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프로필을 채운다면요? 사소하고 인간적인 부분이 담겼으면 좋겠어요. '응답하라 1988'을 보고 배우를 꿈꾸게 됐고, 반려묘를 키우고 있어요. 그림에 소질이 있고요. 혈액형은 O형이고, MBTI는 ENTP랑 ENFP 왔다 갔다 해요. 한예종 19학번인데 아직 3학년이에요."
최규리는 최근 서울 강남구 후크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 연출 박원국 한진선) 종영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여자가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 차를 살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돌려주는 '본격 운명 개척' 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시리즈를 연출한 박원국 감독과 '낮과 밤'으로 흡입력 있는 서사를 선보였던 신유담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배우 박민영의 1년 2개월 여만 복귀작이기도 하다.
최규리는 극 중 강지원(박민영)이 속한 U&K푸드 마케팅 1팀 사원이자 유지혁(나인우)의 이복여동생 유희연 역을 맡았다. 유희연은 누구에게든 잘 웃고 붙임성 있게 굴지만 아닌 건 아닌 성격으로, 강지원의 가장 큰 아군이 되는 인물이다.
이날 최규리는 "일단 당장 16부작의 방영이 끝났는데 긴 시간 동안 나한테도 생각지 못하게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다. 1월은 좀 적응하느라 보내고, 2월은 또 감사와 기대에 뒤섞여서 보냈다. 오늘이 마지막 방영일이라 조금 아쉬운 마음도 남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관심 가져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마음이 제일 크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일 방송된 '내 남편과 결혼해줘' 최종회는 12.0%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수도권과 전국 모두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또한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도 전국 평균 5.6% 를 기록하며 마찬가지로 케이블 및 종편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평일 드라마 타깃 시청률이 최고 6%대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케이스다. (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이덕에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지난 2019년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 이후 약 5년 만의 포상휴가라는 유쾌한 기록도 남겼다.
최규리는 "잘되리라는 기대는 했어도 사실 포상휴가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는 단어다. 포상휴가를 간다고 해서 진짜 우리 드라마가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크게 느꼈다. 포상휴가는 약간 꿈이나 꾸던 단어였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언니, 오빠들이랑 이야기를 했는데 책을 갖고 가서 민영언니랑 책도 읽고 수다도 많이 떨고 푹 쉬다가 오기로 했어요. 제가 필름 카메라로 찍는 걸 좋아해서 이번에 필름 한 박스 들고 가서 언니, 오빠들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풍경도 최대한 많이 기억하기 위해서 많이 담아 오려고요. 무슨 책을 읽을지는 아직 계획에 없어요. 그냥 필 꽂히는 대로, 읽고 싶은 책을 가져가려고요."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 만큼 최규리도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종영을 앞뒀던 설 연휴, 비행기를 타고 본가인 부산에 내려가자 아버지는 가족들이 다 모이자마자 TV를 켜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틀어뒀다. 다 같이 모여 앉아 밥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매니저를 시켜달라는 삼촌에게 회사가 있고 매니저가 있는 몸이라 안된다 답하는 장난도 쳤다. 연기를 시작함에 있어서 부끄러움 없이 증명해 낸 기분이라 즐겁게 보낸 시간이었다.
최규리는 "드라마에서는 어쨌든 의상을 입고 헤어를 하고 세팅을 하고 나오는 거고 평상시에 항상 희연이 같은 표정을 짓진 않는다. 옷도 내걸 입고 다르게 하고 나가면 솔직히 못 알아보실 줄 알았다"며 "가족끼리 외식하는데 젊은 부부가 와서 사진 찍어달라고 요청하신 적도 있다. 이번에 친구랑 같이 세부 여행 갔는데 되게 많은 분들이 알아보셔서 처음으로 사인도 좀 해보고 사진도 많이 찍어드렸다"고 뿌듯하게 말했다.
