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곽빈과 이의리가 지난해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상대로 겪었던 악몽을 털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완벽한 복수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팀 코리아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 게임 LA 다저스와 맞대결에서 2-5로 패했다. 두 경기 연속 메이저리그 구단을 이겨내지는 못했으나, 매우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지난해 WBC에서 오타니와 맞붙었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의 활약 여부였다. 곽빈과 이의리는 WBC에서 한일전의 충격을 경험했던 선수. 특히 곽빈과 이의리는 오타니를 상대로 좋은 기억이 없었다. 곽빈은 오타니에게 일격을 당했던 경험이 있고, 이의리의 경우 의도치 않은 빈볼 논란에 휩싸인 바 있기 때문이다.
곽빈은 지난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투구수 27구,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한 뒤 취재진과 만났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를 상대로 '스페셜 게임'을 앞둔 팀 코리아의 합류를 앞두고 있던 만큼 오타니 쇼헤이와 '리벤지 매치'에 대한 질문을 피해가지 못했다. 오타니는 지난해 3월 열린 (WBC)에서 오타니와 한차례 맞대결을 가진 바 있기 때문이다. 곽빈은 당시 오타니에게 2루타를 맞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곽빈은 "모두가 다저스와 붙고 싶을 것이다. 워낙 대형 선수가 아닌가. 야구 선수라면 맞대결을 모두 꿈꾸는 선수다. 스페셜게임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많이 던지지 않아도,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수들과 승부를 한다는 것에서 자신감이 많이 생길 것 같다"며 '오타니에 비해 고척이 익숙하지 않느냐'는 말에 "오타니 앞에는 그런 거 없다. 너무 잘하는 선수라 부담이 되고 존재 자체가 불편하다. 그래도 맞아도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타니와 리벤지 매치를 꿈꾸며 팀 코리아 발탁을 간절하게 희망했던 만큼 이날 곽빈은 WBC에서의 좋지 않은 기억을 완벽하게 털어냈다. 곽빈은 선두타자 무키 베츠에게 볼넷을 내준 뒤 도루까지 허용한 무사 2루에서 오타니와 만났다. 약 1년 만의 재회. 오타니는 초구 94.8마일(약 152.6km) 직구를 던져 오타니의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2구째에도 94.8마일(약 152.6km)의 빠른볼로 파울볼을 유도, 0B-2S의 매우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다.
곽빈도 '7억 달러'의 오타니와 맞대결을 크게 의식한 듯했다. 곽빈은 0B-2S에서 힘이 들어간 듯 오타니에게 이날 가장 빠른 96.3마일(약 155km)의 하이 패스트볼을 뿌렸다. 하지만 오타니의 배트를 이끌어내지 못했는데, 4구째 83.8마일(약 134.9km)의 체인지업을 선택하며 구속에 20km의 차이를 줬다. 그 결과 오타니를 3루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우며 WBC에서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털어냈다.
오타니에게 설욕에는 성공했지만, 곽빈은 해당 이닝에서 선취점을 내줬다. 곽빈은 오타니에 이어 프레디 프리먼을 뜬공으로 묶어낸 뒤 윌 스미스에게 볼넷을 내줬고, 이어나온 맥스 먼시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그래도 이어지는 1, 3루 위기에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고, 2회 제임스 아웃맨-제이슨 헤이워드-개빈 럭스로 이어지는 다저스의 하위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2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다.
이날 '설욕전'에 나선 것은 곽빈 뿐만이 아니었다. 이의리 또한 WBC에서 오타니를 상대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이의리는 오타니를 상대로 던진 몸쪽 싶은 공이 '위협구'로 연결됐다. 당시 오타니는 소리를 지르며 '분노'했다. 그리고 볼넷으로 출루하는 과정에서 이의리에게 고정된 시선을 좀처럼 떼지 못했고, 1루 베이스를 밟은 후에도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에 도쿄돔은 이의리를 향한 '야유'로 가득차기도 했다. 만약 오타니의 몸에 공이 맞았다면,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팀 코리아에 합류하기 전 많은 공을 던졌던 만큼 이날 이의리는 '1이닝'이라는 리밋이 걸린 채 마운드에 올랐다. 이의리는 1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2탈삼진 3실점(3자책)이라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남겼으나, 오타니를 상대로는 아쉬움을 털어냈다. 이의리도 곽빈과 마찬가지로 선두타자 베츠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이닝을 출발했는데, 오타니에게 초구 81.5마일(약 131.2km)의 슬라이더를 보여준 뒤 89.8마일(약 144.5km)의 빠른 볼을 구사, 오타니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팀 코리아의 선발과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곽빈과 이의리는 이날 원하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을 터. 하지만 적어도 지난해 3월 WBC에서 오타니를 상대로 겪은 아쉬움 만큼은 제대로 털어냈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