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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분명 '한 번'의 기회는 온다. 그 기회를 잡아 반전을 이루는 사람이 있다. 반면 그 기회를 잡지 못해 평생을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후자다. 자신에게 찾아온 인생 최대 기회를 날려버린 축구 선수 이야기다.
주인공은 리 보이어다. 슈퍼스타는 아니었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수준급 미드필더로 알려진 선수다.
때는 2002년. 보이어는 리즈 유나이티드 소속이었다. 전성기를 달리고 있던 시절. 잉글랜드 대표팀에 발탁돼 A매치를 뛰기도 한 시기다. 이때 보이어는 EPL 한 클럽의 영입 제안을 받았다. EPL 최고 '명가' 중 하나인 리버풀이었다.
리버풀의 간판 수비수 제이미 캐러거가 보이어의 영입을 적극 추천했다. 캐러거는 "나는 보이어의 경기 스타일을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간판 수비수의 확신에 제라르 울리에 리버풀 감독도 움직였다. 캐러거가 허투루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울리에 감독도 보이어가 마음에 들었다.
영입 절차가 빠르게 진행됐다. 리버풀과 보이어는 합의에 이르렀고, 보이어는 리버풀의 메디컬테스트를 받는 절차까지 왔다. 메디컬테스트를 받았다는 건 사실상 이적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100%는 아니다. 99% 정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1%의 가능성이 승리를 하고 말았다. 보이어는 최종 사인을 하지 않았다. 메티컬테스트를 받은 후 리버풀의 제안을 최종적으로 거부했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날려버린 보이어. 이후 강렬한 커리어는 열리지 않았다. 2003년까지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뛰었고, 2003년 잠시 웨스트햄을 거쳐 뉴캐슬로 이적했다. 2009년 버밍엄 시티로 팀을 옮겼고, 2011년 입스위치 타운으로 이동한 뒤 2012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우승 경험은 버밍엄 시티에서 리그컵 우승 1회가 전부다.
리버풀로 갔다면, 인생은 달라졌을까. 축구 선수 보이어의 가치는 높아졌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 후회만 있을 뿐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한 번 리버풀에 도전을 해봤으면 하는 후회. 보이어는 이 후회를 평생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다.
"리버풀을 거절한 게 나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다. 리버풀 메디컬테스트까지 받았지만, 리버풀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잘못된 결정이었다. 시계를 돌릴 수 있다면 나는 리버풀로 이적했을 것이다. 내 전성기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았고, 리즈 유나이티드와 차원이 달랐던 팀, 리버풀에 가야 하는 게 맞았다."
여기서 궁금한 점. 보이어는 리버풀을 왜 거부했을까. 무엇이 맞지 않았을까.
보이어는 가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족과 멀리 떨어지기 싫었던 것이다. 그에게 축구보다 가족이 먼저였다. 리버풀보다 가족이 우선이었다. 가족을 위해 리버풀을 등진 보이어. 그런데 더욱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들은 영국 남쪽에 살았다.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6년을 보냈다. 그런데 다음이 리버풀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북쪽에서 또 선수 생활을 더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이 리버풀에 가지 않은 핵심 이유였다. 그런데 웃긴 것은, 결국에는 북쪽으로 더 멀리 떨어진 뉴캐슬로 가게 됐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리 보이어.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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