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열흘이란 시간이, 긴 시간이다.”
올해 KIA 타이거즈의 호주 캔버라,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큰 수확은 역시 윤도현과 정해원, 박민 등 공수겸장 내야수 삼총사의 발견이었다. 그러나 외야로 시선을 옮기면 이 선수의 성장이 단연 눈에 띄었다.
왼손 외야수 박정우(26). 덕수고를 졸업하고 2017년 2차 7라운드 64순위로 KIA에 입단했다. 이미 연차가 꽤 쌓였고, 군 복무도 일찌감치 마쳤다. 어깨가 매우 강하고 수비력이 상당히 좋다. 발도 빠르다.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32도루로 도루왕에 올랐다.
그런 박정우의 유일한 고민이 타격이었다. 퓨처스리그 통산 328경기 타율이 0.271로 눈에 띄지 않는다. 1군 69경기 통산타율 0.217. 작년에도 21경기에 중용됐으나 KIA 특유의 두꺼운 외야 벽을 뚫긴 무리였다. 자신과 같은 캐릭터의 김호령도 1군과 2군을 오가는 게 KIA 외야의 위용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일찌감치 박정우의 잠재력에 주목해왔다. 내부적으로 뭔가 계기만 있으면 터질 수 있는 자원이라고 바라본다. 2월 캔버라 캠프에서 본 박정우는 매우 열정적이었다. 남들보다 한 번이라도 공을 더 치고 더 받으려고 했다.
자신처럼 삐쩍 마른데다 타격에 고민이 많던 박찬호를 잘 따랐다. 박찬호를 따라 훈련도 많이 했다는 후문. 지난 1월에도 박찬호와 김선빈의 도움 속에 제주도에서 개인훈련을 충실히 했다. 제주도~캔버라~오키나와로 이어지는 코스를 소화하니, 시범경기 9경기서 14타수 5안타 타율 0.357 1타점 4득점이 따라왔다.
3할5푼7리라고 하지만, 표본은 적다. 그러나 기록을 넘어 타구의 질이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KIA 외야의 벽을 뚫고 개막엔트리에 들어올 가능성도 보였지만, 일단 빠졌다. 나성범이 부상으로 빠졌으나 이범호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대수비, 대주자 롤은 일단 김호령이 맡았다. 김호령의 안정감을 좀 더 믿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박정우를 활용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이범호 감독은 23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개막 2연전 포함 첫 세 경기서 왼쪽 투수를 두 명(키움 엔마누엘 데헤수스, 26일 롯데 자이언츠 찰리 반즈 예상) 만난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시즌 초반 흐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왼손투수를 집중 상대해야 하는 상황서 박정우까지 엔트리에 넣긴 애매하다고 봤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정우를 넣었다가 빼면 열흘간 못 쓴다. 타격코치님이 그걸 고려한 것 같다. 열흘이란 시간이 긴 시간이다. 포수를 1명 더 데리고 가기로 하면서 정우를 뺄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애당초 포수는 2인 체제로 가기로 했지만, 대타 기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임시로 3인(김태군, 한준수, 한승택) 체제를 택했다는 얘기다. 결국 현재 3인 포수진에서 1명을 빼면 박정우가 1군에 올라올 가능성은 있다.
이범호 감독은 “정우가 컨디션이 좋다. 쓸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좋은 결정이 나올 것이다”라고 했다. 이르면 박정우를 이번주에도 1군에서 만날 수 있다. 혹시 외야에 갑작스러운 결원이 생겨도 콜업 1순위라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강한 KIA 외야가 더 강해질 조짐이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