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도그데이즈'에서 다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민상만 아니에요. 민상 같은 같은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반려견을 되게 좋아했지만 사는 것에 찌들다 보니 옛날 생각을 잊고 사는 거였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꽤 많으리라 생각해요."
유해진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개봉을 앞두고 만나 그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 세 마리의 강아지 완다, 차장님, 스팅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사람들이 함께 울고 웃는 휴먼드라마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유해진은 극 중 깔끔한 성격의 계획형 싱글남이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 건물을 산 건물주 민상 역을 맡았다. 그는 세입자인 동물병원 원장 진영(김서형)과 티격태격하지만 뜻밖에도 마음을 열고 로맨스까지 그리는 인물이다.
이날 유해진은 "솔직히 이야기하면 기대를 내려놔서 너무 좋게 봤다. 왜냐하면 되게 우리 이야기가 되게 소소하지 않나. 그래서 '뭐 시나리오 본 정도겠지' 생각했는데 진짜 홍보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 잘 봤다"며 "감독님이 저의 의견을 되게 궁금해하시더라. 솔직하게 되게 괜찮다고 했다"고 영화를 본 감상을 전했다.
그러면서 "인물들끼리 엮여서 넘어가는 것도 되게 잘 엮여 있다. 그리고 한두 번 운 것 같다. 그런데 되게 신파라서 운 게 아니라 좀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 개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나는 되게 강요 없이 스며드는 느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해진이 눈물을 흘린 것은 극 중 강아지 쫑이의 안락사 장면이었다. 그는 "한두세 번 울컥울컥 했다. 어느 부분이라고 콕 집기에는 너무 슬쩍 흘러가듯 눈물이 났다. 내 작품을 보면서 울기 쉽지 않다"며 말했다. 예능 '삼시세끼'를 통해 인연을 맺어 함께했지만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 겨울이도 떠올랐다고.
이에 대해 유해진은 "지금도 그런 게 나는 (반려견을) 처음으로 보낸 거였다. 그전에도 강아지를 키우기는 했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넌 건 겨울이가 또 처음이었다"며 "그렇게 힘들지 난 진짜 몰랐다. 되게 아프기는 하겠지만 '그 정도일까' 잘 인식을 못했는데 겪어보니 정말 힘들고 오래갔다"고 털어놨다.
겨울이가 떠난 아픔을 털어내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 유해진은 이를 고백하며 겨울이와 함께했던 추억을 전했다. 겨울이 때문에 멧돼지에게 쫓기기도 했고, 제주도 여행을 한 달이나 같이하기도 했다. 캠핑을 함께 할 때면 든든했지만 사람만 오면 발라당 눕던 겨울이었다. 오리만 보면 하루종일 짖어 오리 인형도 잔뜩 사줬다. 겨울이의 이야기를 하며 유해진은 미소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도그데이즈'가 강아지를 다룬 영화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겨울이 이야기를 자꾸 하게 돼요. 그런데 겨울이에 대한 기사가 나오니까 '영화 때문에 겨울이를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 마음속에 있는 겨울이인데 홍보 때문에 이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약간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요. 다른 분들이 뭐라 하신 건 아니고요. 제가 봤을 때 그렇다는, 제 이야기를 드리는 거예요."
이와 함께 유해진은 눈물을 흘린 또 다른 장면으로 민서(윤여정)의 진우(탕준상)를 향한 충고를 꼽았다. 그는 "꼰대 같은 충고가 아니라 좋은 조언을 해주는 어른의 모습이 너무 짠하게 느껴졌다"며 "선생님의 대사에 울컥했던 게 나도 저런 이야기를 해줄 입장이 돼서 그런가 싶다. 내가 이제 누구에게 청춘에 대해 들을 입장은 아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늙어봤어? 난 젊어봤어' 이 대사가 너무 좋았다. 자신 있고 되게 떳떳한 말 아니냐. 낭비하지 않는 청춘을 보내라는 어른의 따뜻한 말"이라며 "윤여정 선생님의 약간 드라이한 톤과 너무 잘 매치가 됐다. 탕준상도 오버하지 않고 너무 잘했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윤여정과 '도그데이즈'를 통해 첫 호흡을 맞췄다는 유해진은 "처음 만났을 때 정말 긴장했다. 진짜 추운 날이었다. 어떤 분이신지 몰랐고 수상이나 이런 걸 떠나서 정말 큰 선배님이시다"며 "내가 실수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많이 했다. 긴장해서 대사를 씹거나 NG가 날 수도 있지 않나. NG가 나면 뭐라 하실까 그런 생각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선생님이 감독님과 되게 스스럼없이 가깝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진짜 나중에 감독님 때문에 출연했다는 걸 알았어요. 현장에서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하시는 걸 보면서 인간적인 부분을 느꼈고요. 그래서 이때다 싶어서 슬쩍슬쩍 이야기에 끼어들고 그랬죠. 모처럼 어른하고 하는 느낌이었어요."
설 연휴 개봉하는 '도그데이즈'는 쟁쟁한 작품들과 2월 스크린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같은 날 '소풍'과 '데드맨'이 개봉하고 유해진이 출연하는 '파묘' 또한 22일 베일을 벗는다. 공교롭게도 할리우드 배우 티모시 샬라메와는 지난달 31일 개봉한 '웡카', 오는 28일 개봉하는 '듄: 파트2'를 통해 두 번이나 맞붙게 됐다.
이에 대해 묻자 유해진은 "'웡카'는 자랑스러운 정정훈 촬영 감독이 한 작품이다. 나하고 '베테랑'을 같이 했다. 한국에 잠깐 들어왔을 때 봤는데 기사를 보니 미국촬영감독협회(ASC) 회원이 됐더라. 되게 뿌듯하더라"라며 "그런데 나 혼자 대결하는 게 아니다. 최민식 선배도 있고 이쪽에는 윤여정 선생님도 있다. 같이 연합해서 싸우는 것"이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유해진은 극장가 흥행 타율이 굉장히 좋은 배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 작품인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올빼미', '달짝지근해: 7510'까지 3연타 히트에 성공하며 '흥행불패 아이콘'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그만큼 유해진이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믿음과 기대 역시 확실하다.
그는 "부담도 사실은 있다. 이제 유해진 못 보겠다' 이러지 않게 해야 하지 않나. 물론 늘 그런 생각을 갖고 하지만 매번 어떻게 보실지 다르니까"라며 "흥행이 안되면 개인적인 것도 있지만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한테 더 미안한 것도 있다. 투자했던 사람들, 함께했던 스태프들. 물론 내가 다 짊어져야 하는 건 아니지만 '좀 힘 빠지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흥행이 확 되는 것보다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의 마지막은 '도그데이즈'의 네 가지 에피소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꼽아달라는 질문이 차지했다. 유해진은 다시 한번 민서와 진우, 윤여정과 탕준상의 이야기를 꼽았다. 내가 어른이니까 들으라는 이야기가 아닌, 살아보니 그렇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야기는 유해진에게 세련되고 고급지게 부담 없이 다가와 전달됐다.
"신파가 아닌데도 눈물이 쭉 날 때가 있잖아요. 그게 전달이 됐다고 생각해요. 저도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 중년이라 확 늙었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 남은 저의 젊음동안 '그래, 저렇게 살아야지'하고 도움이 됐어요. '아닌데 너도 늙었는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하하. 제 입장에선 모두에게 필요한 말 같아요."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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