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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2023 시즌 대미를 장식할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그랑프리 경륜이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광명 벨로드롬을 수놓는다.
경륜계 간판급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그랑프리는 이례적으로 15개 전 경주가 특선급으로 편성됐다. 첫날인 금요예선을 시작으로 토요 준결선, 일요일 마지막 15경주에서 대망의 결선경주가 치러지는 전형적인 토너먼트 대진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랑프리 타이틀은 그야말로 '하늘이 허락한다'라고 할 만하다. 그만큼 전 경륜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며, 실력 이상의 그 뭔가가 작용된다는 게 경륜계 정설이다.
하지만 최근 그랑프리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정종진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4회 연속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휴장 후 임채빈이 1회, 지난해 다시 정종진이 정상을 탈환하며 총 5회 타이틀을 가져갔다.
올해 역시 위 두 선수의 우승 다툼이 유력하다는 것이 경륜계 안팎의 중론이다. 하지만 최근 임채빈, 정종진의 양강을 추격하는 도전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승부를 점치기 어렵게 만든다. 단발성 경기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 등이 상당하다. 사소한 실책이 경기의 향방을 크게 바꿀 수 있어 변수도 전혀 없지 않다.
연중 벨로드롬 최고의 축제로 꼽히는 경륜의 간판급 선수들이 3일간 펼쳐내는 명승부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 대표적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 '우승후보 1순위' 임채빈
마지막 날 히어로로 가장 주목 받는 선수는 ‘'벨로드롬의 타노스'란 별칭을 가지고 있는 '은륜 황제' 임채빈이다. 임채빈은 올 시즌 57경기에 출전해 단 한번의 2착도 없이 전승을 기록 중인 벨로드롬의 절대 권력자다.
경기 내용 또한 흔히 표현하는 '운이 좋았다'란 내용이 없을 만큼 완벽한 승리가 대부분이다. 마지막 200m 기록 또한 크게는 2위 그룹과 0.5초까지 벌릴 정도로 상대들을 압도했다. 큰 실수가 없는 한 우승이 유력하다.
임채빈은 최고의 선수지만 아무리 약체를 만나도 방심하지 않을 만큼 경기 집중력이 뛰어나다. 시합 전 준비 또한 철저하다. 이미 열흘 전부터 광명스피돔 인근에서 합숙훈련에 돌입하며 실전 적응력과 컨디션을 점검했다.
30년 경륜 역사에서 전무한 시즌 전승을 그랑프리로 마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나아가 이 한방으로 다승, 득점, 상금 등 모든 타이틀을 독식하며 정점을 찍으려한다.
◆ '도전자' 정종진
올 시즌 61경기에 출전해 1위 58회로 승률 95%를 기록 중인 정종진은 임채빈의 그늘에 가렸을 뿐 여전히 전성기를 못지않은 기량과 성적을 만들고 있다. 다만 모든 선수가 그렇듯 유독 임채빈에게는 맥을 못추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7번의 맞대결 중 승리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기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다양한 전술 능력, 특히 간간히 시도하는 기습적인 자력 승부가 여전히 건재하다. 상황에 따른 대응 능력인 운영 센스는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장점들을 무기로 지난해 최고의 무대인 그랑프리에서 임채빈을 제치며 설욕한 경험도 있다. 이번에도 기회가 온다면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해 묘수로 맞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 '다크호스' 양승원·정해민·전원규·박용범
올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경륜계는 임채빈, 정종진의 양강 구도로 인해 나머지 선수들이 설자리를 잃었다. 특히 두 선수의 눈치만 보며 2, 3착을 목표로 한 마크 위주의 소극적인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팬들의 따가운 시선과 원성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후반기 특선급은 '너도 나도 해보자'는 식의 이른바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랑프리에서는 도전자들의 이런 분위기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천하의 임채빈, 정종진이라도 긴장하게 되면 실책이 나올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따라서 다크호스들은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지는 기습 작전 또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돌파나 틈새 공략, 때로는 거친 몸싸움도 마다않는 필살기로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각오를 새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임채빈이 무너진 것은 양승원의 예측 못한 기습과 정해민의 적절한 대응이 빌미가 되었다"며 "기습 또는 내선 마크 추입이 가능한 양승원과 정해민, 마크 전환을 통해 내외선 돌파나 추입을 노릴 전원규나 박용범 등의 한방도 간과할 수 없다"고 예측한다.
즉 출전하는 선수들의 대부분이 목표를 2, 3위로 잡는다면 임채빈의 페이스가 더욱 뚜렷해진다. 우승을 염두에 두는 작전을 펼치면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튀어 나올지 몰라 임채빈과 정종진 양강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은 "경주 전개가 최대한 꼬이고 또 꼬이는 상황이 발생된다면 의외의 선수가 입상, 초대박 같은 극단적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냉정히 볼 때 한수 위의 기량에 운영능력까지 완벽을 더해가고 있는 임채빈이 원톱임은 부정하기 어려워 과연 꿈의 시즌 전승이 가능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보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해 그랑프리 경륜 결선 경주 장면. 사진=경정경륜총괄본부 제공]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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