이어 "그렇게 알아보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서 좀 많이 놀랐다. 이렇게 알아보시는 게 거의 처음"이라며 "어릴 때부터 가던 치과나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고깃집 사장님 이런 분들이 '내가 처음으로 규리 1호 사인을 받겠다' 이러셔서 처음 회사 들어가고 낙서 수준으로 해드렸다. 그런데 그런 것 빼고 작품을 보고 알아보신 분들이 요청하신 게 처음이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좀 덜덜 떨면서 해드렸다"고 덧붙였다.
'항상 희연이 같은 표정'이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 유희연은 다소 만화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캐릭터다. 동그랗게 뜬 눈을 반짝이며 '댕댕미'를 자랑하는 MZ쾌녀다. 대사는 물론 행동까지 통통 튄다. 강지원을 향해 '은인님'이라 부르고 맛있는 음식을 먹자 줄줄 속사포 '맛리뷰'를 내뱉는다. 더군다나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 만큼 유희연에 대한 최규리만의 해석이 필요했다.
이에 대해 최규리는 "처음에 고민을 좀 하긴 했다. 원작 웹툰을 보고 드라마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았다. 원래도 연재할 때 다 봤던 웹툰이지만 작품을 준비하며 다시 결제해서 또 몇 번을 봤다"며 "아무래도 희연이의 만화적인 표현들을 살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쨌든 사람이 연기를 하는 거라 이질감이 들지 않게 자연스럽게 하려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도 내가 하이텐션이고 말이 많은 사람이라 내가 가장 편하고 신났을 때의 모습들을 스스로 관찰을 많이 했다. 친구들하고 편하게 있을 때 나오는 표정이 제스처, 뉘앙스를 다 잡아서 희연이한테 대입을 시켜봤더니 그래도 자연스럽게 잘 봐주시더라"라며 "희연이와 나는 비슷한 부분은 많이 비슷하고 다른 부분은 많이 다르다"고 연기 포인트를 짚었다.
그러면서 "희연이가 기본적으로 사람을 굉장히 좋아하고 텐션이 엄청 높다. 그게 항상 나의 평소 텐션은 아니고 정말 신났을 때다. 그걸 표출했을 때의 모습이 희연이의 디폴트 값이다. 웬만하면 나는 희연이보다 차분한 성격"이라며 "희연이는 적재적소에 할 말을 따박따박하는데 나는 굳이 꼬집어서 꼬치꼬치 말하기보다 넘어가는 편이다. 그런데 희연이를 연기하면서 나도 좀 영향을 받고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공들인 유희연으로 분해 최규리는 많은 선배들과 함께 호흡했다. U&K푸드마케팅 소속이자 재벌 3세 유희연인 덕에 같은 소속사 식구이기도 한 박민영은 물론 나인우, 이이경, 정수민, 공민정, 하도권까지 많은 선배들과 만날 수 있었다. 2000년 생인 데다 지난 2021년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드라마 '엉클'로 데뷔한 '막내' 최규리는 항상 즐겁고 배울 것이 있었다며 회상했다.
그는 "언니, 오빠들이 연기하는 스타일도 다 볼 수 있고, 애드리브를 주고받는 걸 지켜볼 수 있는 입장이라는 게 가장 재밌었다"며 "현장에서 직관을 할 때는 '저렇게 연기를 하는구나' 했는데 그걸 방송으로 보니까 눈 떨림이나 살짝 고개를 돌리고 숨 한번 들이쉬는 거에도 노련미가 다 묻어나더라. '저걸 다 계산하고 매 테이크마다 연기를 하는구나' 싶은 디테일을 방영되는 시점에서 좀 더 배울 수 있었다"라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함께 뒤늦게 돌아본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흐름 자체가 좀 아쉽다. 긴 호흡으로 연기를 해 본 첫 작품이라 처음 카메라랑 더 친해지고, 많이 잡힌 게 처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표정이 잘 담기는지 이런 감도 부족했고 촬영이 진행되면서 좀 발전했다"며 "이 시점에서 편집된걸 보니 지금 다시 하면 좀 더 맛깔나게 살릴 수 있었던 포인트가 있지 않았나 싶다. 대사가 없어도 리액션을 잘하면 좋았겠다 싶은 감이 조금 생겼다"고 솔직하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첫 촬영으로 돌아간다면, 지금 이렇게 생각하는 걸 놓고 연기하고 싶어요. 톰 히들스턴을 되게 좋아하는데, 학교 교수님이 영국왕립학교를 같이 다니셨대요. 무대에 오르기까지 미친 사람처럼 캐릭터를 공부하고 연구를 하다가 무대에 올라가면 머릿속에 있는 걸 기반으로 다 잊고 그냥 그 사람으로 뛰어놀고, 살아있는 캐릭터가 돼서 연기하는 게 정말 인상 깊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다시 돌아간다면 머릿속에 싹 입력시켜 놓고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다 던지고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싶어요."
