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이 들어온 고우석(LG 트윈스). LG가 빅리그 도전을 허락했을 때 과연 큰 규모의 계약을 품을 수 있을까.
KBO는 지난 15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LG 고우석, 키움 이정후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받고, '해당 선수는 각각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구단 소속 선수임'을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타격 5관왕과 함께 정규시즌 'MVP' 타이틀을 손에 넣은 이정후는 2023시즌 종료된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후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은 당연한 수순. 깜짝 놀랄 만한 것은 고우석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를 요청받았다는 점이었다.
고우석은 이정후와 마찬가지로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은 선수. 2017년 프리미어12와 2021년 도쿄올림픽,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등 각종 국제대회 출전을 통해 부족했던 등록 일수를 모두 충족하면서 포스팅을 통한 해외 진출을 모색해 볼 수 있게 됐다.
LG는 고우석에 대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신분조회 요청에 '깜짝' 놀란 기색이었다. 올해 고우석이 단 한 번도 빅리그 진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명석 단장은 신분조회 요청 소식이 전해진 직후 '마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정말 깜짝 놀랐다. 예상을 못 했던 일이라 당황스럽다. 일단 16일 오후 고우석 측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신분조회가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지만, 빅리그 진출로 연결되지 않은 선수로 여럿 있었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은 고우석의 신분조회 요청 사실을 전하면서도 "신분조회는 빅리그 구단들이 포스팅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게 관심을 보일 때 하는 공식적인 절차"라며 "분명한 것은 신분조회를 요청하는 것은 해당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도약할 것이라는 확정적인 선언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고우석은 내심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뜻을 품고 있었다. 차명석 단장과 고우석 측은 지난 16일 만남을 가졌고, 고우석 측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빅리그 도전 의사를 밝혔다. 차명석 단장은 "고우석이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현재 내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윗 선에 보고 한 뒤 며칠 뒤에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주무기로 통산 7시즌 동안 354경기에 등판해 368⅓이닝을 소화, 19승 26패 6홀드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 중인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올 시즌 성적은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아쉬웠다. LG의 뒷문을 담당한 이후 '패배'는 가장 많았고, 세이브는 가장 적은 등 두 번째로 좋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앞서 부상을 당한 까닭에 시즌을 늦게 출발하는 등 여러 고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최근 등판 내용도 썩 좋지만은 않았다. 고우석은 한국시리즈(KS) 첫 등판에서 1이닝 1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두 번째 등판에서는 세이브를 수확했으나, 세 번째 등판에서는 1⅓이닝 동안 3실점(3자책)으로 불안함을 내비쳤다. 그리고 5차전에서 뒷문을 확실히 걸어 잠갔지만,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8.31로 매우 높았다.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현시점에서 '고우석이 좋은 계약을 따낼 수 있느냐'고 한다면,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편이다. 가장 최근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아시아 출신 선수와 비교했을 때 후지나미 신타로의 1년 300만 달러(약 38억원)의 계약 규모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 고우석과 후지나미는 모두 제구가 불안하다는 단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외에는 후지나미가 모두 고우석을 앞지르기 때문이다.
고우석이 150km 중반의 빠른 볼을 뿌리지만, 후지나미의 경우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진다. 구속만 놓고 볼 때 고우석보다 후지나미가 앞선다. 게다가 후지나미의 경우 여러 불안 요소로 인해 보직을 불펜 투수로 변경했지만, 기존에는 '선발 투수'였다. 즉 불펜에소도 긴 이닝을 막아낼 수 있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후지나미는 '스플리터'라는 확실한 주무기를 보유한 반면, 고우석은 올해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를 고집하다가 수차례 고전한 바 있다.
고우석이 사실상 '커리어 로우'에 가까운 시즌을 보낸 만큼 지금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은 다소 성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빅리그에 진출하더라도 짧은 기간의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 공인구와 문화 등에 대한 적응도 필요한 상황에서 실력으로도 증명을 해야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오히려 2024년 부활한 모습을 보여준 뒤 다년계약을 통해 빅리그 입성을 노리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과연 LG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게 될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