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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것"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는 29일(이하 한국시각) 경기 종료 기준으로 5경기에 등판해 27⅔이닝을 소화,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98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 4승은 메이저리그 공동 5위(5승 1위 4명)에 랭크돼 있고,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하면서 랭킹에 포함이 돼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20이닝을 넘게 던진 투수들 가운데 평균자책점은 레이날도 로페즈(애틀란타, ERA 0.72)에 이은 2위를 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훌륭한 성적이다.
이마나가는 지난 2015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8시즌을 뛰는 동안 165경기에 등판해 한 차례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는 등 64승 50패 4홀드 평균자책점 3.18의 성적을 남겼지만,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가 일본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불렸다면, 이마나가의 수식어는 '좌완 에이스'였다. '에이스'가 아닌 '좌완 에이스'로 불렸던 이유는 우완 투수들 중 이마나가보다 더 위력적인 공을 뿌리고 뛰어난 선수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
이마나가는 요코하마 DeNA 시절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던 것은 세 차례에 불과했고, 커리어하이 시즌도 13승에 머물렀다. 이마나가가 분명 뛰어난 투수인 것은 맞지만, 커리어 측면에서는 야마모토에게 한참 떨어졌었다. 이마나가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스트라이크존을 구석구석 찌를 수 있는 컨트롤과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였다.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2018년 WHIP는 1.72로 매우 높았지만, 2022시즌에는 143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WHIP는 리그에서 가장 낮은 0.94에 불과했고, 통산 WHIP 또한 1.12로 매우 훌륭했다.
2023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마나가는 적지 않은 빅리그 구단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쟁탈전에서 무릎을 꿇은 팀들이 이마나가의 영입전에 참전했던 까닭.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포스팅'이 된 야마모토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오히려 야마모토가 행선지를 찾은 이후에는 '최대어'로 불렸던 블레이크 스넬(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과 조던 몽고메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차기 행선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컵스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최종 다툼 끝에 이마나가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3억 2500만 달러(약 4480억원)라는 역대 메이저리그 투수들 중 최고의 몸값을 경신한 야마모토와 달리 이마나가의 계약은 1억 달러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게 된 선수들을 고려했을 때 규모는 분명 기대에 못 미쳤다. 이마나가와 컵스의 계약은 4년 5300만 달러(약 731억원). 그래도 2025시즌 또는 2026시즌이 종료된 후 구단의 선택에 따라 계약 기간이 연장되는 옵션이 발휘되면 5년 최대 8000만 달러(약 1103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옵션이 그나마의 위안거리였다.
지금의 좋은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시즌 초반의 모습만 놓고 본다면 컵스는 그야말로 '로또'를 맞았다. 이마나가는 지난 2일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데뷔전에서 6이닝 동안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첫 승을 손에 넣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8일 LA 다저스전에서는 4이닝 무실점, 14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맞대결에서도 5⅓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는 저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21일 마이애미 말린스와 맞대결에서 첫 실점을 기록했으나, 6이닝 3실점(2자책)으로 시즌 3승째를 수확했다.
가장 최근 등판인 지난 27일 경기는 압권이었다. 이마나가는 경기 시작 후 보스턴 타선을 상대로 3⅓이닝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이후 첫 안타를 홈런으로 내줬지만, 위기관리 능력과 함께 탄탄한 투구를 선보이며 빅리그 무대를 밟은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인 6⅓이닝을 단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마나가는 27일 투구를 바탕으로 1945년 데이브 페리스 이후 무려 79년 만에 데뷔 후 선발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0 이하를 기록한 것은 물론 컵스 사상 첫 데뷔 5경기에서 4승 무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마나가는 29일 컵스-보스턴의 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 'ESPN'과 인터뷰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나는 어쨌든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과 같은 사람이다. 모든 것이 흥미를 느끼고, 성공한 선수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어려움을 겪었던 선수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메이저리그에 통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한 번씩 밖에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맞대결을 갖는다면 공략도 될 것이다. 그러면 그때가 진정한 스타트라고 생각한다"고 지금까지의 좋은 흐름을 겸손하게 돌아봤다.
이마나가가 최고의 5경기를 펼친 가운데 미국 'USA 투데이'는 잠시 시간을 지난 겨울로 되돌렸다. 'USA 투데이'는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수십년 만에 가장 치열한 입찰 경쟁을 선보였고, FA 블레이크 스넬과 몽고메리가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지금까지는 컵스가 이마나가라는 최고의 투수를 영입했다. 이마나가는 1945년 데이브 페리스 이후 처음 데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0 이하를 기록한 선발 투수"라며 "이마나가의 4년 5300만 달러의 계약을 고려하면 컵스는 도둑"이라고 짚었다.
결국 비싸지도 않았던 이마나가의 경쟁에서 발을 뺀 팀들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는 것. 'USA 투데이'는 "컵스와 함께 피츠버그 파이리츠, 밀워키 브루어스, 보스턴이 결승전에 진출했다. 보스턴은 2년 2600만 달러(약 359억원)의 계약을 제시하면서 컵스의 오퍼에 맞설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며 "아마 이들은 지금쯤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마나가가 언급한 대로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경기를 치르다 보면 공략법이 나올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그 어려움마저도 이겨내고 좋은 모습을 이어간다면, 지금의 성적이 이마나가의 신인왕 경쟁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올해 내셔널리그의 신인왕은 이정후(샌프란시스코)도 야마모토도 아닌 이마나가가 가장 앞서고 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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