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두산 베어스가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시범경기 3연승을 질주,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시범경기에 불과하지만, '김태형 시리즈'에서 먼저 웃은 것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맞대결에서 3-0으로 승리, 시범경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 선발 라인업
롯데 자이언츠 : 윤동희(우익수)-고승민(좌익수)-노진혁(유격수)-빅터 레이예스(지명타자)-유강남(포수)-나승엽(1루수)-김민성(3루수)-박승욱(2루수)-황성빈(중견수), 선발 투수 애런 윌커슨.
두산 베어스 : 정수빈(중견수)-헨리 라모스(우익수)-양의지(포수)-김재환(지명타자)-양석환(1루수)-강승호(2루수)-허경민(3루수)-김인태(좌익수)-박준영(유격수), 선발 투수 라울 알칸타라.
▲ 사령탑의 걱정? 필요가 없었다
두산의 명실상부한 '에이스' 알칸타라는 지난 2020시즌 두산에서 31경기에 등판해 198⅔이닝을 소화,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라는 압권의 성적을 남겼다. 그해 알칸타라는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을 품에 안았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두산이 잔류의 뜻을 전했지만,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야구를 경험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알칸타라는 이적 직후 한신의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찼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 속에 불펜 투수로 보직을 전환하는 등 24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6홀드 평균자책점 3.49의 성적을 남겼다. 선발진의 한자리를 지키지 못했을 뿐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이듬해 알칸타라는 1승 3패 17홀드 1세이브로 기본적인 스탯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평균자책점이 4.70으로 수직 상승했다.
결국 드물지 않게 불안한 모습을 내비쳤던 만큼 알칸타라는 더이상 한신과 동행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에 두산이 곧바로 움직임을 가져갔다. 성공과 실패의 여부를 가늠하기 힘든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 KBO리그의 문화에 익숙한 '에이스'를 데려오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알칸타라와 2023시즌 동행이 확정됐다. 그리고 알칸타라는 지난해 31경기에 나서 다시 한번 192이닝을 먹어치우는 등 13승 9패 평균자책점 2.67로 훌륭한 성적을 손에 넣으며 두산을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끌었다.
실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알칸타라. 하지만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불안한 요소가 있었다면 '속도'였다. 알칸타라는 일본에서 불펜으로 뛰었던 만큼 2022시즌 38⅓이닝 밖에 던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KBO리그로 돌아온 뒤에는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192이닝을 소화했는데, 이로 인해 이닝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조금 더 휴식을 취하면서 시즌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알칸타라는 지난달 29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라이브피칭에 임했던 것이 유일한 실전 투구였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11일 경기에 앞서 걱정스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령탑은 '시즌을 천천히 준비한 것이 걱정되지는 않느냐'는 말에 "걱정은 된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하지만 이내 "알칸타라 본인의 페이스에 맞추고 있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조금 늦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는데, 본인은 괜찮다고 한다. 그동안 해왔던 루틴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좋은 성적을 냈다. 충분히 존중을 해줄 것이다. 시즌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날 알칸타라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탄탄한 투구를 뽐냈다. 알칸타라는 1회 시작부터 선두타자 윤동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시작했다. 이후 고승민에게 2루수 방면에 내야 안타, 빅터 레이예스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2사 1, 2루의 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유강남을 136km 포크볼로 삼진 처리하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 2회에는 선두타자 나승엽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민성-박승욱-황성빈을 모두 뜬공으로 묶어냈다.
실점 위기에서는 수비의 도움도 받았다. 알칸타라는 3회 선두타자 윤동희에게 2루타를 맞는 등 1사 1, 3루에 봉착했는데, 레이예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정수빈이 홈을 파고드는 윤동희를 저격하며 알칸타라의 어깨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알칸타라는 4회말 2사 1, 2루에서 약속된 투구수를 모두 채우고 교체됐고, 바통을 이어받은 이병헌이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으면서 알칸타라의 첫 등판도 무사히 치러졌다. 이날 알칸타라는 최고 152km의 직구(38구)를 바탕으로 포크볼(19구)-슬라이더(10구)-커브(2구)를 섞어 던지며 3⅔이닝 동안 투구수 69구,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 '김태형 시리즈'에서 먼저 웃은 것은 국민타자
이날 경기는 '김태형 시리즈'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두산의 전·현직 감독의 맞대결이 벌어진 까닭. 특히 김태형 감독은 두산 사령탑으로 데뷔한 첫 시즌부터 한국시리즈(K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2022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면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는데,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이었다. 이로 인해 수많은 팬들이 이날 경기를 주목했다.
양 팀 사령탑은 시범경기에 불과한 만큼 이날 매치업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으나, 라인업을 보면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닌 듯했다. 양 팀 모두 정규시즌 개막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현재 꺼내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라인업을 구성했다. 그리고 '김태형 시리즈'에서 먼저 미소를 지은 쪽은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이었다.
경기 초반의 주도권을 손에 쥔 것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김재환이 롯데 선발 애런 윌커슨의 3구째 136km 포크볼을 공략해 우익수 방면에 2루타를 터뜨렸다. 정상적인 수비였다면 평범한 뜬공성 타구였지만, 롯데 우익수 윤동희가 낙구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2루타로 연결됐다. 두산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두산은 강승호의 내야 안타로 1, 3루 기회를 잡은 후 허경민이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는 희생플라이를 쳐 1-0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두산은 크지 않지만, 조금씩 간격을 벌려나가기 시작했다. 두산은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올 시즌 주전 유격수를 맡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박준영이 사직구장의 좌측 폴대를 직격하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한 점을 달아났다. 그리고 5회초 김인태의 볼넷으로 마련된 2사 1루에서 정수빈이 롯데의 바뀐 투수 박진형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3루타를 폭발시키며, 어느새 간격은 3-0까지 벌어졌다.
물론 롯데에게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롯데는 1회 2사 1, 2루와 3회 1사 1, 3루, 4회 2사 2, 3루 등 클리이닝 타임 전까지 세 차례의 득점권 찬스가 있었다. 하지만 1회에는 유강남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3회에는 무리한 주루플레이로 인해 기회를 살리지 못한데 이어 4회에는 대타 신윤후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무득점에 그쳤다. 그리고 경기 중반부터는 분위기가 완전히 두산 쪽으로 넘어갔다.
두산은 선발 알칸타라에 이어 이병헌(⅓이닝)이 원포인트로 위기를 넘기는 투구를 펼쳤고, 5회부터는 브랜든 와델이 마운드에 올라 8회까지 롯데 타선을 상대로 4이닝 동안 투구수 50구, 5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묶어냈다. 그리고 9회말에는 '슈퍼루키' 김택연이 무실점으로 뒷문을 걸어잠그며 '세이브'를 수확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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