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만약 (이범호)감독님이 안 됐다면…”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은 1월 중순 외국인투수 인선을 마무리하고 전략 세미나를 끝으로 선수단과 함께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로 날아갈 계획을 세웠으나 산산조각 났다. 김종국 전 감독 사태가 갑작스럽게 터지면서, 사상 초유의 ‘2월의 감독 선임’을 지휘하느라 무척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14일(이하 한국시각) 오후에서야 캔버라 캠프에 입성했다. 14일 저녁 코칭스태프 회동을 통해 다시 한번 케미스트리를 다졌고, 15일에 나라분다볼파크에 들어와서 선수들의 훈련을 처음으로 지켜봤다.
15일 만난 심재학 단장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이번 감독 선임이 중요해서, 철통보안을 하려고 했다. 야구인들 전화를 한 통도 받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러던 와중에 아내의 생일을 잊어버릴 뻔해 딸에게 혼난 사연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만큼 날짜 가는 줄 몰랐던 2월이다.
이범호 감독은 10일 오후 훈련을 마친 뒤 숙소에서 광주에 있는 심재학 단장을 상대로 단독 화상면접을 봤다. 심재학 단장과의 1대1 인터뷰였다. 이후 모기업의 재가를 거쳐 12일 밤에 이범호 감독에게 확정 통보가 갔다. 그리고 구단은 13일 오전에 공식 발표했다. 심재학 단장은 그날 짐을 싸서 밤 비행기를 타고 14일에 캔버라에 입성했다.
여기서 궁금한 건 왜 이범호 감독의 ‘단독 면접’이었냐는 점이다. 심재학 단장은 “내부에서 논의를 치열하게 했다. 후보자들을 일일이 대입해 ‘이 분이라면 어떨지, 저 분이라면 어쩔지’ 이런 식으로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우선 ‘외부 영입이냐 내부 승격이냐’부터 결정하기로 했다. 내부 승격으로 방침을 정하고 이범호 감독과 단독 면접을 가졌다”라고 했다.
KIA로선 플랜B도 마련해야 했다. 내부적으로 이범호 감독의 면접 결과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통과 기준에 미치지 못했거나, 구단 내부에서 통과했다고 해도 모기업에서 재가를 해주지 않는 상황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심재학 단장은 “그랬다면 외부 인사도 고려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외부 인사와 또 다른 내부 승격 후보들을 총망라해 면접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KIA는 이범호 감독의 면접 내용에 만족했다. 모기업도 이범호 감독 선임에 OK 사인을 냈다.
결국 KIA가 이범호 감독만을 플랜A로 분류한 건, 그만큼 이범호 감독을 높게 평가했고 이범호 감독에게 확실하게 자존심을 세워주고 싶었음을 의미한다. 이범호 감독이 모기업의 재가를 받지 못했다면 감독 선임 자체가 꼬일 가능성이 컸지만, KIA는 이범호 감독의 자체 평가와 면접을 통해 ‘감독상’임을 확신하고 밀어붙였다. 이범호 감독은 임기 2년 안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막중한 임무를 안았다.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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