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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 1차지명 결과 기사를 보고, 한 10분 정도 아무 말 없이…”
한화 이글스 토종에이스 문동주(20)는 어떻게 보면 KIA 타이거즈에 의해 한화행이 결정된 것일 수도 있다. 2022년 1차 지명자로 문동주와 김도영(20)을 고민하다 김도영을 택했다. 광주가 낳은 특급 유망주들의 희비는, 2021년 8월23일에 갈렸다.
문동주는 9일 한화 유튜브 채널 이글스TV에 “KIA 1차지명 결과 기사를 보고, 한 10분 정도 아무 말없이 앉아있었던 것 같다. (광주진흥고)야구부 숙소에. 10분 정도 앉아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자신의 인생이 걸린 일이었다. 마음이 복잡해지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10분이 지나자 반전이 일어났다. 감독실로 오라는 호출을 받았다. 문동주는 감독실로 들어간 순간 ‘폭풍 감동’을 받았다. “너무 감동해서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우리팀 스카우트 분들이 찾아오셨다. 안 찾아왔으면 10분이 아니라 더 길어질 수도 있었는데, 그런 저의 멍했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라고 했다.
한화는 이미 KIA의 결정을 어떤 루트로든 입수하고 미리 KIA의 공식발표 시점에 맞춰 스카우트팀을 진흥고에 파견한 듯하다. 혹시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는 문동주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한, 한화의 깜짝 이벤트이자 배려였다.
문동주는 “그때 큰 동기부여가 생겼다. 더 보여줘야겠다 싶었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프로 첫 시즌이던 2022년엔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올 시즌 문동주는 23경기서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을 해결했고,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도 나갔다. 신인왕에 그치지 않고 국제용이란 걸 입증한 시간이었고, 밝은 미래까지 확인한 시간이었다. 문동주가 이렇게 달려오며 결실을 맺기까지 본인의 노력이 가장 많이 투영됐을 것이다. 그리고 구단의 크고 작은 뒷바라지를 절대 간과할 수 없다. 한화는 처음부터 문동주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렇게 문동주는 대전왕자가 됐고, 토종에이스가 됐다. 내년엔 구속도 더 올리고 싶고, 삼진왕도 해보고 싶고, 국가대표팀에도 계속 나가고 싶어 한다. 훗날 MVP와 구단 영구결번까지. 문동주는 최근 각종 석상에서 지금의 결실이 더 큰 결실을 맺기 위한 과정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문동주는 “그때 저희 학교에 한 30분은 오셨다. 잘 몰랐는데 지명되면 다 그렇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구단이 저의 기를 살려주려고, 엄청난 축복을 받은 것이었다. 그 축복을 앞으로 꼭 갚으며 살아가겠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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