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욕심 없었다. 설마 나한테까지 기회 오겠어.”
KIA 타이거즈가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는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 이범호 신임감독은 13일(이하 한국시각)에도 평소와 똑같이 평온한 모습이었다. 타자들의 타격훈련을 지휘했고, 야수들과 유쾌하게 농담도 하면서 진지하게 조언도 했다.
정말 평소와 분위기는 비슷했다. 진갑용 수석코치는 그라운드 전역을 돌며 모든 파트를 체크했다. 선수 대부분 알지 못했다. 이범호 감독은 10일 화상으로 심재학 단장과 면접을 봤고, 심재학 단장은 최종후보자들과의 면접 내용을 최준영 대표이사에게 보고했다.
이후 최준영 대표이사가 모기업의 재가를 받아 구단에 내려보냈다. 12일 저녁, 이범호 감독은 최준영 대표이사와 심재학 단장으로부터 감독 선임을 통보를 받았다. 단, 13일 오전 발표까지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철통 보안이었다.
선수도 대부분 몰랐다. 대신 오전에 신임감독이 발표될 수 있다는 얘기는 돌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이범호 감독 선임이 발표됐고, 이범호 감독은 곧바로 3루 덕아웃에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이범호 감독도 사람이다. 내부 승격 시 유력후보라는 얘기는 들었다. 그러나 “욕심 없었다. ‘설마 나한테까지 기회 오겠어’ 그랬다. 선수들을 믿고 가야 한다. 그런 와중에 구단에서 면접을 보라는 얘기가 나왔고, 10일 훈현을 마치고 저녁에 화상을 통해 내 생각을 차근차근 말씀 드렸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도 경황이 없어서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하마평 만으로도 감사했다. 구단 내부에서 후보라는 세간의 말이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구단과 언론이 좋게 봐주셔서 이름이 거론됐다. 결정해준 이유가 있다. 그 분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인터뷰에서 한 얘기를 잘 봐준 것 같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면접을 통해 평소에 갖고 있던 야구관을 거침없이 얘기했다. “2군 총괄(2021년)을 한번 경험해본 게 큰 도움이 됐다. 해보니까 경기운영, 작전 모두 한 박자씩 늦었다. 한 박자 빠른 게 좋다는 것도 느꼈다”라고 했다.
또한, 이범호 감독은 “우리가 좋은 멤버를 갖고 있다. 이 선수들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이며, 어떻게 성적을 낼 것인지 물어봐 주시더라. 갖고 있는 생각을 말씀드렸고, 판단하신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것들, 생각한 것들을 하나도 빠짐 없이 말했다”라고 했다.
그렇게 대구고 출신 최초의 사령탑이 탄생했다. 2011년 선수로 입단할 때부터 차세대 리더로 꼽혔고, 실제 주장 역할도 잘 솨했다. 구단 최초로 타이거즈 원클럽맨이 아닌데 은퇴식까지 했다. 준비된 사령탑이었다. 은퇴 후 전력분석에 이어 2021년 2군 총괄코치, 2022년과 2023년 1군 타격코치에 이어 감독에 올랐다.
선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나성범과 대구상원고 출신 전상현 등은 이범호 감독에게 연이어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양현종은 축하의 의미로 이범호 감독과 가볍게 포옹하고 인사했다. 이범호 감독은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캔버라 스프링캠프를 지휘한다.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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