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무섭다가도 밉고, 밉다가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바로 '킬러들의 쇼핑몰'의 이성조다.
최근 마이데일리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서현우와 만나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과 서현우가 맡은 역할 '이성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삼촌 진만(이동욱)이 남긴 위험한 유산으로 인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지안(김혜준)의 생존기를 다룬 스타일리시 뉴웨이브 액션물. 서현우는 삼촌이 죽고 홀로 남은 지안을 노리는 냉혈한 스나이퍼 이성조 역을 맡아 파격적인 비주얼부터 강렬한 액션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을 선보였다.
이날 작품 속 서늘했던 얼굴과는 달리 밝은 모습으로 등장한 서현우는 취재진에게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누며 인터뷰 내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사실 완성된 작품이 정말 궁금했다. 실제 대본과 영상이 어떻게 다를지 가슴을 졸이면서 감상했고, 시리즈가 모두 공개된 후에도 한 번 더 봤다. 꼭 영화 한 편을 보듯히 감상했던 것 같다"며 작품 종영 소감을 밝혔다.
또 "직접적인 악당을 처음 해보기도 했고, 어떻게 나올지, 또 '성조'라는 캐릭터가 작품 속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봤다. 처음 볼 때는 가슴을 졸이면서 봤지만 나중에 한 번에 8부까지 작품을 몰아봤을 때는 제 역할 뿐 아니라 전체 작품의 리듬이나 템포를 즐기면서 볼 수 있었다. 감독님께도 재밌게 잘 봤다고 연락드렸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작품 속 이성조는 싸늘할 때는 피를 얼릴 듯 냉철한 모습을 보이지만, 장면 마다 가끔씩 위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금니를 갖고 있던 비주얼도 포인트. 이성조는 이 모든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작은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었다.
"외적인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금니에다가 장발을 가진 캐릭터. 사실 악당에 금니라는 설정은 어떻게 보면 쉽게 연상할 수 있으니 저만이 표현할 수 있는 금니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금니를 맞추러 가는 날까지 고민했죠. 원래는 윗니로 할 수도 있었는데, 기시감이 드는 캐릭터가 많아서 아랫니로 바꿨어요. 아랫니가 조금 더 야만스러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금니를 제작하고 나서 착용하니 발음이 쉽지 않더라고요. 전체 리딩날 이를 감독님께 알렸고, 감독님께선 오히려 약간 새는 듯한 발음이 재밌게 느껴진다고 하셔서 이렇게 성조가 완성됐어요. 아! 또 장발의 느낌을 살리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분장팀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인터뷰를 하게 되면 꼭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싸늘한 비주얼에 유창한 전라도 사투리까지. 완벽히 악역에 동화된 그였지만 유머도 놓지 않았다. 그랬기에 고민이 더 많았다는 서현우다.
"너무 유머러스하게 (캐릭터를) 풀어버리면 나중에 카리스마 있어야 할 장면에서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밸런스를 잡는데 애를 많이 먹었죠. 그래서 여러가지 선택지를 감독님께 많이 제시했어요. 지금보다 조금 더 유머러스하게 애드리브를 실은 순간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 수위 조절을 잘해주셨어요. 다만 저는 '위트가 위트로 느껴질까?', '무자비함이 무자비함으로 느껴질까?'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하기도 했죠."
작품에 깊게 몰입한 만큼, 빠져나오기도 어려웠을 터. 서현우에게 이것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는데, 돌아온 답은 생각보다 더 프로페셔널했다. 의연하게 악역을 잘 소화해낼 수 있었던 이유였다.
"사실 연기하면서 늘 제 스스로 제동을 걸고 컨트롤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뭔가 이번 작품도 작품을 준비하고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절대 여기 몰입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캐릭터를 구축하며 절대 여기에 몰입하지 말자고 다짐하기도 했어요. 그래야만 빌런 역할을 할 때일수록 작품이 끝나고 다시 중립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작품이 끝나면 평범한 나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장치를 많이 숨겨두는 편이에요. 그래서 성조를 연기할 때도 잔인한 장면을 찍고서도 일부러 더 쾌활하게 움직이려 했죠. 최대한 제 자신을 중립적으로 유지했어요."
'중립'을 지키며 연기하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서현우는 이에 대해 "발라드 가수가 슬픈 노래를 부르지만 절대 울지는 않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저도 가끔은 인간인지라 (작품이 끝나면) 일말의 남겨진 감정의 요소가 있기도 해요. 그래서 쉬는 동안 그걸 많이 해소시키려고 하죠. 중립으로 돌아오면 다음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할지 좀더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굉장히 정교하게 임하고, 감정을 최소화하죠. 제가 어떻게 행동하면 관객들이 감정을 더 잘 느낄 수 있을까에 집중해요. 보는 사람이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리드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고, 그런 선택과 태도가 캐릭터 구축에 늘 도움이 많이 됐어요."
'중립' 뿐 아니라 서현우가 갖고 있는 직업병이 또 한가지 더 있었다. 바로 '일 중독'이다. 꾸준히 도전하는 그에게서 진정한 '연기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평소 제가 취미 생활이 없어요. 해봤자 등산가거나 수영하거나…. 규칙적으로 뭔가 하진 않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연기하는 순간이 제일 재밌어요. 현장에서 스태프 분들, 동료 배우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일 재밌는 놀이죠. 그래서 끊임없이 작품을 하려는 것 같고 선택되지 않는 순간에서도 일을 찾아서 하는 편이에요. 제게는 연기가 너무 재밌는 놀이 같아요."
이예주 기자 yeju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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