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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릭 텐 하흐 감독의 경질 배당률이 1/6이다. 만약 맨유가 또 다시 감독을 바꾼다면 흑역사를 피할 수 있을까.
맨유는 30일(이하 한국시각) 새벽 튀르키예 이스탄불 네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UEFA 챔피언스리그 A조 조별 예선 5차전 갈라타사라이 SK와 경기에서 3-3으로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맨유는 1승 1무 3패 승점 4점으로 A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전반전 초반부터 맨유는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전반 11분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스크린플레이를 펼치던 라스무스 호일룬의 리턴 패스를 받은 뒤 왼쪽에 위치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가르나초는 왼발 슈팅을 니어포스트 상단에 꽂으며 선취골을 터트렸다.
분위기를 탄 맨유는 격차를 벌렸다. 루크 쇼의 패스를 받은 브루노가 공격 지역에서 수비수가 달라붙지 않자 곧바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강력한 슈팅은 가르나초가 넣은 위치로 향했다. 그러나 전반 29분 갈라타사라이에 추격을 허용했다. 브루노가 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바깥에서 파울을 범해 프리킥을 내줬고, 키커로 나선 하킴 지예흐가 골로 연결했다.
전반전을 2-1로 마친 맨유는 후반 10분 만에 쐐기 골을 넣었다. 오른쪽에서 오버래핑을 나간 아론 완-비사카의 땅볼 크로스를 스콧 맥토미니가 넘어지면서 골문 안으로 집어넣었다. 여유 있는 스코어를 만들자 에릭 텐 하흐 감독은 코비 마이누와 앙토니 마샬을 투입하며 소피앙 암라바트와 호일룬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너무 기쁨에 겨운 탓일까. 맨유는 후반 17분 오나나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며 또다시 지예흐에게 프리킥 골을 내줘 한 골 차로 따라잡혔고, 결국 9분 뒤 후반 26분 무하메드 케렘 아크튀르콜루에게 동점 골을 허용했다. 경기 막판 맨유는 가르나초와 맥토미니, 교체로 투입된 파쿤도 펠리스트리가 결정적인 슈팅을 성공시키지 못하며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펼쳐진 바이에른 뮌헨과 코페하겐의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나며 맨유에 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 바로 다음 경기 상대인 뮌헨을 꺾고 코펜하겐과 갈라타사라이가 무승부를 거두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한 경우의 수와 비슷하다. 사실상 진출이 힘들다고 봐야 한다.
올 시즌 맨유는 각종 불명예 기록만 경신했다. 맨체스터 시티와 리그 경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카라바오컵 경기에서 모두 0-3으로 패배하며 1962년 10월 이후 41년 만에 홈 경기 3골 차 2연패, 1930-1931시즌 이후 93년 만에 홈 10경기에서 5패를 기록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챔피언스 리그 5경기 중 4경기에서 3골 이상을 실점, 잉글랜드 팀 최초 챔피언스리그 5경기에서 14실점, 챔피언스리그 9번의 원정 경기에서는 단 1승, 1962-1963시즌 이후 61년 만에 첫 20경기에서 가장 많은 33실점 등 흑역사를 썼다.
'The Sack Race'는 경기 후 텐 하흐 감독의 경질 배당률이 6/1이라고 했다. 이는 현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꼴찌 팀 번리 FC의 빈센트 콤파니 감독과 같은 확률이다. 맨유 팬들 역시 텐 하흐 감독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맨유에 과연 감독 경질만이 답일까라는 질문에는 'Yes'라는 대답을 하지 못하겠다. 맨유는 수년 간 감독을 갈아치웠다. 알렉스 퍼거슨 경이 직접 후계자로 지목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네덜란드 대표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끈 루이 판 할 감독도 FA컵 우승 트로피를 따냈지만, 두 시즌 만에 경질됐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이 있던 '스페셜원' 무리뉴 감독도 3년차 징크스를 버티지 못했고, 구단 레전드 출신 올레 군나르 솔샤르도 2020-2021시즌 준우승 이외에는 우승 트로피를 따내지 못하며 짐을 쌌다. 세계적인 스포츠 디렉터 랄프 랑닉도 임시 감독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시즌 맨유는 아약스 AFC를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려 놓은 전술가 텐 하흐 감독을 데려왔다. 텐 하흐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뮌헨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2군 감독을 맡았다. 펩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 전술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켰다.
성적은 좋았다. 아약스에서 3회의 리그 우승을 손에 넣었다. 지난 시즌 맨유에 부임한 뒤 초반 부진을 이겨내고 6년 만에 맨유에 트로피를 선사했다.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에는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감독으로도 선정됐다. 올 시즌 초반에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다행히 리그에서는 최근 5승 1패로 리그 6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만약 맨유가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한다면 대체자가 없다.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끈 지네딘 지단이 있지만, 프리미어리그 경력이 없고 영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텐 하흐 감독은 맨유 면접 당시 영어로 완벽하게 자신의 플랜을 구단에 프레젠테이션했다. 또한 전술가 감독이 유행인 요즘 시대에 텐 하흐 감독 만큼 전술적 능력이 뛰어난 감독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또한 맨유는 퍼거슨 경이 은퇴한 뒤 10년 동안 모예스-라이언 긱스(임시)-판 할-무리뉴-솔샤르-마이클 캐릭(임시)-랑닉(임시)-텐 하흐 등 총 8번의 감독 교체를 진행했다. 텐 하흐 감독 선임 당시 맨유 팬들은 '최소 3년'은 기다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 1년 만에 말을 바꾸고 있다. 인내 없이는 열매도 없다. 아스널 FC는 미켈 아르테타 감독을 무려 5년 동안 기다려줬다. 맨유에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UEFA 챔피언스리그 A조 조별예선 5차전에서 갈라타사라이 SK에 패하며 에릭 텐 하흐 감독의 경질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게티이미지코리아]
노찬혁 기자 nochanhyu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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