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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골프를 망쳤어.”
오타니 쇼헤이(30, LA 다저스)의 FA 10년 7억달러 계약은 한국기준으로 2023년 12월10일 새벽 5~6시 사이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오타니가 직접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LA 다저스와 계약 사실을 알리는 자필 편지를 게재했고, 거의 동시에 미국 언론들의 보도가 쏟아졌다.
그런데 하루 앞선 12월9일에는 ‘대소동’이 일어났다. 오타니가 캐나다 토론토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최후의 대항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였다. 오타니는 토론토행을 마지막까지 진지하게 고려하다 결국 다저스와 도장을 찍었다.
당시 최초 보도한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는 메이저리그의 저명한 기자이자 칼럼니스트다. 그런 모로시가 ‘대형 오보’를 터트린 것이었다. 오타니가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토론토로 전세기가 날아간다는 소식의 주인공은 오타니가 아닌 한 사업가였다. 이 사태로 모로시는 결국 공개 사과를 헤야 했다.
그렇다면 이를 접한 다저스 사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모로시의 오보가 나왔을 땐 이미 오타니가 다저스와 계약에 합의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실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멘탈’이 흔들렸음을 간접적으로 고백했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23일(이하 한국시각)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스타디움에서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을 가졌다. ESPN이 경기 도중 로버츠 감독을 인터뷰했다. 이날 MLB.com에 따르면, 로버츠 감독은 해당 질문이 나오자 1초도 쉬지 않고 답했다.
“샌디에이고 란초 산타페 골프클럽에서 최악의 골프를 쳤다.” 오타니가 토론토로 간다는 얘기를 들으니 멘탈이 흔들려 골프를 망쳤다는 얘기다. 로버츠 감독은 함께 골프를 친 배우 브라이언 바움가트너에게 “이봐, 내가 오늘보다 더 나은 골프선수가 될 것을 약속할게”라고 했다.
로버츠 감독으로선 혹시 오보가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골프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파트너에게 사과까지 했다는 의미다. 로버츠 감독은 “브라이언은 웃고 있었고, 그는 내게 공격을 퍼부었다”라고 했다.
MLB.com은 “로버츠 감독이 인정했듯, (오보를 접한 순간) 마음은 분명히 (골프가 아닌)다른 곳으로 갔다. 모든 소문이 쏟아져 나왔다”라고 했다. 그 누구보다 오타니를 원한 로버츠 감독이다. 짝사랑 상대가 다른 사람 품에 안긴다는 얘기나 다름없었으니 가슴 철렁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로버츠 감독은 오보임을 알게 된 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MLB.com은 “오타니는 다음날 다저스 입단을 발표했다. 로버츠 감독은 최종결과를 위해 서브 파 라운드를 희생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오타니가 온다는데 그깟 골프가 대수일까. 골프를 하루 망쳤지만, 오타니의 토론토행이 오보라는 걸 확인한 순간 더욱 기뻐했을 듯하다. MLB.com은 “소문의 광란의 금요일(미국 기준 2023년 12월9일은 금요일이었다)은 메이저리그의 전설로 남을만하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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