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최근 인쇄 감리를 다녀왔다. 인쇄소가 있는 파주를 향해 자유로를 달리다가 문득, ‘나 성공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에디터가 인쇄 감리를 보러 가는 일이야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지만, 올초 1인출판사를 창업하고 무탈하게 두 번째 책을 마감한 참이다. 누군가에겐 참 별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올초만 해도 장롱면허였던 내가 직접 차를 운전해서 인쇄소에 갈 수 있게 돼 감개무량했다.
사람마다 성공의 기준이나 목표는 다르다. 흔히 좋은 집, 좋은 차가 꼽힌다. 포르쉐는 그 드림카 중 하나다. 내가 아는 사람 중 포르쉐를 타는 사람이 두 명 있다.
한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람이다. 이 시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 오타니 쇼헤이다. 그는 포르쉐 앰배서더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은 나와 오랜 시간 작업해온 이재익 작가로, 오타니 쇼헤이의 빅팬이다. 오타니가 포르쉐 앰배서더라는 이유만으로 포르쉐를 구입했다.
누가 들으면 이 무슨 미친 짓이냐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누군가를 좋아하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것을 즐기는 ‘덕질’ 자체가 그 행위를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사람에게는 미친 짓일 수 있다.
굳이 이재익 작가가 오타니에 빠져든 이유를 짐작해본다면 ‘성실함’이라는 공통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타니는 고등학교 때 작성한 ‘만다라트’ 계획표로 유명하다. 여기에는 일본 프로야구 구단에서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을 목표로 실천사항이 꼼꼼히 적혀 있다. 야구 연습 루틴뿐 아니라 “인사하기” “응원받는 사람 되기” “부실 청소하기” “쓰레기 줍기” 등이 눈길을 끈다. 이처럼 그의 성공 뒤에는 근본적 성실함이 있고, 팬 여부를 떠나 대중적 호감을 얻고 있다.
이재익 작가는 방송국 PD이자 소설가이다. 본업만으로도 충분히 바쁘고 여유가 없을 텐데, 그의 글쓰기는 성실함으로 이뤄낸 결과다. 대학 때 등단했는데, 지금도 회사 일을 마치고 매일 글을 쓴다. 책 작업을 할 때 원고 마감은 물론, 내가 아는 한 일간지 칼럼 마감도 어긴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대충, 그냥, 막 쓰는 글이 없다.
오늘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었을지라도 오타니가 마운드에 오르고 타석에 서는 것처럼 작가님도 글을 쓴다. 오타니의 최종 꿈은 모르지만, 이재익 작가는 꿈이 글을 쓰다 원고지에 쓰러져 죽는 것이라 들은 적 있다.
그래서 그런 분이 오타니에 빠졌다고 들었을 때, 이건 보통 일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내 예상이 맞았다. 그 마음이 차고 넘쳐 한가득 글로 풀어냈다. 도도서가가 두 번째로 출간하는 신간 <포르쉐를 타다, 오타니처럼>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성공한 사람이 성공한 사람을 덕질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성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성실한 오타니와 작가님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성공의 기준으로 포르쉐를 꼽지만, 포르쉐 좀 못 타면 어떤가. 만일 오타니가 세발자전거를 탔다면 같은 모델의 세발자전거를 탔을 분이다.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문장은 이것이다. “나는 오타니를 응원하며 나 자신을 응원할 준비를 마쳤다.” 이 책은 성실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 환갑 버스킹을 위해 매일 기타연습을 이어가는 오늘과 미래의 나도 응원해본다.
|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인스타그램 dodoseoga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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