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14년 간의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김유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율대장 납시오'
특유의 유쾌함과 순수함으로 동료들을 비롯해 수많은 배구 팬의 사랑을 받았던 김유리가 오랜만에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는 '도드람 2023-24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GS칼텍스와 페퍼저축은행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시작 전 양 팀 선수들이 코트에서 훈련하고 있을 때 응원단상에서는 김유리 은퇴식이 진행됐다. 현역 시절 '행복 바이러스'로 불리며 코트와 웜업존에서 그녀만의 특유의 유쾌함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던 김유리는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동료들과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먼저 입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김유리가 한복을 입고 가마를 탄 채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자 훈련하던 GS칼텍스 후배들은 깜짝 놀라며 훈련을 멈췄고 차상현 감독은 크게 웃었다. 김유리는 창피해하면서도 손을 흔들며 율대장의 입장을 알렸다.
가마에서 내린 뒤 "제가 무거웠을 텐데 가마 들어주신 분들께 죄송하다"라며 자신을 위해 수고를 해준 가마꾼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응원단상에 올라와 팬들에게 인사했다. 팬들은 지난 6시즌 동안 GS칼텍스의 중앙을 책임진 김유리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영했다.
절대 울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김유리지만 구단이 준비한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하지만 차상현 감독의 영상에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차상현 감독은 영상을 통해 "고생 많이 했다. 이제 시집가라. 청첩장 꼭 보내길 바란다"라며 눈물을 참고 있던 김유리를 웃게 했다. 그리고 차상현 감독은 응원단상에 직접 올라가 꽃다발을 선물하고 따뜻하게 포옹하며 김유리의 '제2 배구 인생'을 응원했다.
김유리는 차상현 감독과 좋은 추억이 많다. 차상현 감독이 GS칼텍스로 부임 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팀의 주장을 역임했다. 기업은행에서 GS칼텍스 이적 후 고질적인 무릎 부상 여파로 경기 출전 횟수가 줄었고 블로킹 숫자도 줄었지만, 차상현 감독은 그녀를 신임했다. 선수들도 그녀를 잘 따랐고 주장 김유리는 GS칼텍스를 그 어느 팀보다 분위기 좋은 팀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2020-2021 시즌에는 차상현 감독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 은퇴식에서도 두 사람의 표정만 봐도 감독 선수 그 이상의 끈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김유리는 현역 시절 팀을 대표하는 주축선수도 스타 선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녀를 유독 잘 따랐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코트에서 누구보다 밝고 성실했기에 선수단은 물론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날 은퇴식을 했지만, 김유리는 이번 시즌 전 은퇴를 선언했고, 현재 KBSN 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으로 제2의 배구 인생을 걷고 있다.
[김유리가 동료들과 배구 팬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은퇴식을 했다 / KOVO(한국배구연맹)]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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