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탁구왕 군대 가자!"
18일 파리 생제르맹(PSG)과 낭트의 2023-24시즌 프랑스 리그1 22라운드가 열렸고, 이강인이 선발 출전했다. 이 경기를 실시간 중계하는 한 포털사이트에 달린 악플이다. 이강인 사태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주고 있다.
일명 '탁구 게이트'가 한국 축구를 뒤흔들고 있다. 2023 아시안컵에서 캡틴 손흥민과 막내급 이강인이 충돌을 했다. 영국의 '더선'이 최초 보도했고,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가 이를 인정했다. 이강인도 SNS를 통해 사과했다. 충돌이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이후 후속 기사가 쏟아졌다.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주먹질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고, 주먹질까지는 하지 않았다는 소식도 나왔다. 주먹질을 해서 손흥민이 피했다는 주장도, 손흥민의 얼굴에 맞았다는 주장도 엇갈렸다.
이강인의 법률대리인은 주먹질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많은 혼란이 있는 가운데 정확히 어떤 물리적 충돌이 있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당장 진상 조사에 나설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물리적 충돌 사실 여부를 떠나 막내급이 주장에게 대들었다는 그 자체로 이강인은 한순간에 한국 축구의 '역적'이 됐다.
이강인 개인 비난으로 시작해서, 국가대표팀 제외, 그리고 국가대표 영구 제외까지 나왔다. 이강인의 유니폼은 중고 장터에 매물이 나왔고, 발렌시아에서 쫓겨난 것까지 연결을 시켰다. 이강인이 고의로 손흥민에게 패스를 하지 않았다는 추측에도 동조하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강인 가족들에게 가정 교육 똑바로 시키라는 비난의 화살을 쐈으며, 통신사, 치킨 등 이강인이 광고하는 상품의 불매 운동을 벌이자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비난은 끝이 없다. 도를 넘었고, 선을 넘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이강인을 향해 '병역 혜택을 박탈'하라는 목소리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것인가. 어디까지 가야 끝낼 수 있는 것인가.
지금 상황에서 나서야 할 이는 이강인과 이강인 측이다. 손흥민은 침묵하고 있고, 앞서 언급했듯 축구협회는 당장 진상 조사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이는 이강인밖에 없다. 지금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도 이강인이다.
이토록 난도질당하고 있는데 왜 가만히 있는가. 그리고 그들이 애매한 스탠스와 어설픈 해명으로 논란을 부추긴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명확하고,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해명과 필요하다면 진정한 사과가 나와야 할 시점이다.
이강인은 SNS를 통해 사과했다. 손흥민과 대표팀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즉 진짜 사과를 해야 할 '당사자'를 사과 대상에서 빠뜨렸다. 이강인은 '손흥민 형과 언쟁'이라고 표현했다. 말로 싸웠다는 거다. 그런데 언쟁만 했는데 손흥민의 손가락은 왜 탈구가 됐을까. 손흥민 손가락 부상은 정황이 아니라 팩트다. 주먹질이 없었다면 어떤 식으로 그런 소란이 일어났는지, 언쟁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져 손흥민이 부상을 당했는지 등의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해명과 사과라기에는 부족했다.
이강인 법률대리인의 해명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지 않았다고 했다.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은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음에도, 그다음 이강인의 행동은 분명하지 않다.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이 아닌 다른 부위에 주먹을 날렸다는 것인지, 아예 주먹을 날리지 않았다는 것인지, 물리적 충돌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이강인 말대로 말다툼이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또 '이강인 선수는 자신이 분쟁의 중심에 있었기에 구체적인 경위를 말씀드리기 보다는 사과를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분쟁의 중심에 있는 이가 구체적인 경위를 말하는 게 맞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된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바로 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강인이 주먹질을 하지 않았다는 것, 탁구는 계속 쳐왔다는 것, 고참 선수도 함께 있었다는 것을 바로 잡았다.
그렇다면 사실인 내용은 무엇인가. 해명을 한 내용 중에 손흥민과 충돌에 대한 사실이 없다.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를 당한 사실은 무엇인가. 주먹질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는 것을 비롯해 어떤 식으로 충돌이 일어났고, 이강인이 어떤 태도를 보여 사과까지 했고, 몇몇 선배들이 이강인의 명단 제외를 요구한 이유는 무엇인지. 사실은 왜 설명하지 않나.
사실과 다른 내용에만 반박하고 사실을 하나도 설명하지 않은 해명. 논란과 분노를 키울 뿐이다.
이강인 측은 분명 "그 외 나머지 내용에 대해서는 다시 입장을 정리해서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언제 하겠다는 건가. 지금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하루빨리 추가 해명을 해야 할 때다. 온 나라가 이강인을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인가.
억울한 것이 있다면 해명하고, 바로 잡을 것이 있다면 바로 잡고, 사과할 것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모두가 더 이상 의문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을 소상히 밝혀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후 한국 축구를 뒤흔든 안덕수 트레이너 사태와 비슷하다. 일명 '2701호' 사건이다. 사건의 결은 다르지만 논란이 일어난 후 안 트레이너가 침묵한 것은 다르지 않다.
당시 그는 SNS에 "2701호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2701호가 왜 생겼는지를 기자님들 연락 주시면 상상을 초월한 상식 밖의 일들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저 또한 프로 축구팀에서 20여 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사람이기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었다. 바꾸시라. 그리고 제 식구 챙기기 하지 마시라"고 밝혔다.
파장은 엄청났다. 그런데 논란만 있을 뿐 의구심은 풀리지 않았다. 안 트레이너는 축구협회를 저격했는데, 정확히 어떤 이유로, 어떤 문제점을 폭로하겠다는 건지 알 방법이 없었다. 축구협회의 문제인지, 의무 트레이너 사이의 문제인지, 아니면 한국 축구 전체의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수많은 추측과 루머들이 생성됐지만, 팩트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도 알 수 없다.
왜? 연락을 달라고 했던 안 트레이너가 끝까지 침묵했기 때문이다. 이 침묵 작전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시간이 이겼다. 이 한국 축구를 뒤흔든 사태는 시간이 흐르면서 유야무야됐다. 진실은 사라졌다.
이강인 측은 이런 흐지부지한 결론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아직 어린 이강인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파장이 더 커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빨리 추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건 진실밖에 없다. 이강인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할 때다.
[이강인, 2701호 사건.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안덕수 트레이너 SNS]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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