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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정규시즌 개막전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시점. 롯데 자이언츠에 예상치 못한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것도 한 가지가 아닌 두 가지의 초대형 악재다. 지난 2년 연속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킨 뒤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팀 성적이 떨어졌는데, 올해는 개막전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롯데는 지난 9일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에 앞서 대형 악재와 맞닥뜨렸다. 바로 지난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선택한 '특급유망주' 김민석의 부상 때문이었다. 김민석은 지난해 129경기에 출전해 102안타 3홈런 타율 0.255 OPS 0.652로 훌륭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특히 고교시절 유격수로 뛰었던 유망주가 프로 입성과 동시에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 풀타임에 가까운 시즌을 보낸 것은 분명 박수를 받아 마땅했다.
지난해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만큼 김민석은 2년 연속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괌-일본 오키나와 캠프를 모두 완주했다. 김태형 감독이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김민석은 올해 롯데의 주전 좌익수로 뛸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큰 기대 속에서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있었는데, 지난 7일 수비 훈련을 소화하던 중 김민석이 옆구리 통증을 호소했다. 이에 김민석은 9일 시범경기 개막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김민석이 현재 옆구리가 좋지 않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 부상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령탑이 취채진과 인터뷰를 시작한 시점에서 김민석의 부상에 대한 검진 결과는 나오지 않았었는데, 잠시 후 발표된 상태는 조금 심각했다. 김민석의 우측 내복사근이 부분 파열된 것. 물론 나이가 어린 만큼 회복 속도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약 한 달의 재활이 불가피한 것은 분명했다. 특히 사령탑이 "어느 정도 구상은 다 끝났다"고 말한 만큼, 김민석의 부상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10일 경기에 앞서 김민석을 대체할 선수로 고승민을 낙점했다. 그런데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0일 롯데가 4-1로 앞선 5회말 무사 1, 3루 찬스에서 세 번째 들어선 한동희가 SSG 선발 박종훈의 3구째에 파울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다. 워낙 강하게 스윙을 했던 만큼 한동희의 상체가 뒤로 젖혀졌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한동희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꽤 오랜 시간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통증은 상당히 심각해 보였다. 그 결과 한동희는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은 후에야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후 한동희는 곧바로 구다 지정 병원인 좋은삼선병원으로 이동했다. 롯데 관계자는 "현장에서 '퍽'하면서 터지는 소리가 났다"며 "더그아웃에 들어온 이후에도 움직이지 못했고,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주말이었던 만큼 정밀 검진을 받지 못했지만, 한동희는 일단 1차적으로 내복사근 손상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11일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2차 검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단순 염좌이지만, 현시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김민석에 이어 한동희까지 내복사근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롯데의 계산은 단단히 꼬였다.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는 정규시즌 일정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최대 위기를 맞은 셈. 김민석의 경우 고승민이라는 대체가 가능한 자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동희의 이탈은 매우 치명적이다. 한동희는 지난겨울 前 피츠버그 파이리츠 출신의 '강정호스쿨'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됐고,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내내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다. 이에 사령탑은 한동희가 군 입대를 앞두고 있지만, 매우 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만큼 이제는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9일 인터뷰에서 "캠프는 굉장히 만족한다. 선수들 간의 경쟁을 통해 주전과 백업의 뎁스가 매우 두터워졌다.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경쟁을 많이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경쟁을 통해 준비들을 잘 했다"고 스프링캠프 과정을 돌아봤다. 롯데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내야 자원을 대거 품에 안았는데, 이 선수들이 눈에 띄게 주전과의 격차를 줄여냈다는 것이다.
롯데는 지난 이틀, 시범경기를 치르는 동안 주전 선수들의 활약이 매우 두드러졌다. 지난 9일 경기에서는 박승욱이 1안타 1득점 1사구를 기록, 10일 경기에서도 한 개의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오선진이 1안타 1득점, 이학주가 1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최항이 1안타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한동희의 '한 방' 능력을 메워줄 수는 없지만, 기대를 걸 만한 자원들은 충분하다. 이 밖에 또 다른 방법도 있다. 바로 내야의 '교통정리'를 통한 것이다.
롯데는 한동희가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던 만큼 일찍부터 그의 이탈을 대비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50억 유격수' 노진혁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3루에서 펑고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겨울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김민성이 주전 2루수 역할을 소화한다면, 박승욱에게 유격수, 노진혁에게 3루수 역할을 맡길 수 있다. 특히 노진혁의 경우 수비의 부담을 덜어낸다면, 타격 성적 향상도 노려볼 수 있다.
정규시즌 개막전의 구상이 모두 끝난 가운데 발생한 두 개의 큰 악재. 김태형 감독은 시작부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과연 롯데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게 될까. 주전과 백업의 줄어든 격차가 빛을 발휘할 때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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