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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일명 '사이다 서사', '사이다물'이란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답답함 없이 시원하고 통쾌하게 물리치는 이야기를 뜻한다. 주인공은 악역을 손쉽게 해치우고 그 전개 역시 기승전결을 빠르게 담아 펼쳐진다. 그리고 지금 안방극장은 여성 주인공들이 선사하는 '사이다' 시대다.
지난달 1일 첫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 연출 박원국 한진선)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강지원(박민영)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 차를 살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돌려주는 '본격 운명 개척' 드라마다.
강지원의 인생 1회 차는 처참했다. 대기업 U&K에서 사내연애를 하며 박민환(이이경)과 결혼했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어머니는 임신을 이유로 구박했고, 박민환은 주식을 하겠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놀고먹었다. 위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으니 고단한 회사생활에도 병원비도 내지 못하는 비참한 처지였다. 여기에 절친 정수민(송하윤)마저 박민환과 불륜 중이었다. 밀회가 들통난 두 사람은 몸싸움 중 강지원을 밀쳐 죽음에 이르게 했다.
모든 게 끝난 것 같았던 순간, 강지원은 10년 전으로 돌아왔다. 다시 눈을 뜬 강지원은 차분히 복수를 시작했다. 10년 후의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에 나섰고, 미래에 각광받은 아이템을 보고서로 제출했다. 자신을 배신한 박민환과 정수민의 불륜을 회사에 폭로한 뒤 두 사람을 결혼시켰다. 촌스러운 웨딩드레스를 입은 정수민을 마주한 강지원은 "축하해. 내가 버린 쓰레기 알뜰살뜰 주운 거"라며 미소 지었다. 그런 강지원의 옆에는 재벌 2세이자 U&K 부장인 유지혁(나인우)이 함께였다.
이렇듯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쉬지 않고 마치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사이다'를 퍼부었다. 첫 회 시청률 전국 평균 5.2%로 출발했으나 10회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전국 평균 10.7%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했고,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도 차지했다. 총 16부작으로 오는 20일 종영을 앞둔 만큼 시청률이 연일 상승세를 그리는 가운데, 최종회 시청률이 몇 %를 기록할지 벌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쾌한 사이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극본 이샘 정명인 연출 장태유 최정인 이창우)이다. 지난달 12일 첫 방송돼 밤이 되면 담을 넘는 십오 년 차 수절과부 조여화(이하늬)와 사대문 안 모두가 탐내는 갓벽남 종사관 박수호(이종원)'의 담 넘고 선 넘는 아슬아슬 코믹 액션 사극을 그리고 있다.
좌의정 댁 며느리인 조여화는 혼인날 남편이 사망해 얼굴조차 보지 못한 망문과부다. 15년 차 수절과부인 조여화가 입을 수 있는 옷은 흰 소복뿐이고, 정숙하고 단정한 몸가짐을 요구받으며 시댁살이를 한다. 바깥나들이는커녕 남편의 사당에서 곡을 하거나, 내훈과 삼강행실도를 필사하는 것이 일상이다. 고기도 단 것도 없이 하루에 한 끼만을 먹는 일도 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조여화는 복면을 쓰고 담을 넘으며 세상 밖 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할 이들을 위해 나선다. 아비의 노름빚 때문에 팔려간 아이를 구해주고, 그림에 물 한 방울이 튀었다는 이유로 나이 든 하인이 멍석말이를 당하자 호랑이 그림을 자신이 그린 고양이 그림으로 바꿔치기한다. 오라버니에게 배운 무술을 마음껏 펼치며 불의를 지나치지 않는 조여화의 행보는 통쾌함을 안긴다.
이 같은 조여화의 힘입어 '밤에 피는 꽃'을 나날이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1회 시청률 전국 평균 7.9%(닐슨 코리아, 이하 동일)로 출발해 지난 10일 방송된 10회는 전국 평균 12.9%, 수도권 평균 12.1%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방송된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2049 시청률 또한 3.4%로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했다.
지난달 31일 첫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극본 정희선 박진선) 역시 '쥐도 새도 모르게 이혼시켜 드립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뭉친 대한민국 최고 이혼 해결사 사라킴(이지아)과 똘기 변호사 동기준(강기영)의 겁대가리 없는 정의구현 응징 솔루션을 그리고 있다. 기막힌 콤비플레이를 선보이는 이들은 매 에피소드마다 사이다를 선사한다.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며느리였던 김사라는 시어머니 차희원(나영희)의 계략에 빠져 하루아침에 전과자로 전락했다. 남편 노율성(오민석)과 위장이혼을 당했고 아들을 부정입학 시켰다는 누명까지 쓴 채 양육권도 빼앗겼다. 바람을 피우고 있던 남편은 '정략 이혼'을 주장하더니 '정략결혼'까지 통보했다. 김사라가 감옥에 있는 사이에 친정어머니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마침내, 김사라가 각성했다.
김사라는 이혼해결사를 제안한 손장미(김선영)에게 내 로망은 빵이다. 그 사람 재산을 빵으로 만들거나 빵에 보내거나. 그래야 아이를 데려올 수 있다"고 단단히 각오를 전했다. 그리고 첫 솔루션부터 미투 사건에 휘말린 유명 앵커 남편과 이혼하고픈 의뢰인을 위해 이혼합의서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남편 쪽으로 쏠린 여론을 뒤집고 자작극을 밝혀낸 것은 물론이다.
'끝내주는 해결사'는 아직 4회까지 방송된 것에 불과하지만 시청률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1회 3.3%로 출발했으나 2회 4.9%로 1.6%가량 훌쩍 뛰어오르더니 3회 5.8%, 4회 5.7%를 기록했다. 더욱이 총 12부작으로 짧고 굵은 호흡이 예상되는 만큼 '끝내주는 해결사'의 사이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세 드라마는 여성들이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 그렇지만 명확하게 해법을 추구할 수 없는 답답함이 있는 사안들을 다룬다. 여기서 주인공들이 통쾌하고 명쾌하게 복수를 하고 해결을 하면서 많은 인기를 끄는 것"이라며 "그동안 미묘해서 건드리기 힘들었던 금기의 영역에 도전하면서, 판타지와 액션을 버무려 시원하게 해결되니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다"고 세 작품의 인기 이유를 분석했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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