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결정적인 찬스가 와도 이강인은 손흥민에게 공을 내주지 않았다. 이미 승부는 그라운드가 아닌 식당에서 결정됐다.
영국 '더 선'은 14일(이하 한국시각) "한국의 충격적인 아시안컵 탈락에 앞서 손흥민은 팀 동료와 몸싸움을 펼쳤다. 손흥민이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동료와 말다툼을 벌이다 손가락 골절을 당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해 탈락했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렸던 한국은 요르단전 패배로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은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고전을 펼친 끝에 완패를 당했다.
그러나 4강전을 앞두고 '원팀'으로 모여야 할 대표팀이 주장 손흥민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더 선은 "손흥민은 탁구를 치기 위해 일찍 저녁을 먹으려던 한국 대표팀 동료들과 격한 싸움을 했다. 손흥민은 일부 선수가 저녁 식사 자리를 일찍 떠난 것에 대해 화를 냈다"고 전했다.
충격적이게도 손흥민에게 항명을 표시한 대표적인 선수는 이강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 선은 "대표팀의 어린 선수들은 탁구를 치기 위해 식사를 서두르고 있었다. 손흥민은 식사 자리에서 유대감을 형성하지 않는 선수들에 대해 불만을 가졌고 파리 생제르망의 이강인을 문제 삼았다. 말다툼은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를 당하는 부상까지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요르단전을 앞두고 험악한 분위기에서 몸싸움을 펼쳤고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자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주먹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의 일부 선수들은 요르단전에 앞서 이강인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할 것을 클린스만 감독에게 요청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손흥민과 이강인은 나란히 선발 출전해 요르단전에 나섰다.
이어 "한국 대표팀의 어린 선수들 중 몇 명은 식사를 하고 탁구를 하러 떠났다. 손흥민은 자신에게 무례한 말을 한 선수에게 다시 와서 앉으라고 했다. 손흥민은 모두를 진정시키려다 손가락을 심하게 다쳤다. 한국은 요르단전에서 예상하지 못한 패배를 당했다. 요르단전에서 한국은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고 손흥민은 오른손 손가락 두 개를 묶은 채 경기를 치러야 했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아시안컵을 마친 후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 복귀해 지난 11일 열린 브라이튼 호브 알비온과의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에서 후반 17분 교체 출전했다. 손흥민은 후반전 추가시간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도 붕대를 감아야 했다. 더 선은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돌아온 뒤 계속 붕대를 감고 경기에 출전했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이를 인정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마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미 기사가 많이 나간 상황이라 아시다시피 모두 사실이다.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은 이강인과 충돌로 인해 손을 다친 것이 맞다"고 시인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기록에 따르면 손흥민은 요르단전에서 대표팀 동료들을 향해 34차례 볼을 패스했다. 손흥민이 가장 많이 패스한 팀 동료는 이강인이었다. 손흥민은 이강인에게 10차례 볼을 내줬고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이강인은 황인범과 함께 손흥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패스를 받은 선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강인은 요르단전에서 55차례 대표팀 동료들에게 패스를 했다. 전반전 동안 손흥민에게 한 차례도 패스하지 않았던 이강인은 후반전에는 손흥민에게 세 차례 볼을 내줬지만 페널티에어리어 부근에서의 패스는 한 차례에 불과했다. 경기장 곳곳에서 이강인에게 볼을 전달했던 손흥민과 달리 이강인은 손흥민을 향한 패스에 소극적이었다.
밖에서 불화가 그라운드 안까지 번졌다. 결정적인 찬스에서도 이강인은 손흥민을 쳐다보지 않았다. 요르단과 4강전 전반 39분 오른쪽에서 이강인이 김태환의 패스를 받아 안으로 드리블을 시도했다. 수비수 네 명이 이강인을 둘러쌌고 옆에 손흥민이 오픈 찬스로 열렸다. 그러나 이강인은 손흥민에게 패스가 아니라 직접 슈팅을 선택했고, 수비수 몸에 맞고 찬스는 무산됐다.
손흥민이 있었던 위치는 프리미어리그와 대표팀 경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명 '손흥민 존'이었다. 득점은 어려웠을지 몰라도 적어도 유효 슈팅까지는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강인은 볼을 받기 전 중앙을 한 번 살핀 뒤 드리블을 하는 순간부터 고개를 땅에 박고 주변을 살피지도 않았다. 아예 손흥민이라는 선택지를 거부했다.
결국 한국 대표팀은 유효 슈팅도 제대로 날리지 못한 채 요르단의 결승행 티켓을 내주게 됐다. 이날 요르단이 수비 라인을 높게 올려 전방 압박을 가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강인과 손흥민의 콤비 플레이가 요르단 수비 뒤 공간을 공략할 수 있었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 대표팀의 64년 만의 우승을 향한 도전은 이미 그라운드 밖에서 결정된 것이다.
이강인은 이날 저녁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안녕하세요. 이강인입니다. 지난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 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제가 앞장 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라고 사과했다.
이어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들께 사과드린다. 축구 팬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관심과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서 보다 더 좋은 선수,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노찬혁 기자 nochanhyu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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