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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와~ 소름이 돋네요"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은 16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팀 간 시즌 5차전 원정 맞대결에 좌익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데뷔 첫 시즌에는 '신인왕' 타이틀까지 놓고 경쟁할 정도로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던 황성빈은 지난해 극심한 부진으로 인해 올 시즌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황성빈을 대신해 외야의 한 자리를 꿰찼던 이들이 모두 부진하기 시작하자,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달 18일 LG 트윈스전에서 폭발적인 주루플레이를 통해 2안타 2득점 1도루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것이 계기가 됐다.
특히 황성빈은 지난달 18일 KT와 맞대결에서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더니, 더블헤더가 열린 21일에는 무려 3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등 '인생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24일 SSG 랜더스와 맞대결에서도 3안타 1타점 2득점 2도루로 폭발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SSG전에서 3루타를 치는 과정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게 된 것. 이로 인해 황성빈은 어쩔 수 없이 한동안 1군에서 자리를 비우게 됐다.
하지만 오랜 공백은 필요하지 않았다. 황성빈은 2군에서 회복에 전념하는 등 1군 복귀를 위해 애썼고, 지난 14일 경기에 앞서 콜업됐다. 황성빈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팀의 승리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으나, 대타로 출전해 1안타 1득점 1도루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16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쿠에바스를 상대로 두 개의 홈런을 쏘아올릴 만큼 좋은 모습을 기대했던 것이었다.
황성빈은 경기 시작부터 펄펄 날았다.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황성빈은 쿠에바스로부터 볼넷을 얻어낸 뒤 견제 실책이 나온 틈을 타 2루 베이스를 밟았다. 그리고 고승민의 진루타에 3루 베이스를 밟은 뒤 빅터 레이예스의 짧은 중견수 뜬공 때 엄청난 주력을 바탕으로 홈을 파고들며 선취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날 황성빈의 활약은 이것이 시작이었다.
황성빈은 3회초 선두타자 이학주가 쿠에바스를 상대로 안타를 터뜨리며 만들어진 무사 1루에서 쿠에바스를 상대로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그리고 이를 내야 안타로 연결시켰다. 롯데는 황성빈의 내야 안타로 득점권 찬스를 손에 쥐었고, 한 점을 더 달아났다. 황성빈이 돋보인 것은 공격만이 아니었다. 황성빈은 6회말에는 문상철이 친 장타성 타구를 쫓았고, 타구 판단이 완벽하진 않았으나, 점프 캐치를 선보이며 선발 박세웅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세 번째 타석에서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던 황성빈의 마무리는 완벽했다. 비록 득점과 연결되지 않았으나, 황성빈은 정규이닝 마지막 타석에서 3루수 방면에 내야 안타를 기록하며 멀티히트를 완성,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황성빈은 "쿠에바스가 워낙 좋은 투수지만, 지난번에 좋은 결과가 있었지 않나. 그래서 좋은 생각만 갖고 경기에 임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며 "세 번째 타석에서 우익수 플라이를 기록하고 들어오는데, 쿠에바스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파이널리(Finally, 마침내)'라고 하더라. 그때 승부에서 졌기 때문에 웃으면 안 됐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더블헤더에서 2개의 홈런을 쳤고, 이날도 쿠에바스를 상대로 좋은 성과를 얻어낸 만큼 쿠에바스가 황성빈을 '리스펙'했던 것이다.
이날 황성빈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은 1회 홈을 파고드는 폭발적인 주력을 비롯해 이후에도 번트 안타, 내야 안타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보여준 '스피드'였다. 황성빈은 "상황이 만들어지면 전력으로 뛰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뛰었다. 햄스트링을 처음 다쳐봤기에 걱정이 있었는데, 작년에 다치고 복귀할 때는 많이 조급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조금 냉정하게 내 상태를 파악하려고 했고, 지금 이상이 없는 데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격에서도 빛났지만, 6회말 문상철의 타구를 잡아낸 것은 롯데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이 됐다. 박세웅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황성빈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글러브 터치를 하기도 했다. 황성빈은 "(유)재신 코치님의 도움이 컸다. (박)세웅이 형이 경기를 할 때는 리액션이 큰 편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박세웅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끝까지 기다렸던 것 같다'는 말에 "조금 도움이 됐으니까"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황성빈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KT 위즈파크를 빠져나가는 팬들이 롯데 선수들의 응원가를 불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황성빈의 응원가가 3루 더그아웃까지 들렸다. 이에 황성빈은 "와~ 소름이 돋는다. (팬들의 응원이) 힘이 된다. 내일(17일) 다시 열심히 달릴 수 있게 응원을 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다.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그냥 대단하신 것 같다"며 감동을 받은 듯했다.
황성빈이 타석에 들어설 때면 롯데 팬들은 큰 기대감을 갖는다. 빠른 기동력을 바탕으로 언제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그는 "부담은 없다"면서도 자신의 플레이로 분위기가 바뀌는 것에 대해 "느낄 때도 있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2군으로 내려갔을 때 후배들이 '마황(마성의 황성빈)'이라는 수식어를 부르며 많이 놀렸지만, 그만큼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쳤던 것이라 볼 수 있다. 황성빈은 "2군 후배들이 많이 놀리더라. 처음 2군에 출근했을 때는 '마황왔다', '길을 비켜라'라고 놀렸다. 1군에 올라오는 날까지 듣고 왔다. 2군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준비하는 시간이 작년에는 조금 안일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더 준비를 잘했다. 작년처럼 무너지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황성빈이 선발로 돌아온 롯데의 공격 루트는 눈에 띄게 다양해진 모습. 부상을 당하기 전의 타격감은 아닐 수 있지만, 황성빈은 어떻게든 찬스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롯데의 연패 탈출로 이어졌다. 현재 롯데에서 황성빈
수원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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