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가재는 게 편인가. 한국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았던 안드레스 헤어초크도 4강전 패배의 탓을 손흥민과 이강인에게 돌렸다.
오스트리아 언론 '크로네'는 18일 한국 대표팀 수석코치였던 헤어초크의 칼럼을 전했다. 헤어초크는 "갑자기 한국 대표팀에서 떠나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64년 만의 아시아 제패라는 부푼 꿈을 꿨다. 시작은 좋았다.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강인의 멀티골에 힘입어 3-1로 승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2차전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요르단과 경기에서 손흥민의 선취골에도 졸전 끝에 2-2 무승부를 거뒀고, 말레이시아와 3차전에서도 3-3으로 비기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F조 1위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을 치르게 됐다.
16강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내내 끌려다녔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선제골을 헌나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후반전 추가시간 조규성의 극장골로 연장전에 돌입했고,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머쥐며 8강에 진출했다.
호주와 8강전에서도 답답한 경기는 계속됐다. 한국은 전반전 종료 직전 선취골을 얻어맞았다. 하지만 후반전 추가시간 손흥민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이 성공시키며 연장전까지 승부를 끌고 갔고, 손흥민의 프리킥 득점으로 4강에 올랐다.
4강전에서는 '무전술' 클린스만 감독의 한계가 드러났다. 한국은 요르단과 경기에서 단 한 차례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고, 후반전에 터진 요르단의 두 골로 결승 문턱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클린스만 감독은 여러 비판에 직면했다. 대회 내내 보여준 전술적인 능력 결함과 성실하지 못한 근무 태도 등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심지어 대회 도중에는 이강인과 손흥민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정작 클린스만 감독은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대회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입국 기자회견에서 "13경기 동안 무패를 기록했다. 대회 4강까지 진출했다. 실패라고 말하기 어렵다. 4강에 진출했다는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을 한다. 우리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다"고 밝혔다.
또한 클린스만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후폭풍이 한창 달아오르던 시점이던 10일 비밀리에 미국으로 출국했다. 설 연휴 직후에는 축구협회에서 아시안컵을 돌아보는 분석 회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새빨간 거짓말'로 모두를 속이며 자신의 집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의 경질을 결정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축구회관에서 10시부터 축구협회 주요 임원진을 소집해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고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운영과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대표팀 감독에게 원하는 지도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감독으로서의 경쟁력과 정서가 국민들에게 미치지 못했고 개선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감독 교체 결단을 내렸다”고 브리핑했다.
경질 후 클린스만은 독일 '키커'와 인터뷰에서 "스포츠 측면에서 보면 성공적인 결과였다. 최고였다.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팀에 가져왔다. 사우디와 호주 경기는 정말 드라마틱한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수석코치였던 헤어초크가 거들었다. 그는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우리는 2026년 월드컵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중요한 경기 전날 팀 내부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싸우며 팀 정신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도 자신의 실패를 손흥민과 이강인의 탓으로 돌렸다. 축구협회는 15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이때 클린스만은 재택근무로 인해 화상회의로 참석했고, 전술 부재를 지적하자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 때문이라며 패인을 선수 탓으로 돌렸다. 그 감독에 그 수석코치다.
[안드레스 헤어초크, 위르겐 클린스만./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코리아]
노찬혁 기자 nochanhyu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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