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쉬운 것 아닌데…대견하다.”
KIA 타이거즈 안방마님 김태군(35)이 14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서 5선발 윤영철(20)을 두고 “대견하다”라고 했다. 올 겨울 윤영철은 투구 폼 교정과 신구종 습득을 동시에 진행한다. 2년차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를 주는 게 절대 쉽지 않다는 게 김태군의 생각이다.
김태군은 “투수는 3년, 야수는 4년 정도 해야 한다”라고 했다. 흔히 말하는 애버리지론이다. 야수의 경우 백업도 아니고 주전으로 매년 120경기 이상 4년 정도, 500경기서 낸 성적이 진짜 자신의 경쟁력이라는 지론이다.
그래서 김태군은 “(김)도영이 같은 어린 선수들에게 ‘더 잘 하려고 하지 마라’고 한다. 하던대로 해야 한다”라고 했다. 급격히 변화를 줬다가 실패하면 좋았던 옛날로 돌아가는 선수도 있지만, 예전의 폼, 리듬을 잊어버린 채 돌아가지 못하고 헤매는 선수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윤영철은 2023시즌에 신인왕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 이런 선수가 폼을 고치고 구종을 추가하는 시도가 “대견하다”는 생각이다. 윤영철은 투구 동작에서 자유발을 들고 양 손을 뒤로 모으는 시간, 글러브에서 분리되는 시간이 짧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이 윤영철 경기를 중계할 때마다 지적했다. 구속이 느린 윤영철이 양 손이 글러브에서 일찍 분리되면 힘을 모을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윤영철은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에서 이순철 위원의 지적과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객관적 데이터를 받아보니 필요성을 실감했고, 곧바로 교정에 들어간 상태다. 정재훈 투수코치는 “꼬임 동작에 힘이 생겼고 랜딩도 좋아졌다”라고 했다.
이런 시도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양 손이 빨리 분리되면서 그립이 빨리 타자에게 노출됐기 때문이다. 김태군은 “손 모양이 보인다”라고 했다. 그걸 간파하지 못하거나 간파해도 의식하지 않고 타격하는 타자들도 있다. 그러나 미세한 버릇 노출은 무조건 안 할수록 좋다.
아울러 윤영철은 커브와 함께 컷패스트볼 습득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시즌 주요 변화구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었다. 그러나 이 것만으로는 롱런이 쉽지 않을 수 있다. ABS 시대에 홈플레이트에서 급격히 변하는 구종을 보유한 투수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든다.
윤영철은 신 구종들을 14일 불펜 투구를 통해 점검하고 선보였다. 교정한 폼도 익숙해지고 있다. 김태군은 그런 윤영철이 대견하다. “이제 2년차인데 폼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어리니까 (부담 없이) 시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쉬운 건 아닌데 대견하다”라고 했다.
하던대로 해야 애버리지를 쌓는데 유리하다고 하지만, 변화에 성공하면 그 애버리지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도 알 수 없고, 윤영철은 과감하게 변화를 택했다. 그리고 그걸 가장 디테일하게 감지할 수 있는 선수가 포수 김태군이다.
윤영철은 14일 불펜 투구 이후 외국인에이스 윌 크로우로부터도 피치디자인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윤영철에게 좋은 선배와 동료가 있어서 변화 시도가 두렵지 않을 수 있다. 리그 최강 5선발로 가는 길이다.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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