학교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를 짚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규리는 부산국제중학교를 졸업해 부산국제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UN사무총장을 목표로 했던 최규리는 그와는 완전히 다른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게 됐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까. 마침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최규리는 '10년 전으로 회귀를 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10년 전이라면 최규리가 중학생, 다소 고민에 빠졌을 때다.
최규리는 "딱 비슷한 시기다. 외고 진학을 안 하고 예고 준비를 하면 어떨까 싶다. 그때는 공부가 내 길이 아닌 걸 알면서도 학업 분위기 상 입시를 하다 외고를 갔다. 결국 이렇게 예체능으로 올 거였다면 진작 어릴 때부터 예술 쪽에 눈을 뜨고 입시 준비를 해서 예고에서 연극도 해보고 영화도 찍으면서 경험을 좀 더 쌓았으면 지금 하고는 좀 다른 모습일까 궁금하긴 하다. 아마 외고 입시를 하진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규리는 자신의 꿈이 UN사무총장에서 배우로 바뀐 것이 아니라 선을 그었다. 최규리의 꿈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바지하는 것이 최규리의 꿈이다. 그를 위해 학창시절 세웠던 목표가 실질적으로 권리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UN사무총장이었다. 최규리는 꿈과 목표를 명확하고 확실하게 나눠 구분했다.
이에 대해 최규리는 "엄청 열심히 공부해서 국제중에 입학했다. 그런데 너무 똑똑한 친구들이 많으니까 나도 번아웃이 왔다. 나름 최선을 다했으니 미련이 없을 것 같아 학교 생활을 제치고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다"며 "그러다 창작연극부에서 처음 무대에 서봤다. 비슷한 시기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를 엄청 재밌게 봤다. 메이킹 필름도 보면서 저 배우들이 살아있는 현장에 나도 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공부가 내 길이 아닌 걸 깨닫고 나서 하루빨리 그만두고 진짜 하고 싶은걸 찾고 싶었다. 부모님을 설득해서 자퇴하고 그때부터 해보고 싶었던걸 다 해봤다. 여행도 가고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틀어박혀서 영화나 드라마도 보고 혼자 재료 다 사서 그림도 그려봤다"며 "그러다 해보고 싶었던 연기를 제대로 배워보자 싶어서 학원에 등록했고 딱 고3 올라가는 시기라 입시열차에 탑승했다"고 회상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보고 싶으면 미친 듯이 해야 됐고, 미친 듯이 하다 보니까 감사하게도 한예종에 붙었어요. 그 이후로 연이 잘 닿아서 이렇게 배우로 직업이 바뀐 거예요. 배우로 꿈이 바뀌지 않았아요. 제 꿈은 여전히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배우로서 목표요? 올해 스타트를 너무 행복하게 끊어서 더 큰 목표를 꿈꾸는 게 민망하긴 하지만, 희연이로 알아봐 주신 분들한테 올해가 가기 전에 다른 작품으로 다른 모습으로 배우 최규리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는 게 목표예요."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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