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2017년 이후 무려 2478일 만에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5연승을 질주했다. 윤동희가 3안타 5타점으로 대폭발했고, 선발로 오랜만에 마운드에 오른 한현희가 5이닝을 단 2실점(1자책)으로 막아내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롯데는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7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9-3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KIA를 상대로 5연승을 질주함과 동시에 위닝시리즈를 확보, 시즌 3연승을 내달렸다.
▲ 선발 라인업
롯데 : 황성빈(중견수)-윤동희(우익수)-고승민(2루수)-빅터 레이예스(좌익수)-손호영(3루수)-나승엽(1루수)-이정훈(지명타자)-유강남(포수)-박승욱(유격수), 선발 투수 한현희.
KIA : 박찬호(유격수)-김도영(3루수)-나성범(우익수)-최형우(지명타자)-이우성(1루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김선빈(2루수)-한준수(포수)-최원준(중견수), 선발 투수 황동하.
지난 2022시즌 4승 12패로 호랑이만 만나면 유독 작아졌던 거인. 지난해 8승 8패로 5할 승률을 맞추더니, 올해는 KIA만 만나면 경기력이 좋아지는 롯데다. 롯데는 전날(4일) '사직예수' 애런 윌커슨이 9이닝 동안 투구수 108구, 5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KBO리그에서 무려 2년 만에 완봉승을 만들어냈다. 지난 5월 21일 사직에서 맞대결을 시작으로 4연승. 그리고 내친김에 롯데는 KIA 상대 5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경기 초반 양 팀은 예상(?)과 달리 투수전을 펼쳤다. 직전 등판에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던 황동하는 1~2회 각각 한 개씩의 볼넷을 내줬으나,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롯데 타선을 묶어내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부진한 투구를 거듭한 끝에 2군으로 내려간 나균안을 대신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된 한현희도 1~2회 한 명씩의 주자를 내보냈지만, 팽팽한 경기를 만들어냈다.
균형을 먼저 무너뜨린 쪽은 롯데였다.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윤동희가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터뜨리고 출루하더니, 후속타자 고승민이 볼넷을 얻어내며 득점권 찬스가 마련됐다. 이때 빅터 레이예스가 2루수 방면에 내야 안타를 뽑아냈고, 2루 주자였던 윤동희가 홈을 파고들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리고 햄스트링 부상을 털어낸 뒤 줄곧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손호영이 달아나는 적시타를 터뜨려 2-0까지 간격을 벌렸다.
KIA에게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KIA는 3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찬호와 김도영이 연속 안타를 바탕으로 1, 2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나성범이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그리고 추가점을 내주는 과정에서도 나성범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5회초 고승민이 우중간 방면에 2루타를 기록하며 롯데의 찬스가 마련됐는데, 레이에스가 친 타구가 우익수 방면으로 향했다. 이때 나성범이 레이예스의 뜬공을 어려움 없이 처리했는데, 이후 본헤드 플레이가 나왔다.
레이예스의 타구를 잡아낸 나성범이 후속 플레이를 이어가지 않은 것. 나성범이 아웃카운트를 착각했던 것이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완전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에 고영민 3루 코치는 힘차게 팔을 돌렸고, 2루 주자였던 고승민이 홈을 향해 질주한 끝에 추가점을 만들어냈다. 롯데를 상대로 최근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실수까지 겹치면서 분위기는 롯데 쪽으로 더 기울게 됐다. 그리고 KIA는 6회초 수비 시작과 동시에 나성범을 뺐다.
나성범이 벤치로 들어간 이후 이범호 감독의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됐을까. KIA 타선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KIA는 6회말 선두타자 박찬호가 롯데의 3루수 손호영의 실책으로 출루하는 행운 속에서 김도영의 안타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이후 나성범을 대신해 투입된 이창진이 희생번트에 실패, 3루수 인필드플라이로 물러났으나, 후속타자 최형우가 롯데의 바뀐 투수 김상수를 상대로 적시타를 터뜨리며 한 점을 쫓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1, 3루에서는 김상수의 폭투에 힘입어 한 점을 더 보태며 3-2로 롯데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롯데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7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황' 황성빈이 KIA 장현식을 상대로 기습번트를 시도했고, 2루수 방면에 내야 안타를 뽑아내며 물꼬를 텄다. 이후 도루를 통해 2루 베이스를 훔치는데 성공하면서 득점권 찬스가 마련됐고, 여기서 윤동희가 다시 간격을 벌리는 적시타를 터뜨리며 4-2로 달아났다. 그리고 8회 롯데는 선두타자 손호영의 볼넷, 대주자 김동혁의 도루와 나승엽의 내야 안타로 만들어진 1, 3루 찬스에서 이정훈이 이날 5번째 점수를 만들어냈다. 이어 윤동희가 만루에서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폭발시키며 승기에 쐐기를 박았다.
롯데는 6회말 무사 1, 2루의 위기에서 등판했던 김상수가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2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8회 최이준이 등판해 한 점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9회초 이정훈의 적시타로 9-3까지 간격을 벌렸고, 9회말을 실점 없이 막아내며 KIA전 5연승을 질주했다. 그리고 이날 선발로 등판해 5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한 한현희는 지난해 9월 29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250일 만에 선발 승리를 손에 넣었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KIA를 상대로 5연승을 달리게 됐는데, 이는 조원우 前 감독(現 SSG 랜더스 코치)이 롯데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난 2017년 7월 21일~8월 23일 이후 무려 2478일 만이었다. 시즌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던 롯데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광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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