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 남양주야놀유소년야구단 단장 "남양주야놀 성공 비결요? '초심불망' 새겨야죠"[일구일행인터뷰-8]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이민우 단장 인터뷰
권오현 감독과 찰떡궁합! '초심불망 마부작침'

일구일행(一球一幸). 공 하나하나에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며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소년들. 바로 대한유소년야구연맹(회장 이상근) 소속 유소년야구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공부하는 야구, 행복한 야구, 즐기는 야구'를 지향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2011년 문을 열고 한국 야구 유망주 육성 산실이 됐다.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 중인 왼손 투수 최승용을 비롯해 여러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며 한국 야구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한국 야구를 넘어 스포츠 전체에 좋은 모범사례가 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본다. (편집자 주)


이민우(아래줄 왼쪽에서 세 번째) 단장이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선수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민우(아래줄 왼쪽에서 세 번째) 단장이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선수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 사진을 찍은 이민우(왼쪽에서 두 번째) 단장.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 사진을 찍은 이민우(왼쪽에서 두 번째) 단장. 

[마이데일리 = 송능야구장(남양주) 심재희 기자] 야구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는 사람이 감독이라면, 팀을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리드하는 존재는 바로 단장이다. 일구일행 인터뷰 여덟 번째 초대 손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최고의 팀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의 이민우(49) 단장이다. 2012년 권오현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감독과 인연을 맺은 뒤 눈에 보이지 않게 구단을 묵묵히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는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을 최고의 구단으로 키워낸 데 대해서 손사래를 친다. 스스로를 '영원한 조력자'라며 자세를 낮춘다.

◆ 야구야 놀자! '남양주야놀'

이민우 단장은 흔히 말하는 '야구광'이었다.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학창 시절 20년 이상 사회인야구를 할 정도로 남다른 야구 사랑을 드러냈다. 실제로 꾸준히 야구를 하다가 2012년 '귀인'을 만났다. 남양주 쪽 사회인야구단에서 뛰던 당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권오현 감독의 지도를 받게 됐다. 이 단장은 "프로야구 무대에서 뛰던 선수 출신 지도자가 저희 팀 감독으로 와서 깜짝 놀랐다"고 권 감독과 첫 만남을 떠올렸다.

사회인야구로 맺은 인연이 유소년야구단 창단으로 이어졌다. 남양주 오남에서 유소년야구단을 이끌던 권오현 감독의 열정과 도전을 응원하다가 힘을 합치기로 결심했다. 그는 "사회인야구단에서 처음 만난 권 감독이 유소년야구단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서로 힘을 합쳐서 유소년야구단을 키웠고, 2014년 지금의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을 창단했다"고 밝혔다.

이름부터 독특하다.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렵다. '야구야 놀자'를 줄여서 야놀. 이 단장은 구단 창단 당시를 떠올리며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창단하면서 구단 이름과 유니폼 디자인 등을 제가 직접 제안했다. 사실 초반에는 놀림을 꽤 받기도 했다. '야놀'이라는 생소한 구단명에 노란색이 들어간 유니폼을 선택했는데 많이 튀어 보였기 때문인 것 같았다"며 "그래도 유니크한 특성을 살리고 싶어 '직진'했다.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남양주야놀'의 브랜드화에 성공했다"며 활짝 웃었다.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선수들이 오종석(왼쪽에서 두 번째) 코치에게 지시를 받고 있다.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선수들이 오종석(왼쪽에서 두 번째) 코치에게 지시를 받고 있다. 

