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이 못 박은 '주전'…숨겨진 '메시지' 읽은 80억 포수의 '두 마리 토끼 사냥'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메시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겨울 롯데 자이언츠의 1호 영입은 단연 '안방마님'이었다. 지난 2017시즌이 끝난 뒤 강민호를 떠나보낸 뒤 줄곧 포수 고민에 시달렸던 까닭이다. 롯데는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여러 유망주들을 수집했지만, 그 어떤 포지션보다 경험이 중요한 만큼 '주전'으로 포수마스크를 쓸 수 있는 자원을 육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 결과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개장한 뒤 4년 총액 80억원에 유강남을 품에 안았다.

당시 FA 시장에는 총 네 명의 포수 자원이 시장에 나왔다. 당시 '최대어'로 불리던 양의지,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유강남, LG 트윈스로 전격 이적한 박동원, 양의지와 유니폼을 바꿔입게 된 박세혁. 롯데는 KBO리그에서 가장 프레이밍이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2015시즌 본격 주전으로 도약한 뒤 8시즌 연속 100경기 이상을 꾸준히 출전한 유강남과 손을 잡았다.

큰 기대속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유강남의 전반기 공격적인 활약은 분명 아쉬웠다. 유강남은 4월 한 달 동안 16안타 1홈런 타율 0.232 OPS 0.616, 5월 또한 타율 0.236 OPS 0.652에 머물렀다. 하지만 유강남의 영입 효과는 다른 곳에서 드러났다. 바로 마운드였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롯데 투수들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탓에 호흡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4월말로 향하면서 손발이 맞아나가기 시작했고, 롯데가 무려 15년 만에 9연승을 질주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시즌 초반의 경우 투·타의 밸런스가 워낙 좋았던 만큼 유강남의 타격 부진은 도드라지지 않았으나, 6월 부상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하고 팀 성적이 떨어지자, 80억 포수의 부진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강남은 6월에도 부진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며 타율 0.211 OPS 0.611을 기록하는 등, 전반기를 51안타 5홈런 27타점 타율 0.233 OPS 0.654로 마치게 됐다. 특히 후반기가 시작된 후 7월 성적은 타율 0.182에 불과했다.

부진을 거듭하던 유강남이 감을 찾기 시작한 것은 9월이었다. 유강남은 9월 19안타 2홈런 타율 0.388 OPS 1.045로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고, 10월에도 14안타 2홈런 타율 0.368 OPS 0.984로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9월 1일 타율이 0.225였는데, 유강남은 두 달 동안 타율을 0.261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타격감이 살아난 시기는 이미 버스가 지나간 뒤였고, 롯데는 결국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게 됐다.

FA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 첫 시즌을 돌아보면 어땠을까. 미국 괌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유강남은 "아무래도 타격적인 부분이 컸다. 시즌 초반 우리팀이 좋았을 때 내가 이렇다 할 활약을 못했다. 그때 내가 조금 더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컸다. 시즌 막바지 순위가 다 결정이 됐을 때 타격감이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전의 성적으로 시즌이 끝났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 같다. 스스로 '반등하자'는 다짐을 반복했고, 그 후반기의 모습을 올해로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피치클락, ABS 등 새로운 규정의 도입으로 신경을 쓸 부분이 많지만, 지난해 아쉬움이 워낙 컸던 만큼 유강남은 이번 캠프에서 타격 쪽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작년 후반기의 느낌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비시즌 집에서 쉴 때도 괜히 한 번씩 방망이를 잡고 스윙을 해보고, 밸런스 체크를 하면서 시즌을 준비했다. 그래도 작년 후반기의 느낌을 조금씩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매일 훈련이 진행되는 까닭에 몸의 컨디션의 업다운으로 인해 타격 폼이 조금 바뀔 수 있지만, 영상을 통해서 체크도 하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LG 시절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김태형 감독을 자주 접했던 유강남. 현역 시절 포수로 활약했던 사령탑과의 훈련에 임해본 느낌은 어떨까. 유강남은 "감독님께서 확실히 포스가 있으시다. 말을 하지 않아도 뭔가 무게감이 있는 느낌이다. 기(氣)가 확실히 느껴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은 포수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아는 만큼 캠프에서도 유독 포수들을 챙기는 모습이었다. 이에 유강남은 "감독님께서 훈련량이 많다고 포수들이 고생한다는 이야기도 한마디씩 해주시더라. 그리고 한 번은 커피도 갖다주셨다. 포수 출신이시다 보니 많이 신경 써 주시는 것 같다"고 웃었다.

올해 KBO리그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피츠 클락이 도입되고, 자동으로 스트라이크가 판정되는 ABS 시스템, 수비 시프트에도 제한이 생긴다. 포수 입장에서는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유강남은 "피치클락을 설치하고 공을 받아보니 굉장히 급해지더라. 피치클락이 내 손에서 공이 떠나고 투수가 공을 잡는 순간 시작되니, 내가 시간을 조금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프레이밍은 ABS가 도입되더라도 중요성에 변함은 없다. 투수들이 불안감을 느끼면 자신의 공을 못 던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수들이 ABS를 의식하지 않도록 공을 받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캡틴' 전준우를 비롯해 윤동희, 유강남을 2024시즌 확실한 선발 자원으로 못 박았다. 하지만 유강남은 "감독님이 주전이라고 못을 박으셨지만, 그 안에 메시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안주하기보다는 오히려 책임감과 부담감이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작년 초반의 돌풍을 일으켰던 것처럼 좋은 느낌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팬분들께서 주중, 주말에 상관없이 야구장을 가득 메워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것을 보고 '롯데는 이런 곳이다'라는 것을 느꼈다. 좋은 느낌을 길게 가져간다면, 올해 팀 성적은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강남은 올해 팀 성적과 함께, 오는 11월 개최되는 프리미어12의 국가대표 승선까지 노린다. 유강남은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후 단 한 번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어 본 경험이 없다. 유강남은 "야구선수라면 태극기를 가슴에 다는 것은 가장 큰 목표다. 청소년 시절 이후 한 번도 태극기를 달지 못했는데, 올해는 좋은 기회가 있다. 팀 성적, 내 개인 성적도 잘 나오면 태극마크라는 꿈에 도전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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