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노찬혁 기자]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보니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LG 트윈스 오스틴 딘은 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부터 찬스가 찾아왔다. 오스틴은 홍창기의 도루와 NC 포수 박세혁의 송구 실책으로 만들어진 2사 3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오스틴은 오스틴은 풀카운트에서 NC 선발 이재학의 6구째 체인지업을 받아쳤다. 타구는 평범하게 유격수 쪽으로 데굴데굴 힘없이 굴러갔다.
이때 오스틴은 투지를 보여줬다. 전력 질주한 뒤 1루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NC 측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원심이 유지됐다. 오스틴의 내야안타로 기록됐고, LG는 오스틴의 선취 타점 덕분에 경기를 편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오스틴은 "바깥쪽 투구가 왔는데 그걸 당겨쳤고, 또르르 굴러가는 타구와 수비 위치를 보니까 승부를 보면 세이프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보다 열정적으로 뛰었는데 아무래도 최근 안타가 잘 나오지 않고 안타를 치고 싶은 마음,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는데 결과가 좋게 안타로 나왔다"고 밝혔다.
오스틴은 4-0으로 앞선 3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서는 장타를 뽑아냈다. 이재학의 5구째 체인지업을 잡아 당겨 좌익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려냈다. 아쉽게 득점에는 실패했다. 박동원의 타석에서 LG는 더블 스틸을 시도했는데 박동원은 삼진으로 물러났고, 오스틴은 3루에서 걸려 아웃됐다.
5회 말에는 잘 맞은 타구가 아쉽게 3루수 정면으로 향하며 라인드라이브로 물러났다. 오스틴은 마지막 타석에서도 적시타를 터트렸다. 오스틴은 1사 2루에서 한재승의 6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오스틴은 대주자 구본혁과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오스틴은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오스틴의 결승타에 힘입어 LG는 NC를 5-0으로 제압했다. LG는 최근 좋지 않았던 흐름도 끊어냈다. 3연패에 빠지며 5위까지 추락했던 LG는 연패에서 탈출하며 본격적인 상위권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또한 전날 NC에 당했던 패배를 설욕하는 데 성공했다.
오스틴은 "오늘 같은 경기를 많이 원하고 있었다. 야구를 하다 보면 내려갈 때도 있고 올라갈 때도 있는데 항상 꾸준하게 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지금 어느 정도 그 시점이 다시 온 것 같고 야구는 시즌이 길기 때문에 이걸 유지해야 한다. 꾸준하게 하면서 지난해처럼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 이상 기복을 갖지 않고 이 느낌을 가져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LG에 합류한 오스틴은 맹활약을 펼쳤다. 139경기에 나서 타율 0.313(520타수 163안타) 23홈런 95타점 OPS 0.893을 기록했다. 오스틴은 2023시즌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등극하며 LG 외국인 타자 잔혹사 계보를 끊었고, 29년 만의 통합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시즌 후에는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올 시즌에도 LG 잔류에 성공했다. LG는 1년 내내 팀 공헌도와 탁월한 실력을 인정 받은 오스틴과 130만 달러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올 시즌 초반 오스틴은 다소 주춤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257 2홈런 5타점으로 지난 시즌보다 폭발력이 떨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스틴은 이날 경기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 또한 1회 말 팀에 선취점을 안기는 허슬 플레이로 LG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경기가 끝난 뒤 더그아웃에서 만난 오스틴의 유니폼은 피로 물들어있었다. 다행히 큰 부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오스틴의 간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1루에서 안정적인 수비로 무실점 승리에 기여하기도 했다.
오스틴은 "상황인지라 조절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야구가 항상 그렇지만 그래도 팀에 도움이 되려고 하다 보니까 그런 플레이가 나온 것이다. 일단 지난해에 내가 항상 보여줬던 모습처럼 팀에 헌신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최근 살짝 주눅이 들었는데 어느 정도 지난해 모습을 되찾고 다시 시즌을 이어나가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수비가 좋아진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조금은 느끼고 있다. 수비 코치님과 굉장히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캠프에서부터 많이 이야기하면서 수비 도움도 받고, 코치님이 조언도 해주셨다. 많이 조언해주시고 있고 수비 위치도 많이 신경을 써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는 강력한 외국인 타자가 많아졌다. 한화 이글스에 새롭게 합류한 페라자, 롯데 자이언츠의 빅터 레이예스, 삼성 라이온즈 맥키넌, 키움 히어로즈 로니 도슨 등 타격감이 좋은 외국인 타자가 즐비하다. 지난 시즌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군림한 오스틴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오스틴은 "일단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라이벌 의식도 없다. 왜냐하면 지난해 LG에서 잘했고, 올해는 2년 차이기 때문에 징크스를 피해가는 게 주 목표다. 지금 기복이 살짝 있지만 시즌은 길다. 상대 선수들도 자신의 대응법을 알기 때문에 나도 새로운 대응법을 찾고 천천히 하다 보면 후반부로 갈수록 잘 풀리는 만큼 가치가 나올 것이다. 만약 잘 풀린다면 지금 좋지 않았던 4월에 대해서는 웃어 넘길 수 있는 성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잠실=노찬혁 기자 nochanhyu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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