◆ 성공 키워드는 '분업과 열정'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은 명실상부 대한유소년야구연맹 대표 팀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80여 번의 우승을 기록할 정도로 빼어난 성적을 만들어냈다. 다른 팀들의 '공공의 적'이다. 대한유소년야구연맹에서 가장 꺾고 싶은 팀으로 꼽힐 정도로 막강 전력을 자랑한다. 이 단장은 구단의 성공 키워드로 분업과 열정을 꼽았다. 그는 "권 감독과 형제 이상으로 잘 뭉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야구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존중한다는 점이다"며 "권 감독은 선수반 위주로 선수 육성에 온힘을 기울인다. 저는 구단의 전체적인 운영 및 발전, 그리고 취미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구단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당시부터 '남양주야놀'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렸다. 야구단을 운영하면서 선수를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마케팅'이라고 확신하고,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스포츠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다"며 "호주로 유학을 갔는데, 당시 국내와 다른 스포츠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과 문화에 놀라며 여러 가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에서 마케팅이 팀 운영에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깨달았다"며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의 발전을 위해 마케팅과 홍보에도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인원은 100명 정도다. 한때 130명 이상이 모여들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조금 줄었다. 그래도 대한유소년야구연맹 구단들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단장은 "권 감독과 합심해 구단 발전을 조금씩 이뤘다. 돌아보니 2017년쯤 구단 관리의 분업화와 체계화의 중심을 잡은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조금 어려운 시기가 오기도 했지만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권 감독과 호흡이 좋았기에 지금의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듯하다"고 짚었다. 

권오현(가장 왼쪽)감독과 김정한(가장 오른쪽) 수석코치가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선수들과 훈련을 마친 뒤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권오현(가장 왼쪽)감독과 김정한(가장 오른쪽) 수석코치가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선수들과 훈련을 마친 뒤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단장 같은 코치, 코치 같은 단장

이 단장은 선수 출신이 아니지만 야구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특히 아이들과 호흡하는 부분을 '본업 이상의 취미'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저도 생계 유지를 위해 본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본업 이상으로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아이들을 위해 힘을 쏟는다"며 "아이들을 야구장에서 만나고 호흡하는 게 저를 유지하는 '소중한 취미'다. 아이들이 야구를 하면서 성장하듯, 저 역시 야구로 아이들과 호흡하면서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은 '홍보'를 잘하기로 유명하다. 포털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정보와 선수 개개인의 사진 등이 많이 노출돼 있다. 이런 부분은 이 단장의 홍보 감각과 노력이 어우러져 만들어졌다. 그는 2014년 구단 창단 후 단 한 주도 빠짐 없이 블로그 등에 구단과 선수들 소식을 업데이트하며 '남양주야놀 알리기'에 나섰다. "구단을 홍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했고, 초기부터 블로그에 한 주도 빠짐없이 구단 소식을 업데이트를 했다"며 "선수 개개인의 사진을 올리면서 블로그 게시물이 4000여 개에 달했다. 자연스럽게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이 인터넷 세상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취미반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 단장을 '코치'라고 부르는 학생들도 꽤 있다. 아이들과 야구에 대해서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고 대회에도 참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이다. 이 단장은 "호칭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사실 단장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딱딱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며 "구단 아이들의 절반 정도는 '코치님'이라고 저를 부른다. 구단을 전체적으로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코칭도 해 주고 있으니 '코치'라는 호칭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선수들.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선수들.

◆ 초심불망 마부작침

10여 년 동안 한 구단에서 여러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성장하면서 보람을 느껴 왔다. 야구로 인해 아이들이 자신감을 높이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는 "취미반이든 선수반이든 야구를 열심히 하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 아이들이 아구를 즐기면서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어 창의성 또한 좋아진다고 본다"며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맹우영이라는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에서 야구를 함께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취미로 야구를 했고, 명문 중의 명문 서울대에 입학했다. 야구도 열심히 공부도 열심히 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전했다.

앞으로 목표에 대해서 질문했다. 이 단장은 '초심불망 마부작침'(初心不忘 磨斧作針)이라는 말을 꺼냈다. '초심을 잃지 않으면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의미를 되새겼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지금까지 이룬 부분들이 하루아침에 해낸 것이 아닌 걸 잘 알고 있다"며 "거창한 목표 같은 건 없다.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 조금씩 발전하는 끈기 등을 잃지 않으면 될 것 같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 돕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현재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이 있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특히, '영혼의 파트너' 권 감독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표시했다. "(권)오현아! 정말 고맙다. 어느덧 10년 이상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을 함께 이끌고 있구나. 솔직히 조력자인 내가 너 덕분에 단장 직을 맡고 아이들과 같이 야구를 잘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야구야 놀자' 기회를 열어 줘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파트너로서 서로 존중하고 함께 전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선수들.
남양주야놀 유소년야구단 선수들.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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