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할을 또 칠 기대를 하지 않는다. 내 커리어 한번 있을 운이다.”
KIA 타이거즈 ‘수비왕’ 박찬호(29)가 KBO리그 탑클래스 유격수가 된 건 야구를 향한 열정 덕분이었다. 지난 몇 년간 골든글러브, 국가대표, 3할 등에 대한 꿈과 열정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한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려왔다. 느슨함을 용납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박찬호가 탄생했다.
그런 박찬호가 좀 변했다. 아니, 본 모습을 찾아간다. 지난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서 만난 박찬호는 편안한 표정이었다. “늘 똑같이 하고 있다. 많이 치는 것도 아니고, 무리할 필요도 없다. 컨디션을 천천히 올린다”라고 했다.
기름기를 쫙 뺀, 담백한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패기 넘치고, 의욕 넘치던 과거의 박찬호가 아니었다. 그는 “그런 걸 죽여야 한다. 그래야 익은 선수다. 이제 그럴 연차, 나이가 됐다. 익은 선수가 돼야 한다”라고 했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 같은 선수. 조짐은 진작에 보였다. 박찬호는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에 실패했다. 그런데 오지환(34, LG 트윈스)을 리그 최고 유격수라며 시상식장까지 방문, 진심으로 축하했다. 한 마디로 ‘패자의 품격’을 드높였다.
또 있다. 박찬호는 지난 비활동기간에 몇몇 야구 유튜브 채널에 출연, “안 다치면 3할을 못 할 수도 있었다”라고 했다. 다치지 않고 경기에 더 나갔으면 3할 타율을 지키지 못했을 것이란 셀프 비판. 그 연장선상에서 여전히 “3할은 운 좋아서 했다”라고 했다.
심지어 박찬호는 “3할을 또 칠 기대를 안 한다. 커리어 한 번 있을 운이다”라고 했다. 골든글러브를 두고서도 “욕심 낸다고 따라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비우고, 내려놓으면 무서워지는 법이다. 박찬호는 그저 ‘과정’에 집중한다.
그런 박찬호가 유일하게 의식하는 대목이 출루율이다. 그는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8~9번, 1~2번에 배치될 자신이 출루를 많이 해야 KIA의 타선 생산력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계산. 이 역시 큰 틀에선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의미가 투영됐다.
박찬호의 통산 출루율은 0.313이다. 작년 0.356이 커리어하이였다. 이를 더 높일 수 있다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지난 1~2년을 기점으로 타격에 눈을 뜬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작년에 당한 삼진은 56개로 2019년 주전 도약 이후 가장 적었다.
올해 박찬호가 바라보는 건 오직 이범호 감독을 도와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골인하는 것이다. 그는 “평생의 꿈이다. 누가 ‘2할 치고 우승 할래, 3할 치고 준우승 할래’라고 하면 무조건 2할 치고 우승이다. 우승할 수 있다면 규정타석을 못 채워도 된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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