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음이 안 좋다.”
KIA 타이거즈 주전 유격수이자 수비왕 박찬호(28), 주전 3루수로 입지를 굳힌 공수주 겸장 김도영(20). 두 간판 내야수는 2023시즌 막판 똑 같은 행동을 하다 부상했다. 사실 실수라고 하기엔, 팀을 위한 희생이자 충정이었으나 결과가 최악이었다.
박찬호는 9월12일 대구 삼성전서 3유간 깊숙한 타구를 날린 뒤 1루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을 다쳤다. 이후 대주자와 대수비로 간혹 나가다 9월26일 창원 NC전서 기적처럼 선발라인업에 복귀했다.
공교롭게도 박찬호가 이 부상을 한 직후부터 KIA의 상승세가 확연하게 꺾였다. 미안한 마음이 큰 박찬호는 불꽃 같은 타격을 했으나 팀의 해피엔딩까지 이끌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10월4일 수원 KT전 도중 쇄골 분쇄골절하며 결국 시즌을 마쳤다.
그런데 김도영도 같은 부상을 했다. 유니폼은 KIA가 아닌 대표팀. 19일 일본과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결승. 3-3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무사 1,2루서 유격수 병살타를 쳤다. 잘 맞은 타구라서 발 빠른 김도영이라고 해도 1루에서 세이프 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자 김도영은 1루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했다.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가속도를 붙여 달려가는 것보다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린다는 과학적 판단은 확고하다. 몸을 엎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가속도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1루까지 가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논리.
단, 박찬호와 김도영 모두 자신이 아닌 팀을 위한 투혼이자 충정이었다. 부상 위험을 알지만 반사적으로 몸이 먼저 나갔다. 대가는 컸다. 김도영은 좌측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22일 인대 봉합술을 받고 4개월 재활에 돌입했다.
그래도 박찬호는 10월에 당한 부상이라 2024시즌 준비에 큰 지장은 없다. KBO 시상식이 열린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 참석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핀을 제거했다. 박찬호는 “가동 범위를 늘리며 정상적으로 재활하고 있다. 하체 근력운동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었다. 내년 스프링캠프에 가기 전엔 충분히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박찬호는 호주 캔버라스프링캠프를 정상 소화할 수 있지만, 최근에 다친 김도영은 상황이 좀 다르다. 내년 3월 말 개막전에 출전은 가능해 보이는데, 재활을 하느라 야구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박찬호도 그런 김도영이 안타깝다. “화나죠. 바로 옆에서 다치는 걸 봐서 마음이 안 좋다. 본인이 다쳐봐야 깨닫는다”라고 했다. 김도영도 박찬호처럼 올해 두 번이나 부상했다. 4월2일 인천 SSG전서 홈으로 쇄도하다 왼쪽 중족골이 골절돼 2개월 넘게 재활했다. 박찬호는 그 부상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최근 부상 역시 TV로 지켜봤을 것이다. 마치 거울을 본 것처럼.
두 내야수가 2024시즌 144경기에 모두 건강하게 나가면, KIA 좌측 내야는 남부러울 게 없다. 두 사람은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다시 하지 않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물론 또 팀을 위한 충정에 본능적으로 몸을 날릴 수도 있지만. 부상이 안타까워도 비판까지 할 수 없는 이유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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