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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청담동 박승환 기자] "너무 축하할 일, 좋은 추억이다"
미국 'ESPN'의 제프 파산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에릭 페디와 2년 1500만 달러(약 198억원)의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페디는 지난 2014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명을 받은 '특급유망주' 출신, 2017년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페디는 데뷔 첫해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9.39를 기록, 이듬해 11경기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5.54, 2019년 21경기(12선발)에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하며 매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페디가 본격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부터였다. 그리고 2021년 29경기(27선발)에 나서며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7승 9패 평균자책점 5.47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27경기에 나서 6승 13패 평균자책점 5.81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페디는 워싱턴으로부터 '방출'됐고, 이 틈을 NC 다이노스가 놓치지 않았다.
NC는 페디가 워싱턴에서 방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곧바로 접촉을 시도했다. NC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에게 투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인 100만 달러(약 13억원)를 투자했고, 페디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NC는 페디가 메이저리그에서 두 시즌 동안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만큼 큰 기대를 품었는데, 페디는 '어나더 레벨'이었다.
페디는 KBO리그 입성 첫 달 4월 6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0.47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5~6월에는 모든 등판에서 승리를 쓸어 담는 등 파죽의 9연승을 달렸다. 페디가 가장 부진했던 것은 8월이었는데, 그마저도 평균자책점은 4.50에 불과했다. 이후 페디는 시즌 초반의 위력적인 모습을 되찾았고, 9~10월 총 7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0으로 활약, NC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페디는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타구에 팔뚝을 강타당하면서 포스트시즌 초반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KT 위즈와 1차전에서 복귀해 6이닝 동안 무려 12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압권의 투구를 선보이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리고 페디는 정규시즌 30경기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했는데, 외국인 '최초' 20승-200탈삼진을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네 번째 투수 '트리플크라운'과 함께 MVP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물론 리그 수준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KBO리그 입성 과정에서 '스위퍼'를 장착하면서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을 보여줬던 만큼 페디는 정규시즌 내내 해외 구단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스카우트를 파견했고, 메이저리그 구단들 또한 페디를 주목했다. 특히 시즌이 끝난 뒤에는 오릭스 버팔로스가 페디의 영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NC도 가만히 있지 만은 않았다. NC는 페디의 잔류를 위해 '다년계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페디의 최종 행선지는 메이저리그 복귀였다. 'MLB.com'의 마크 파인샌드는 페디가 2년 1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통해 빅리그로 복귀를 암시했는데, 뉴욕 메츠와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경쟁을 펼친 끝에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게 됐다.
페디의 복귀에 올 시즌 '최다안타'와 '타격왕' 타이틀을 손에 넣은 손아섭은 축하를 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2023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에서 '최고의 선수'로 선정된 손아섭은 시상식이 끝난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페디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일단 너무 축하할 일"이라고 말 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손아섭은 "정말 대단한 선수와 한 팀에서 팀 메이트로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내게는 너무 좋은 추억이다. 그리고 NC 다이노스라는 팀의 이름을 미국에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에 더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팀적으로 보면 아쉽고 타격이 크다. 하지만 페디와 함께 뛸 수 있어서 너무나도 영광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고의 선수와 한 팀에서 뛴 것은 더 할 나위 없는 행운이었지만, 반대로 한 시즌 만에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는 페디를 상대하지 못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손아섭은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청백전을 할 때 쳐보긴 했지만, 제대로 경험을 해보지 못해서 '어느 정도일까?'라는 궁금증은 있다"면서도 "그래도 페디를 상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격왕을 하는데 조금 더 유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투수는 최대한 우리 팀에 있는게 무조건 좋다"고 재치 있게 답하며 활짝 웃었다.
손아섭은 데뷔 17시즌 만에 타격왕 타이틀을 손에 넣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타이틀 획득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KBO리그에서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최고의 타자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아섭은 아직도 성장을 갈구하고 있다. 올해 비시즌 목표는 장타율을 늘리는 것이다. 손아섭은 미국으로 향해 前 피츠버그 파이리츠 강정호와 훈련에 임할 예정이다.
손아섭은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장점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유지하는 선에서 홈런 개수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라면서도 "단지 이 부분에 대해 미국에 들어가면 (강)정호 형과도 한번 상의를 해볼 생각이다. 올해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작년보다는 조금 늦은 1월 중순에는 미국으로 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담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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