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솔직히 '괴물'이 지금까지 개봉이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상영을 하게 됐고,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담담하면서도 단단했다. 질문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인 그에게서 영화를 향한 솔직한 열정과 소신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그만의 '선'이 돋보이는 답변들이었다. 5일 마이데일리는 서울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사옥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만나 영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세계적인 거장으로 불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의 다큐멘터리 연출가 및 영화 감독으로 '환상의 빛',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브로커' 등의 영화를 제작했다. 특히 '어느 가족'을 통해 제 71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11월 29일 개봉한 영화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 76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고, 한국에서는 개봉 66일 만에 누적 관객수 50만을 넘기며 그가 연출한 일본 실사 영화 중 최고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제가 보기에도 '괴물'은 지금껏 만들었던 그 어떤 작품에서 보다 스태프 및 배우 분들이 가장 잘 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의 훌륭한 각본이 있었습니다. 또 오디션에서 뽑힌, 훌륭한 두 소년의 매력이 있었기에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괴물'의 다양한 연출을 두고 N차 관람객이 나오며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이 오갔다. 특히 작품 속에서 나오는 낡은 기차, 종착역, 터널과 숲 등은 영화 '센과 치히로'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센과 치히로'는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작품에 대해 회의할 때는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 작품에 대해 회의할 때는 타사의 작품을 거의 언급한 적이 없었습니다. 언급된 작품이 있다면 거스 밴 샌트 감독님의 '엘리펀트'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작품의 플롯을 받아 읽었을 때,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이 떠올랐습니다. 별을 도는 기차를 탄 두 소년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죠. 다만 사카모토 유지에게 확인해볼 수는 없는 문제기에 그가 이 부분을 의식하고 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자기 집과 떨어진 숲속에 있는 기차 안에서 보내는 이 두 소년의 시간은 가장 그들 다운 장소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이나 일상 속에서 실현되지 못하는 시간이 그곳에만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동시에 우리들의 책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 '라쇼몽'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존재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의견에도 고개를 저었다.
"'라쇼몽' 역시 언급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이야기를 하겠다는 예측은 했습니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라쇼몽'이라는 영화는 등장인물 각자가 진실을 다르게 이야기해 나갑니다. 그런데 '괴물'은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님의 전작인 드라마 '콰르텟'과 비슷한 구조를 띕니다. 그 작품의 경우 1~3화까지는 한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4화부터는 같은 시간대를 다시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각본가님이 드라마에서 했던 방식을 영화로 가지고 온 것이 아닌가 했던 것이 이 시나리오의 첫인상이었습니다."
'불'로 시작해 '물'로 끝나는 영화 '괴물'.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영화 말미에는 故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쿠아(Aqua)'가 삽입되며 여운을 극대화했다.
"이 영화의 이야기에 음악이 필요하다고 하면,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이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촬영장소가 있는 마을에 가서 호수를 처음 봤을 때 부터 그랬죠. 직감적으로 '이 영화는 그의 음악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류이치 사카모토 씨가 병상에 계셔서 음악을 부탁했을 때 수락해주리라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거절을 당한다면 영화에 음악을 넣지 않으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이렇게 그의 음악을 쓸 수 있게 돼서 너무 감사합니다."
영화 '어느가족', '브로커'부터 '괴물'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은 가족의 개념 뿐 아니라 소외계층을 다루는 데에 주목했다. 이번에는 성 소수자의 이야기까지, 감독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던 걸까.
"'어느 가족'을 예로 들자면, 우리가 항상 받아들이던 가족 및 부모-자식 관계를 흔들고 그것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영화가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동조압력이 심합니다. 모두가 똑같아야 하거나 비슷해야 하고, 보통의 가치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배제하죠. 그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소수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영화로 꼭 변화를 이끌어내야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영화 속에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예주 기자 yeju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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