우 선배님은 항상 호텔에 같이 있으니, 이야기를 하면 기본적으로 1시간은 했던 것 같다. 선배님께서 '네게 가장 좋은 건 투수지만, 야수를 한다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손)아섭 선배님도 통화를 하면서 내가 치는 영상을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받았다. 비시즌에는 함께 운동을 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배팅장갑 20켤레도 주시더라. 아섭 선배님은 '내가 장비는 다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야구에 집중하라'고 하셨다"고 했다.
계속해서 최준용은 "(유)강남이 형도 '네가 야수를 하면 형이 다 해줄게. 다만 그전까지는 투수를 조금 더 해보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말을 해주셨다. 강남이 형과 아섭 선배님이 '만약에 야수를 한다면, 도구도 주고 알려주겠다'는 말씀을 하시 많이 든든했다"고 덧붙였다.
'이도류'의 경우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한데, 타자로 전향할 경우 수비에 대한 문제도 발생한다. 최준용과 구단도 이를 모르지 않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일단 수비는 내야밖에 해보지 않았는데, 내야를 한다면 많은 훈련량이 필요할 것 같고, 외야도 코치님들이 잘 알려주신다면 잘 할 자신이 있다"며 "나는 야수만 하고 싶은데, 구단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두 가지를 하거나, 투수만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아프지 않고 야구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시즌 중반부터 방망이를 손에 잡았던 최준용의 손바닥에는 벌써 굳은살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방망이를 쥐고 있을 때의 최준용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을 정도로 타격을 즐기는 모습. 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최준용은 "이진영 코치님께서는 '스윙이 좋다. 한 개만 해! 왜 야수들 것까지 뺏으려 해'라고 하시더라"고 활짝 웃었다.
롯데의 입장에서는 1군에서도 통하는 것은 물론 리그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공을 보유한 최준용의 타자 전향에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투수로서의 뛰어난 재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 반면 최준용은 타자로서의 전향을 희망하는 중. 양측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결말이 만들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력'으로서 증명이 필요하다.
대구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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