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건호 기자] "뿌리를 찾은 기분이다."
SSG 랜더스는 21일 인천 송도의 홀리데이인 인천 송도 볼룸에서 제9대 이숭용 감독 취임식을 개최했다.
SSG는 이번 시즌이 끝난 뒤 김원형 감독과의 이별을 택했다. 2021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김원형 감독은 2022시즌 KBO리그 최초로 '와이어 투 와이어' 및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이 끝난 뒤 SSG와 김원형 감독은 3년 총액 22억 원(계약금 7억 원, 연봉 5억 원)의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감독 최고 대우였다.
하지만 1년 뒤 상황이 급변했다. 올 시즌 SSG는 시즌 초반 LG 트윈스와 선두 경쟁을 했다. 하지만 후반기 힘이 빠졌다. 9월 잠시 6위까지 추락하는 위기를 겪었다. SSG의 9월 성적은 6승 2무 15패(승률 0.256)이었다. 10월 10승 2패를 기록하며 3위로 시즌을 마쳤으나,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연패로 허무하게 탈락했다.
SSG는 10월 31일 김원형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SSG는 "단언컨대 성적으로 인한 계약 해지는 절대 아니다. 포스트시즌 종료 후 내부적으로 냉정한 리뷰를 치열하게 진행했다"며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팀을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늦는 것보다는 좀 더 빠르게 결정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단행했다. 처음에는 선수단 구성, 세대교체, 팀 운영 및 경기 운영 전반에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성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감독 교체까지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SSG는 새로운 사령탑을 찾아 나섰다. 지난달 31일 김성용 단장은 "제로 베이스에서 감독을 찾아야 한다. 변화와 혁신에 적합한 인물을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
SSG 새로운 사령탑에 박찬호(은퇴), 추신수(SSG), 이호준(LG 트윈스 코치)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 하지만 SSG는 부인했다.
SSG의 선택은 이숭용 감독이었다. SSG는 지난 17일 "이숭용 전 KT 위즈 육성총괄을 제9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2년 총액 9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이다.
김성용 단장은 발표 후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았고 "우리 구단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방향성을 딱 이해하는 사람이다. (변화와 혁신을) 잘 실행할 수 있는 감독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현장 리더십도 있는 인물이다. 코치 경험도 있고 프런트 경험도 있는 사람이다. 구단의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분인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이숭용 감독의 취임식에는 SSG의 베테랑 선수들이 참석했다. 김광현과 노경은 그리고 최정, '주장' 오태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민경삼 대표이사가 직접 이숭용 감독에게 유니폼을 전달했다. 김성용 단장과 '주장' 오태곤도 꽃다발을 전달하며 취임을 축하했다.
오태곤 "KT에 있을 때 타격 코치나 단장이실때 도음을 많이 받고 이뻐해 주셨다. 이렇게 오시게 돼 기쁘다. 감독님과 선수단 사이에서 잘 해서 좋은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취임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리빌딩이 아닌 리모델링이라고 하신 기사를 봤는데, 선수들과 함께 돕고 싶다. 우리 팀 분위기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올해 아픔을 겪었는데 다시 한번 높은 위치에서 잘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이숭용 감독은 "오태곤에게 잘 부탁해야 할 것 같다. 이곳에 있는 선수들과 현역 때 같이 했던 친구들이다.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숭용 감독은 취임 소감으로 "야구 선수 출신이라면 누구나 감독이라는 자리가 꿈이라고 생각한다.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SSG 관계자들께 감사하다. 벅차 오른다. 좀 더 뜻깊은 것은 프로 입단 후 처음 유니폼을 입은 곳이 인천이다. 시간이 흐른 뒤 이곳에 돌아와 다시 감독한다는 것 자체가 뜻깊다. 인천 팬들 중 과거에 있던 팀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벅차오른다"고 전했다.
▲ 다음은 이숭용 감독의 일문일답
Q. 외부에서 본 SSG는 어떤 팀인가?
명문 팀이다. 우승도 여러 번 했던 팀이다. 장점이자 단점이 베테랑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했고 그것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올라오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인데, 면밀히 체크해 조화를 잘 이루고 싶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고 동기부여를 하고 선참 선수들에게는 권한과 책임을 주면서 팀을 이끌어 가고 싶다.
Q. 단장을 거쳐 감독이 됐다. 그 경험이 어떤 도움이 될까?
단장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단장을 하며 구단의 방향성을 많이 점검했다. 단장이 된 뒤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많이 알게 됐다. 처음 감독하는 것이지만, 단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도움이 될 것이다.
Q. 선수, 코치, 단장을 거쳐 감독이 됐다. 롤 모델 감독은?
한 분이 아니다. 선수 생활, 코치 생활, 단장하면서 느낀 여러 감독의 장점을 승화시켜 내게 맞춰서 가 볼 생각이다.
Q. 등번호 71번을 택한 이유와 코치진 구성은?
71번은 71년생이라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다. 코치진은 심사숙고하고 있다. 프런트와 함께 상의하고 있다. 조만간 완성될 것 같다.
Q. 손시헌 퓨처스 감독과 연락은 했는지?
통화를 했다. 단장하며 느낀 것이 육성은 1군에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2군에서 잘해도 1군 무대는 다르다. 1군 무대에서 경험할 수 있게끔 할 것이다. 손시헌 감독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 기량이 올라온다고 판단하고 추천하면 적극적으로 기용하겠다. 폭넓은 기용을 하겠다.
Q. 세대교체 계획은?
성적과 육성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 혼자라면 불가능하지만, 선수들과 소통하고 신뢰하고, 코치진, 프런트가 도와준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나도 선수 생활을 41살까지 했다. 베테랑들은 최대한 존중 해주고, 권한을 주며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해줘야 할지 중요할 것 같다.
