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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배우 이제훈과 구교환이 드디어 만났다. 아슬아슬한 짜릿함과 팽팽한 긴장감에 브로맨스까지 한 스푼 더해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이종필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제훈, 구교환이 참석했다.
'탈주'는 철책 반대편의, 내일이 있는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 규남과 그를 막아야 하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을 건 탈주와 추격전을 그리는 영화다. 1990년대의 이야기로 오늘의 우리에게 울림을 던진 바 있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이종필 감독이 선보일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게 한다.
이날 이종필 감독은 "우연히 해외토픽을 봤는데 남아프리카 청년들이 유럽에 밀입국하려고 활주로에 잠입해서 비행기 바퀴에 매달려서 떴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심정이 뭘지 궁금했다. 그즈음 친한 친구가 회사를 다니는데 때려치우고 싶다고 술 취해서 울었던 적이 있다. 그런 마음과 규남의 마음이 비슷할 것 같았다.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만약 대한민국의 캐릭터가 나오면 남북관계, 이데올로기, 휴머니즘 이야기가 된다. 나는 그냥 북한이라고 하는 우리랑 언어와 생김새가 같거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배경으로 해서 우리를 혹은 인간 자체의 근원적인 이야기를 다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큰 콘셉트가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지였다. 또한 탈주라는, 자기 의지로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근원적인 욕망을 다루고자 했을 때 고민하고자 했던 부분과 실현하고자 했던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치 관객들이 꿈을 꿨는데 북한에 온 것 같은, 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중요했다. 시작은 악몽인데 점점 꿈에서 남쪽으로 향하면서 혹은 본인이 자신의 의지로 원하는 곳으로 달려가면서 처음엔 악몽이었으나 짜릿하게 이어지는 꿈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미래가 정해져 있는 북이 아닌, 남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 임규남은 이제훈이 맡았다. 시대도 장르도 경계 없이 넘나들었던 이제훈은 목숨 걸고 '꿈'을 향해 질주하는 북한군 병사를 그려냈다. 임규남의 탈주를 막기 위해 추격하는 정보기관인 북한 보위부 장교 리현상은 구교환이 연기한다. 변신의 아이콘 구교환은 현상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훈은 "'탈주'에서 규남 캐릭터를 하게 됐는데 현상 역할을 누가 하면 좋을지 많은 상상을 했다"며 "함께 작품 하면 너무 좋겠다 생각했다. 감독님과 제작사 분께 '탈주'라는 작품을 같이 할 수 있게끔 해보자고 했다. 시나리오를 보내고 금방 답이 와서 너무 꿈같았다. 촬영할 때도 왜 이제야 만났지 싶었다. 진작에 만났으면 그 행복이 더 빠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며 구교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촬영 내내 너무너무 즐거웠고 스크린을 통해서 '탈주'라는 작품을 둘이 연기한 모습을 보니까 현상이라는 역할은 구교환 배우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겠다 싶었다"며 "이렇게 새롭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다. 구교환 배우님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함께 연기하면서 고생했던 순간도 있는데 그걸 이렇게 보게 되니 기쁨으로 다가오고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이 자리에서 드리고 싶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구교환 또한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통한다는 게 기적 같은 일 아니냐. 제훈 씨가 청룡영화제에서 나에게 하트를 날려주셨다. 나는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이제훈이라는 배우를 염두에 두지 않은 적이 없다. 그래서 사실 나도 보고 놀랐는데 그 순간에 '이럴 수도 있구나' 하면서 찐 표정이 나왔다"며 "심지어 시나리오까지 전달받으니까 선택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작업하면서도 규남과 현상의 전사가 있지 않나. 의도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프리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을 정도로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탈주'의 러닝타임은 1시간 36분이다. 이와 관련 이 감독은 "목표는 '시간 순삭'을 성취해보고 싶었다. 촬영 한 일주일 전에 이제훈 배우와 만나서 이야기했던 것 중 기억나는 게 '딱 끝나고 또 보고 싶어서 들어가는 영화를 만들어보자'였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빠른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탈주니까. 바람이 있다면 영화가 끝나고 시간을 가지고 나한테, 개인한테 조금 생각해 보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임규남은 조명 하나 없는 가운데 백발백중을 자랑하는 등 탈주를 향한 강렬한 의지를 꺾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임규남의 놀라운 사격 실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감독은 "원래 함경도의 명사수라는 설정이 있었다. 그 부분을 뺐는데 질문을 받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자 이제훈은 "누군가 정해진 운명에 있어서 살아가야 한다는 걸 규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능력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인도해 주는 곳도 없었다. 실패할지라도 탈주하는 인물이다. 나라면 과연 그런 선택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영화를 보면서 내가 하게 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목숨 걸고 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이 느낀 규남에 대해 전했다.
구교환 또한 "인간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초능력이 나타난다. 나는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가능하다'라고 생각했다. 나도 규남을 간절히 잡고 싶었다. 혹시 '뚝뚝뚝'하는 내 청력을 들으셨냐. 그것은 우리 둘 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능력 이상의 것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유머 포인트도 감독님이 열어주셨는데 함께 보니까 극장에 있는 분들이 같이 즐겨주셔서 감사했다"고 거들었다.
'탈주'를 보는 관객이라면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기억할 수밖에 없다.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곡으로 '양화대교'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이 감독은 "내가 받은 시나리오에도 있었고 좀 좋아하는 노래였다. 당시 나왔을 때 '왜 좋아했을까' 생각해 봤는 데면 '양화대교'라는 노래는 노스탤지어랄까 우리가 쉽게 잊고 사는 것에 대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규남이라는 인물이 뭔가를 잊고 있었다가 탈주를 결심하고 실행하면서 계속 자극할 수 있는 마음속의 주제곡 같은 곡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제훈과 구교환은 '탈주'를 극장에서 관람해야 하는 이유도 꼽았다. 이제훈은 "추격 액션에 대한 짜릿함을 극장에서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 싶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어, 너무 재밌었어' 이런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영화가 관객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교환은 "그런 날이 있지 않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불이 꺼져있고 조용히 화면만 계속 응시하고 싶다. 나도 그런 감정을 느꼈다. 조용히 한 곳을 같이 응시하고 싶은 날"이라며 "돌아오는 길에 혼자 봤다면 혼자 음미하고, 친구와 함께 봤다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추억들이 있지 않나. 그런 경험을 올여름 다시 드리고 싶다. 필요하시다면, 원하시다면 극장에서 뵙고 싶다"라고 전했다.
'탈주'는 오는 7월 3일 개봉한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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