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최형우/KIA 타이거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성범 없어도 최형우가 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지난 9일 시범경기 개막전을 앞두고 나성범을 4번, 최형우를 6번으로 기용하는 베스트라인업을 얘기했다. 나성범이 3번이 아닌 4번에 들어가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형우가 이젠 6번으로 내려가서 부담을 덜어주는 게 맞다고 했다.
최형우/KIA 타이거즈
최형우는 사실 2년 전 전임감독 취임식에서 “이젠 6번 타자를 하고 싶다”라고 했다. 당시 전임 감독은 “본인 생각”이라며 일축, 4번타자 기용을 이어갔다. 그때 최형우가 6번으로 가고 싶다고 한 건 4번이 싫거나 팀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이젠 후배들이 중심을 잡고 자신은 뒷받침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침 나성범이 6년 150억원 FA 계약을 맺고 새로운 기둥이 됐고, 팀도 황대인에게 본격적으로 기회를 줄 태세였다. 그런 흐름을 감지한 최형우의 조그마한 희망이자 의견 제시였다.
결과적으로 큰 의미는 없었다. 2021시즌에 이어 2022시즌에도 최형우의 개인성적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형우는 2023시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여전히 4번타자는 최형우라는 공식을 확고하게 입증했다.
이범호 감독은 이심전심으로, 다시 한번 최형우가 수년간 짊어졌던 부담을 조금 덜어주려고 한다. 그런데 인생사가 참 마음 먹은대로 풀리지 않는다. 시범경기 막바지에 ‘뉴 4번타자’ 나성범이 허벅지 부상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나성범은 4월 초에 재검진 후 복귀 프로세스를 잡는다. 내부적으로 4월 내내 결장할 것까지 각오하는 듯하다. 어떻게 보면 불행 중 다행이다. 나성범이 순위다툼에 가장 중요한 8~9월 이후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땠을까. 더 끔찍했을 것이다.
그리고 최형우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범호 감독은 나성범이 이탈하자마자 최형우를 다시 4번 타자로 내세웠다.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정적인 선택이다. 이변이 없는 한 23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전 4번타자 역시 최형우다.
나성범이 언제 복귀할지 모르겠지만, 4번 타순만큼은 계속 최형우가 들어가지 않을까. 오히려 이범호 감독이 3번과 5~7번 타순을 더욱 고민할 듯하다. 애당초 7번과 9번에 배치할 계획이던 김선빈과 이우성의 타순 상승이 유력하다. 시범경기 홈런왕 황대인이 중심타선 한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나성범이 돌아올 때까지 최형우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시범경기 7경기서 타율 0.188 1홈런 3타점이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시범경기였다. 컨디션을 철저히 개막전에 맞추는 선수다. 아울러 1+1년 22억원 계약의 첫 시즌이다. 최형우의 각오도 남다를 듯하다.
최형우/KIA 타이거즈
나성범이 돌아오면 최형우가 다시 6번으로 갈 수도 있다. 현역 마지막은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처럼 6번 타순에서 ‘폭탄’을 터트릴 수 있다. 그런데 이승엽 감독은 현역 막바지에 6번에서 다시 3번으로 올라왔다. 당시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이 잇따라 삼성 라이온즈를 떠났기 때문이다. 7~8년이 흘러, 최형우도 비슷한 상황을 맞이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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