Q. KT와 만나게 되는데 어떻게 싸울 것인가.
KT라고 해서 신경 쓰는 것은 없다. SSG 한 직원이 '유독 KT에만 약했다'고 했다. 내가 왔기 때문에 승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보겠다. 그렇다고 KT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다 똑같이 생각할 것이다. 승리하는 데 집중하겠다.
Q. 육성을 강조하지만, 성적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데, SSG의 목표는 무엇이고 이숭용의 야구는 무엇인지?
이숭용의 야구는 선수 중심의 야구다.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 줄 수 있도록 이야기할 것이다. 두 가지 원칙을 강조하고 싶다. '원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역 때부터 많이 이야기했다. 팀에 해를 끼치면 무서운 선배가 될 것이다. 프로 의식도 중요하다. 야구장에 나오면 선후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두 가지는 강하게 어필할 것이다.
Q. 이강철 감독, 염경엽 감독과 지략 대결을 펼치게 됐다.
두 감독님 모두 우승한 감독이다. 나는 초짜 감독이다. 초짜지만, 그라운드에 나가 상대로 만났을 때는 최선을 다해 이길 수 있게 하겠다. 서로가 서로의 장단점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염경엽 감독과는 선수 시절 룸메이트를 했고 이강철 감독과는 단장 시절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붙어봐야 알겠지만,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많은 승리를 하겠다.
Q. 다음 시즌 구체적인 목표 또는 몇 년 안에 우승하겠다는 목표는?
구체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SSG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그 선수들 자리에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의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이 치고 성장하며 팀도 상위권에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Q. 투수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야수 출신 감독이기 때문에 투수 출신 수석코치를 생각하고 있다. 투수 부문은 믿고 갈 것이다. 큰 틀만 투수 파트에 이야기 할 것이고 상의하고 믿고 갈 생각이다.
Q. 외부에서 봤을 때 눈에 띈 선수는?
제로 베이스에서 볼 것이다. 2군 감독의 추천을 많이 받을 생각이다. 가장 가까이서 보는 사람이 2군 감독이다. 누구 하나를 꼽기가 그렇다.
Q. 스토브리그가 시작됐다. FA 시장, 2차 드래프트 등이 진행되는데, 전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계속 프런트와 상의하고 있다. 프런트가 할 역할과 현장이 할 역할을 분업하고 있다. 소통과 존중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프런트를 믿고 그에 맞춰 팀을 꾸려나갈 생각이다.
Q. 외국인선수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은?
계속 논의 중이다. 다음 시즌부터 로봇 심판이 도입되는데, 폭이 조금씩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위아래를 활용할 수 있는 투수,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구사하는 투수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Q. 다음 시즌을 앞두고 자신감을 어필한다면?
베테랑 선수를 잘 기용할 것이다. 어린 선수들을 면밀히 잘 체크해서 얼마만큼 성장을 시키냐가 내가 해야 할 부분이다. SSG는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은 팀이다. 팬들이 걱정 안 하시게끔 좀 더 극대화해 팬들이 사랑받고 언제든지 야구장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갈 수 있는 야구를 하겠다.
Q. 구단주와 대화는 나눴는가?
어제 뵙고 왔다. 야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들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많이 알고 있더라. 관심이 많았다. 그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 구단주뿐만 아니라 프런트에서 야구에 대화를 하거나 나아갈 방향성 대해 이야기한다면 귀를 열고 들을 것이다. 나도 중요하지만 코치진, 프런트가 같이 함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청하겠다.
Q. 추신수, 김강민의 계획은?
만나거나 통화하지 못했다. 두 선수를 무조건 존중할 것이다. 어떤 판단을 하든 구단과 상의할 것이고 선수들이 원하는 쪽으로 맞춰갈 생각이다. 특히,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경험도 있고 선수단의 리더다. 존중할 것이다.
Q. 인천이라는 의미는?
서울 출신인데,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한다. 태평양에 입단해 현대, 히어로즈로 선수 생활을 이어갔는데, 한 팀에 계속 있었는데 팀명이 바뀌어 뿌리가 없었다.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SSG 감독이 돼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하다. 뿌리를 찾은 느낌이다.
Q. 면접 후 발표 때까지의 시간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10일이 10년 같았다. 아내가 꿈을 꿨는데 귀신을 잡았더라. 해몽을 찾아보니 성공, 일이 잘풀린다고 하더라. 아내가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아내 말은 잘 듣는 편이다. 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Q. 구단주의 야구 관심이 크다. 특별히 당부한 것이 있는지?
어려운 숙제를 줬다. 성적과 육성을 같이 잡아달라 하셨다. 그 역할을 하기 위해 내가 뽑힌 것 같다. 성적을 생각한다면, 다른 분을 찾았을 것이다. 선수, 해설위원, 코치, 프런트, 단장의 경험을 적극 활용해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
Q. 난장 토론을 했다고 들었다.
코치진과 화합이 중요하다. 코치진과의 화합은 선수들이 바로 느낀다. 방향성을 잡아야 했다. 프런트와 함께 난장 토론을 했다. 올 시즌 SSG 성적은 어땠즌지, 장점은 무엇인지, 단점은 무엇인지, 코치진이 생각하는 SSG는 어떤지 알고 싶어 제안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제안했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권위 의식이 있을 수 있는데 나는 그 부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편안하게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선수들이 장난치는 것도 좋아한다.
Q. 팬 여러분께 한마디 한다면?
팬 여러분께서 SSG를 더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보답하겠다. 활기찬 야구, 열심히 뛰는 야구, 많이 이길 수 있는 야구 하겠다. 야구장 많이 찾아주시길 바란다.
인천=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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