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정재훈 투수코치의 조언을 듣는 이의리/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난 크로우가 던지는 걸 못 봤는데…”
KIA 타이거즈 왼손 파이어볼러 이의리(22)가 또 다시 올 시즌 1선발로 활약할 외국인에이스 윌 크로우(30)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14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나란히 불펜 투구를 소화했다.
크로우가 이의리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본다/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크로우가 아침 일찍 투구를 했고, 뒤이어 이의리와 윤영철 등이 투구하는 스케줄이었다. 크로우는 자신의 투구를 마친 뒤에도 불펜을 떠나지 않고 다른 투수들의 투구를 계속 지켜봤다. 그는 “원래 다른 투수들의 투구를 보는 걸 좋아한다”라고 했지만, 이의리의 투구에 유독 눈빛이 반짝 거린 건 사실이었다.
크로우는 이미 이의리의 앞선 불펜투구를 보고 극찬했다. 왼손투수가 150km 패스트볼을 좌우로 팍팍 꽂는 걸 보더니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라고 했다. 크로우는 당시 이의리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양현종의 경기운영능력을 연구하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하기도 했다.
크로우는 이날도 이의리가 투구 끝내자 또 붙잡고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정재훈, 이동걸 코치와의 피드백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공식(?) 피드백 시간을 가졌다. 크로우는 이후 윤영철의 투구까지 지켜보고 조언한 뒤 “정 반대 스타일의 두 왼손투수의 경쟁을 보는 게 행복하다”라고 했다.
이의리가 ‘크로우 스쿨’의 1호 수강생이 됐다. 그는 “시즌 준비는 잘 돼 가고 있다. 지금으로선 준비를 마친 것 같다. 실전서 해보는 것만 남았다”라고 했다. 그립을 바꾼 체인지업 연습에 대해서도 “잘 돼 가고 있다”라고 했다.
크로우 스쿨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 이의리는 “크로우가 이해하기 쉽게 얘기해준다. 좋게 잘 말해주는 것도 있지만, 잘 던지는 투수가 그런 말을 해주니 자신감이 생긴다. 성격도 유쾌하고 먼저 잘 다가온다”라고 했다.
정재훈 투수코치에 따르면 이의리는 시애틀 드라이브라인센터 관계자들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패스트볼이 아니라 커브였다. 이의리는 슬며시 웃으며 “내가 상황에 따라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안 들어가는 게 문제이지, 변화도 원래 구위는 좋다”라고 했다.
여기서 숨은 1인치. 반전이 숨어있다. 크로우는 이의리가 불펜 투구를 할 때마다 모니터를 꼼꼼하게 해주는데, 정작 이의리는 크로우의 투구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의리는 웃더니 “같은 날에 불펜을 하는데 항상 나보다 먼저 던져서(그 다음에 자신이 던지니) 그런 것 같다”라고 했다. 자신이 불펜에 오면 이미 크로우는 투구를 끝낸 상태라는 얘기다.
이의리와 한준수가 의견을 주고 받는다/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물론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 정규시즌까지, 앞으로 이의리가 크로우의 투구를 접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크로우도 150km대 포심, 투심을 앞세운 파워피처다. 던지는 손만 이의리와 반대다. 이의리가 크로우의 장점을 참고할 기회가 많이 있을 듯하다.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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